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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시인들의 찰떡궁합 동거
[문단 뒷마당] 팔색조 개성 '남 넷 여 넷' 부조화 속 조화 뽐내며 7년째 동인 활동




김종광 소설가



그들이 만난 건 2002년 겨울이었다. 그때 그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었고, 2000년을 전후로 ‘시인’이 되었다. 새로운 세기의 신자유주의 천국 한국에서, 젊은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스스로 천형을 짊어진 것과 같다. 먹고 사는 일이 그들을 끝없이 괴롭혔지만, 그들은 울화와 노기의 나날 속에서도 시심을 잃지 않았다.

계간지 ‘문학동네’ 출신인 김근, 이영주, 안현미가 먼저 의기투합했다. 동인을 하기로! 셋은 각각 한 사람씩을 꼬드긴다. 김근은 김중일을, 이영주는 김민정을, 안현미는 장이지를. 2003년에는 하재연, 2004년에는 김경주가 합류함으로써 여덟 명이 된다.

어렵게 말하면 ‘전통적 서정시 편향에 대해 치열한 문제의식과 새로운 시적 소통 방법 탐색을 공유했다’는데, 쉽게 말하면 서로들 ‘첫눈에 반했’던 모양이다. 이 남자 넷 여자 넷 F8 시인들은 개성이 팔색조처럼 남달라서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하여 얼마나 가겠냐 싶었는데, 부조화의 조화를 뽐내며 지금까지도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그들은 이전 시대의 동인들처럼 구성원들의 시적 지향이 비슷하거나 같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동인 각자의 다양성과 개별성이 동인 안에서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그들은 2주에 한 번씩 인사동 빵집 앞에서 만났고(2004년부터는 한 달에 한번씩 만나고 있다), 그때마다 서로의 신작시와, 다른 시인의 시집에 대한 토론을 격렬하게 나누었다. 그들은 모두 신인이었고, 동인 모임만이 문학적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출구였다.

그들은 동인 결성 이태가 지나도록 이름이 없었다. 그들 스스로 이름을 의식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무척 궁금하다. 너희들 대체 뭐니? 동인들은 자기들은 이름이 없다고 매번 말하기도 ‘불편’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 즈음 동인지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이름이 필요해지기도 했다(결국 동인지는 출판사 사정에 의해 나오지 못했다).

이러저러한 이름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최종 결정된 것이 ‘불편’이었다. 이 불편한 이름은 대체 무은 의미일까? 김근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보면 ‘불편’이라는 이름은 조금 사적으로 느껴진다. 세상에 대해 절망의 태도도 아니고 희망의 태도도 아닌 겨우 불편함을 드러내는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섣부른 희망이나 절망이 세계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알고 있다. 한편으로 그 불편함은 문학제도에 대한 불편함이기도 하다. 문학제도 역시 우리를 불편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정쩡한 태도라고 비판을 할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세계에 대해 불편해하고 있고 그 불편함을 시로 몸으로 써내고 있다. 이름을 짓는 게 늦어진 것은 동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에겐 다양성과 동인 각자의 개별성이 중요했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며 각자의 색깔로 시를 쓰는 동인들은 각자가 가진 시적 문제의식의 아주 조금씩의 교집합만을 동인에 두었고, 그 교집합을 통해 동인 안에서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동인으로 뭘 해보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었다. 혹자는 그게 무슨 동인이냐고 반문했었다. 젊은 동인들이 점점 취미집단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평론도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에겐 선언이 없다. 다만 불편해할 뿐.>





그런데 그들 F8은 시를 최대한도로 사랑했을 뿐 동인으로 뭘 한 기억은 없다. MT 한번 간 적이 없다. 다 늙어(?) 장이지 시인이 군대에 있을 때도, 남자 동인들만 면회 갔던 게 유일한 단체 나들이였다. 그나마 김민정 시인이 ‘박인환 문학상’을 받았을 때, 그걸 축하해주러 동인들이 강원도로 우르르 몰려가 간 것이 MT라면 MT였다.

‘불편’ 동인이 유명해진 것은 2005년 발발한 ‘미래파’ 논쟁 이후다. 소위 미래파로 분류되는 시인들에 동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린 것이다. 이때 ‘불편’ 동인 말고 또 다른 동인인 ‘천몽’과 ‘인스턴트’도 알려지게 되었다. 70년대에서 90년대까지 ‘반시’, ‘오월시’, ‘삶의 문학’, ‘시와 경제’, ‘시운동’, ‘시힘’, ‘21세기 전망’ 등의 중요한 동인이 있었는데, 2000년대에는 ‘천몽’, ‘인스턴트’, 그리고 ‘불편’이 있는 것이다.

시단에서 미래파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인 뜨거운 감자다. 그런데 불편 동인들은 미래파 범주에 묶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 시선 안에는 ‘불편⊂미래파’라는 수식(數式)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인 중에 몇은 미래파 소동에 휘말려 스토킹을 당하거나 인터넷 악플이 시달리기도 했다. 미래파로 분류된 다른 시인들이 불편 동인으로 오해받는 일도 있었다. 그들은 여하간 그런 일들이 ‘불편’했다.

‘불편’이 출발한 지 7년째다. 그동안 동인들은 모두 시집 한두 권을 냈다. 2005년엔 김민정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이영주 ‘108번째 사내’, 김근 ‘뱀소년의 외출’, 2006년엔 안현미 ‘곰곰’, 김경주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하재연 ‘라디오 데이즈’, 2007년엔 김중일 ‘국경꽃집’, 장이지 ‘안국동울음상점’, 2008년엔 김근 ‘구름 극장에서 만나요’, 김경주 ‘기담’ 등이다.

그들이 처음 모였을 땐 모두가 시집도 한 권 없는, 무명의 70년대 생 천형의 젊은 시인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모두가 자기 이름을 내세울 만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개성 시인들이다. ‘불편’은 여전히 그들이 가진 문제의식의 소통의 창구이며 그들의 다양성들이 발현되는 곳이다.

그들은 ‘불편’이라는 동인으로 한 꾸러미에 묶여 인식되기를 원치 않는다. 다만 개별적인 시세계를 통해 각자의 ‘불편’이 발견되기를 꿈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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