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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을 담그니 물이 푸르게 변하네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물푸레나무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물푸레나무.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나무이다. 물푸레나무가 있는 숲은 이 여름, 서늘한 나무 그늘로 몸도 마음도 쉬어갈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나무를 진짜로 알든 모르든 물푸레나무는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

듣기만 하여도 좋은 이유는 그 이름 때문일 것이다. 이름의 유래를 알고 보면, 나무에 푸른 색소가 있어서 잎달린 가지를 물에 담궈 보면 푸른 색이 흘러 나와 물을 푸르게 하기 때문이란다. 그냥 보아서는 잘 알기 어렵지만 그래도 그 푸른 빛을 알고 싶어 흰색 종이를 깔은 물에 나무를 담궈 보는 이도 있는데 진짜로 아주 연한 푸른빛이 흘렀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름뿐 아니라 물푸레나무가 있는 숲은 시원하다. 이 나무가 자라는 곳이 거칠고 메마른 곳이 아니라 주로 산골짜기. 계곡의 언저리이니 당연히 그러하다. 나무의 모습도 시원스럽다. 쭉 자라 올라간 키, 자연스럽게 달리는 무성한 잎, 축축 늘어지듯 익어가는 열매 모두 그렇다.

나로써는 잎의 솜 털의 섬세함을 보기 어려지만 그래도 나무를 알기도 전 먼저 알았던 오규원 선생님의 시 때문인 듯도 하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맑음, 자유, 영혼 같은 아름다운 의미의 말들과 어울어져 이름마져 푸르른 이 나무가 그 때 이미 마음속 깊이 새겨졌는지도 모르겠다.

물푸레나무는 풀푸레나무과에 속하는 큰키의 낙엽지는 나무이다. 손가락 길이 정도의 타원형 잎들이 5-7장씩 달리는 복엽이다. 잎은 그 크기의 변화나 모양의 변화가 심하여 잎만 들여다 보면 혼동을 주기도 하지만, 나무 전체와 어울어져 금새 구별 할 수 있다. 흰 얼룩이 퍼지듯 있는 수피도 독특하지만 이 또한 나무가 커감에 따라 세로로 갈리지며 다른 모습을 보여 처음 알게 된 이들은 영 구분을 어려워한다.

꽃은 꽃잎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으며 색도 연두빛이어 꽃이 피어도 꽃인지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어서 이를 인상적으로 기옥하는 이도 거의 없다. 하지만 열매가 달리고 나면 누구나 확실하게 물푸레나무를 알아본다. 2-4cm 정도의 길쭉한 날개를 가진 열매들이 무성하여 그 모습만 보아도 이름이 궁금해질 정도로 개성있다.

유명한 나무이긴 하지만 나무가 워낙 크게 자라고 하여 정원에나 공원에 심지는 않는다. 계곡이나 하천변에 조림수로 심거나 자연공원에 심기엔 괜찮다. 목재의 쓰임새가 특별하여 조림수로 권장한다. 목재는 가벼우면서도 단단하여 야구방망이, 볼링 핀 같은 여러 운동기구, 총대나 자루 같은 것을 만드는데 좋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수피를 약으로 쓴다고 알려져 있다. 장염, 설사, 기관지 천식 그리고 여성병이나 통풍치료에도 쓴다고 기록되어 있고 눈변의 치료에 사용된다는 내용도 특이하다.

파주 적성면에 가면 천연기념물 제286호로 지정된 나이가 백오십년이 넘은 아주 큰 나무가 있다. 문득 그 큰 나무의 큰 그늘에 숨어 마음을 푸르게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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