불황의 경제학/폴 크루먼 지음/ 안진환 옮김/ 세종서적 펴냄/ 1만 4000원신용경색 완화와 소비 지원의 구체적 해법 제시

“세상에 경제학 책은 많고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매일 수십 권의 경제학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 속에서 폴 크루먼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크루먼은 독자적이며 종합적인 시각으로 세계경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88만원세대’저자인 경제학자 우석훈은 폴 크루먼을 이렇게 소개했다. 기실 그가 지난 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 이전에도 폴 크루먼은 1930년대 케인즈에 비견될 만큼 탁월한 분석을 자랑해 왔다.

신간 ‘불황의 경제학’은 1999년 아시아 경제위기 당시 세계금융위기를 분석한 책 ‘불황의 경제학’의 개정판이다. 개정판은 99년 아시아 경제위기 그 이후 미국발 경제위기를 설명한다.

그는 “세계는 연이은 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줄곧, 1995년에는 멕시코가, 1997년에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이, 2002년에는 아르헨티나가, 2008년에는 거의 모든 국가들이 경기 후퇴를 경험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위기의 핵심에는 모두 충분한 수요 창출의 문제가 놓여있다고 분석한다.

때문에 ‘지금 당장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구조작전이다.’(228 쪽)

이를 위해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이 행해야 할 일은 두 가지, 바로 신용경색완화와 소비 지원이다. 폴 크루먼은 미국 정부가 현재의 자본재구성(recapitalization) 수준에서 나아가 시장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라고 말한다.

정부가 부실 자산을 사들이고, 은행의 대부 능력을 회복시켜 얼어붙은 신용시장을 녹이라고 말이다. 그는 금융시스템이 안전해진 순간 다시 민영화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이 시스템의 상당부분이 일시적으로 완전한 국유화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정판은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미국 GDP의 1%에 불과한 경기 부양책은 규모가 너무 적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다음 경기 부양책은 약 4%정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첫 부양자금이 대부분 세금 환급형태를 취했고 상당부분이 지출이 아닌 저축으로 흘러 들어 갔다고 지적하며 다음 번에는 정부 지출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그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제목인 불황경제학에 대해 ‘공짜 점심은 없다’란 경제학의 핵심적 진리에서 벗어나 ‘공짜 점심이 있는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즉,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자원이 있는가, 진정으로 부족한 자원은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말이다.

탁월한 분석에 재미있는 사례와 명쾌한 수사가 더해진다. 때문에 책을 펼치기도 전에 독자가 미리 부담가질 필요는 없다. 그는 책 서두에 “딱딱한 방정식이나 어려운 도표, 알쏭달쏭한 전문 용어 등은 가급적 피했다”고 적어두었다.

그리고 덧붙인다. “이미 일정 수준까지 지적 체계가 구축된 상황이라면 발판은 치워버리고 쉬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법이다.” 냉철한 분석과 뛰어난 입심이 가미된 그의 책이 경제계 핫 이슈가 되어온 이유다.

솔아 푸른 솔아
박영근 지음/ 백무산, 김선우 엮음/ 강 펴냄/ 7000원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노랫말 원작자인 고 박영근 시인 3주기를 기념해 출간된 유고 시집. ‘CF를 위하여’ 연작과 ‘편지-어머니에게’, ‘서울가는 길’을 비롯해 1970년대 이후 이 땅의 보통사람들이 살아온 생활을 표현했다. 1984년 출간된 첫 시집부터 2007년 묶은 유고시집까지 6권의 시집에서 58편의 시를 골라 엮었다.

몽골바람에서 길을 찾다
한성호 지음/ 멘토프레스 펴냄/ 1만 4000원


저자인 한성호 씨는 울란바타르 에르뎀 어윤 대학에서 ‘한국관광학’을 강의하며 2002년부터 7년간 몽골에 머물렀다. 이 책은 강의 틈틈이 도보, 자전거, 자동차, 항공편으로 몽골을 여행하면서 몽골 유목민을 기록한 에세이다. 이 책은 영하 50~60도의 살인적인 추위를 견디고 바람의 기척을 느끼며 살아온 유목민들의 야생의 삶을 담고 있다.

미언
강계숙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 1만 5000원


문학평론가 강계숙의 비평집. 시 비평을 주로 하는 저자는 서두에서 “수수께끼에 가까운 말(謎言), 나를 미혹게 하고 매혹시키기도 한 말(迷言), 미래의 어느 때엔가 완성될 말(未言), 그렇기에 작고도 아름다운 말(美言)” 등 자신의 문학적 지향성을 담은 미언을 제목으로 삼았노라고 밝히고 있다. 이승원, 최하연, 김중일 등의 시와 김행숙, 정현종 등 작가론을 엮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