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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택시' 우리는 왜 안될까
기본요금 인상 미봉책엔 손님과 기사 모두 불만족
택시 공급 축소와 서비스 다양화로 활로 모색해야





김청환기자 chk@hk.co.kr



이달 2일 자정을 넘긴 시간. 회사원 박정원(32)씨는 서울 삼성동에서 봉천동 집까지 가는 택시를 잡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시의 캠페인에도 아랑곳 않고 할증요금이 붙는 12시를 전후해 승차 거부하는 택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30여분 만에 겨우 잡은 택시 안에서 그는 다시 한번 놀랐다. 택시비가 400원 올랐고 심야할증은 그대로였다.

박 씨는 “택시 값 올려서 달라진 게 뭡니까. 12시 넘으면 안 잡히고 난폭운전에 골라 태우고, 불친절도 여전한데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택시를 두고 말이 많다. 택시 요금은 올랐지만 택시문화는 아직도 제걸음이다. 전문가들은 택시의 수요 다변화와 공급 축소 등을 통해 문화도시의 통로로서 기능할 수 있는 택시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화 가이드’로서의 택시의 요건

적정한 수준의 택시 숫자를 유지하면서, 수요 다변화에 따른 서비스 다양화는 문화 택시로 가는 첫번째 길이다.

서울시는 최근 ‘꽃담 황토색’을 입힌 ‘해치택시’, 외국인 관광택시, 한강 수상택시, 장애인 콜택시, 택시 콜 서비스 보조금 지금 등으로 서비스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경차 택시를 도입했다.

하지만 공급 과잉 등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과 병행하지 않고는 이같은 시도들이 효과적 성과를 거둘지 의심스럽다. 택시회사들은 대부분 특수 택시 도입을 꺼리고 있다. 경차도 여러 명의 승객이나 짐을 실을 경우 연비가 떨어진다.

요금인하만큼 택시 기사의 수입을 보전하기 어려워보인다. 선진국에서는 10인승 규모의 마이크로 버스 등을 도입해 소수인 택시와 다수인 대중교통의 중간수요를 감당하고 있기도 하다.

택시는 움직이는 ‘문화 가이드’가 될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 택시에서는 브람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택시는 클래식 음악을 틀고 도시의 음악가들을 소개하는 문화가이드 역할을 자청한다. 일본의 MK택시는 ‘응급차를 찾는 것보다 MK택시를 찾는 편이 낫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일본의 친절문화를 보여준다.

택시는 문화적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타지에서 온 사람과 도시의 사람이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을 토론하는 ‘지역’ 간 소통의 장이다. 손님과 기사의 나이 차가 있다면 ‘세대’간의 대화가, 소득이 다르다면 ‘계층’간의 대화가, 성별이 다르다면 ‘이성’간의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택시는 승객과 손님이 신분을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숨기고 싶은 것은 서로 숨기지만, 대부분 털어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라며 “어느 정도 익명성이 보장된 택시라는 독특한 소규모 공간을 문화와 접목시키면 얼마든지 다양한 문화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 택시, ‘관리’가 필요해

기사를 포함한 택시의 종합적 ‘관리’는 문화택시의 다음 요건이다. 택시를 다양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택시기사가 필요하다. 양질의 택시기사를 해외에서는 어떻게 확보할까.

일본 MK택시는 한달 매출이익의 83%를 운전자에게 배분하고 17%만 회사로 입금시킨다. 인센티브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매출이익과 관계없이 매일 같은 금액을 사납급으로 회사에 낸다.

MK택시는 학사 출신의 기사에게는 완전 고정급제를 실시한다. 사원주택을 공급해 전 사원의 80%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제복을 입는다. 손님이 차 안의 카탈로그를 보고 물건을 구입할 경우 일정 금액을 운전기사에게 지급한다. MK택시는 대학생 설문조사에서 ‘취업하고 싶은 기업’ 4위로 꼽히기도 했다.

선진국들은 택시면허 획득을 오래 전부터 까다롭게 해 택시 총량과 서비스를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택시 면허를 얻기 위해서는 내외국인 모두 언어.지리 시험을 봐야 한다. 이들은 파리의 많은 문화유산을 안내하는 문화 가이드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1-서울시는 은백색 바탕에 주황색 무늬를 넣고 서울의 상징인 해치를 택시 양쪽 문과 상단 표시등에 새겨넣은'해치택시(사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택시회사는 기사들에게 심리학이나 상담학 같은 대화의 기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각박한 사회에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택시는 또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기능한다. 도시의 문화적 소통이 광장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택시들은 승객안전뿐 아니라 택시 강도로부터 택시기사를 보호할 목적으로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있기도 하다. 사생활 침해의 우려 때문에 녹음까지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김승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박사는 “택시 수요는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은 넘치기 때문에 수요자의 구미에 맞게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양한 서비스뿐 아니라 견실한 택시업체를 육성해서 교육을 강화한다면 문화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택시 ‘구조 조정’이 더 시급

택시 요금인상은 단기적으로 손님을 줄어들게 하고 장기적으로 사납금 인상으로 이어지게 할 가능성이 커 택시기사들은 반발한다. 이에 대해 김상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요금이 인상되면 사납금도 오르지만 7월에 있을 노사간 임금협상에서 임금이 오를 수도 있다”며 “이번 요금 인상은 4년 동안의 물가상승 요인을 고려해 원가보전 측면에서 결정됐다”고 말했다.

택시 회사를 위한 원가보전이나 수요 중심의 서비스 대책만으로는 문제해결은 어렵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의 ‘택시의 미래는 있는가?(2009)’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의 등록 택시는 7만 2000여대로 지나친 공급 과잉 상태다. 서울시의 교통수단 중 택시 수송분담률은 6.5%로 최저 수준이다. 전국적으로는 15%~20%대다.

우리나라 택시는 88서울 올림픽을 전후한 1980년대 후반 급증했다. 90년대 이후 택시 수요는 급감했는데도 택시 증차는 계속됐다. 2004년에 지역별 택시총량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신규 택시 면허 발급이 중지됐다. 그러나 택시 기사 퇴직 후에도 면허를 되파는 편법매매가 많아지며 자연 감차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태스크 포스를 만들어 ‘교통정비 중기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교통본부를 중심으로 택시를 포함한 버스, 지하철 등 모든 도시 교통을 완벽하게 데이터베이스화하고 통제해 업무택시, 카드택시, 안심택시, 관광택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택시분담률이 가장 낮은 서울시가 공급과잉이라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처방 없이 디자인 택시, 외국인 택시, 수상 택시 등 수요에 치중한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며 “택시 기사 직업전환 교육 등 구조조정의 유도책 없이는 택시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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