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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취해 마음 가는 대로 쓰다
취서만필/장석주 지음/ 평단문화사 펴냄/ 1만 3000원
정치·사회·문화·예술 넘나드는 66편의 이야기 담아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문학에 해박한 독자가 아니더라도 시인 장석주의 이름은 들어보았을 터다. 문학평론을 겸하는 그는 다독의 장서가로도 알려져 있다. 시를 쓰고, 작가와 작품의 계보를 만들 때 다방면의 지식과 사색이 필요할 터이지만, 장석주의 독서는 그 분야와 분량이 상상을 넘어선다.

그가 읽은 2만 권의 책에는 소설, 시는 물론이거니와 인문사회 철학서, 자연과학과 건축, 예술서적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신간 ‘취서만필’은 그가 읽은 이 책들을 밑천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황인숙의 <일일일락>을 품위없이 낄낄거리며 읽었다. 글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읽는 동안에는 유쾌했는데, 다 읽고 나니 어딘가 모르게 쓸쓸해 졌다.’(28쪽)

제목(醉書漫筆 : 책에 취해 마음 가는 대로 쓰다)처럼 신간은 그가 ‘취하게 된 책’에 관한 이야기다. 사소함, 논쟁, 사람, 예술, 사유, 문학, 자연, 여행 등 8가지 테마로 구성된 이야기에는 삶과 사색이 드러난다.

그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으며 자신에게 맹신과 광기로 치닫는 종교에 대한 불신이 있지만, 그래도 “신의 실재 쪽으로 끌려간다”고 고백한다. ‘행복의 건축’을 읽으며 저자 알랭 드 보통을 독창성, 신랄함, 문학적 수사, 유머 등이 뛰어난 최고의 에세이스트라고 상찬한다. ‘천 개의 고원’은 여러 번 통독했지만, 지난 10년 간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문제적이 책이란 말도 곁들인다.

저자의 전문분야, 문학에 대한 감상은 어떤가. 파스칼 레네의 ‘레이스를 뜨는 여자’에서 정석주는 연애소설의 수면 아래에 실패한 혁명이 만든 실망과 환멸을 읽어낸다. 보르헤스의 ‘칠의 밤’을 소개하며 그에 대한 애정을 한껏 과시한다.

‘보르헤스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소설가다. 보르헤스가 바로 거기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내게 특별한 울림을 준다.’(251쪽)

신간에는 정치, 사회, 학술, 문화와 예술을 넘나드는 책 66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많은 책을 언제 다 읽을까? 책 말미, ‘나의 독서편력기’에서 그는 책 잘 읽는 방법을 적어 두었다.

‘첫째, 먼저 책에 몰입한다.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책에 흠뻑 빠져든다. 둘째, 책읽는 즐거움 그 자체를 소중하게 여긴다. 셋째, 책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넷째, 읽은 책들을 다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379쪽)

책과 사색이 씨줄과 날줄로 엮인 그의 글에는 애독가의 면모가 담겨 있다.

고산자
박범신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 1000원


작가 박범신이 계간 ‘문학동네’ 2008년 가을호부터 총 4회에 걸쳐 연재했던 장편소설이 책으로 나왔다. 조선시대 가장 정확한 실측지도로 평가받는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다수의지도, 전국 지리지를 편찬한 고산자 김정호의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조선시대 어떻게 과학적인 축척지도를 그릴 수 있었는지 의문에 대한 작가 나름의 답이 담겨 있다.

부러진 화살
서형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1만 2000원


2007년 ‘석궁 사건’에 대한 취재보고서.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였던 김명호 씨가 대학을 상대로 교수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자 담당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보복한 이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작가 서형은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풍경과 석궁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200 페이지 진술서 형식으로 기록했다.

무엇이 시민을 불온하게 하는가?
최강욱 지음/ 갤리온 펴냄/ 1만 2000원


저자인 최강욱은 각종 매체를 통해 우리 사회 이슈와 논쟁을 통해 권력자가 강요하는 비열한 법치주의를 비판해온 변호사다. 그는 이 책에서 집시법, 집단소송제 도입, 광고주 불매 운동 유죄판결 등 일련의 법률 관련 사건을 통해 우리사회가 권위주의 사회로 퇴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호주제 위헌 결정, 상업 광고 사전심의 위법 등 판결을 통해 아직은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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