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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같은 열매 노란 꽃 남녁을 물들이네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구실잣밤나무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foa.go.kr







지금 남쪽에 가면 이 꽃들이 한창이다. 화려한 꽃잎이 필요없는 풍매화이지만 이토록 화려하고 풍성할 수 없다 싶을 만큼 한 나무 가득 꽃들이 피어 있다.

혹시 이 나무를 모르신다면 밤나무 꽃이 피어 있음을, 그러나 그 보다 더 노란빛이 강하여 인상적이고, 그 보다 더 나무 가득 달려 잎을 찾기가 힘들만큼, 그런데 자라는 곳이 남쪽이라면 구실잣밤나무라고 생각하셔도 좋다. 그리고 지금이 한창이다.

구실잣밤나무는 우리나라 남쪽 섬지방에 자라는 상록활엽수이다. 주로 바닷가 산기?鰥【?볼 수 있다. 때론 바닷가에 고기들을 잘 모이게 하기 위한 어부림이 있는데 이런 숲의 주인이 되어 자라기도 한다. 그렇게 부분적으로 보이던 구실잣밤나무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제주도에서 가로수로 심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제주공항에서 나오면 줄지어 서있는 육지의 나무들과는 무엇인가 다르게 느껴지는 색다른 나무들이 바로 이 구실잣밤나무이다.

제주도에서 아주 잘 한 중의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 자생수종을 개발하여 가로수로 심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국적인 풍광을 만든다고 워싱톤 야자같은 나무들이 심겨져 제주도만의 특징이 묻혔었는데 어느새 구실잣밤나무, 먼나무 같은 좋은 향토수종들이 심겨져 참 좋다.

구실잣밤나무는 모양도 좋고 꽃도 좋고 향기도 좋지만 다만 병충해로 피해를 받은 적이 없고, 특히 가지가 약해 비바람이 거세면 툭툭 줄기가 부러지고 갈라지는 단점도 있다.

구실잣밤나무는 참나무과에 속하며 밤나무와는 다른 속에 속하는 옆집안 나무이다. 상록성인 까닭에 긴 타원형의 잎은 아주 두껍고 질기다. 가장자리엔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고, 잎의 앞면은 아주 진한 녹색으로 반질거리는 반면, 뒷면은 갈색 비늘털이 많아 갈색빛이 도는 연녹색이다.

꽃은 5월말에 시작해서 6월에 걸쳐 핀다. 그리고 가을이면 열매가 익는데 아주 작은 팽이같이 둥글고 아래쪽은 뾰족하다. 충북히 익으면 우툴두툴 딱딱한 겉껍질이 3갈래로 갈라지고 그 속에 말 그대로 밤색의 딱딱한 속껍질이 드러난다. 다시 그 속엔 밤같은 살이 들어 있다.

우리가 밤나무의 열매 밤을 먹듯이 예전에 이 나무가 많은 동네에선 소풍갈 때 구실잣밤나무 열매를 쪄서 가기도 했단다. 날로도 먹고, 구워도 먹도, 떡을 만들 때 함께 넣어 만들기도 했다.

요즈음엔 먹기 위해서 보다는 조경용 그중에서도 녹음수나 풍치수 가로수로 주로 심는다 목재가 곧으니 건축재, 기구재 또는 표고재배용 등으로 이용한다. 수피를 어망을 염색하는데 쓰기도 했다는데 합성재료가 많은 지금엔 어울리지 않는 용도이다. .

아주 비슷한 나무중에 모밀잣밤나무가 있다. 두 나무가 한데 섞여 있기도 하다. 구실잣밤나무가 구슬같은 열매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지만 막상 열매는 메밀잣밤나무가 더 둥글고 잎 끝이 뾰족하다.

우리가 남쪽의 상록수림들을 잘 보전했더라면 국토 곳곳에서 이 나무가 자라고 바닷가엔 고기가 모이고, 아이들은 열매와 더불어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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