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탄생/데이비드 파커 외 지음/ 박윤덕 옮김/ 교양인 펴냄/ 2만 2000원 근대 유럽 만든 주요 혁명 통해 해답 찾기

“역사가 평가하리라” 같은 말처럼, 책임감 없는 말도 없다. 죽은 권력이 과거를 기록했고 살아남은 권력이 그 기록된 과거를 해석한다는 점에서, 역사는 권력체제가 바라보는 과거의 파편이다. 그렇다면,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권력 체제의 전복을 시도하는 혁명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 것일까?

신간 <혁명의 탄생>은 혁명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책이다. 데이비드 파커 영국 리즈대학 교수, 로저 그리핀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 교수, 로버트 대니얼스 미국 버몬트 대학 교수 등 12인의 역사, 사상사 전문 교수들이 공동 집필했다. 공동의 저자는 “혁명은 구질서가 정치적으로 파괴되고, 권력의 중심이 이동하는 사건”이라고 정의한다. 즉, 혁명은 역사적 흐름의 단절이자, 정치에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 국가 기구의 재구성을 가져오는 사건이다.

이 책은 16세기 네덜란드 혁명부터 20세기 말 탈공산주의 혁명까지, 근대 유럽을 만든 주요 혁명을 통해 근대를 재구성하는 ‘혁명 기록’다. 서양 근대사를 관통하는 혁명을 기술하며, 책은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을 반복한다. ‘혁명은 왜 일어나는가?’, ‘무엇이 반란을 혁명으로 이끄는가?’, ‘혁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유와 평등은 동시에 실현할 수 없는 가치인가?’.

오늘의 권력이 어제의 권력을 숙청하는 혁명은 이념과 사상의 역사로 점철된다.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보수주의, 민족주의, 파시즘과 같은 주요 정치 이념은 혁명과 함께 등장했다.

네덜란드 혁명은 스페인에 대항해 공화국을 세운 근대 최초의 국민 혁명이었다. 청교도들이 주도한 잉글랜드 혁명은 최초로 왕을 처형한 공화주의 혁명이다. 프랑스혁명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명문화한 민주주의 혁명이다.

러시아혁명에 이르러 인류는 처음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성립했다. 뒤이어 일어난 파시즘 혁명은 국가의 쇠퇴에 두려움을 느낀 급진 민족주의자들의 보수 혁명이었다. 이 책은 근대 이후 정치 이념이 탄생하고, 성장하며 대결하고 변모하는 과정을 혁명의 현장에서 포착한다.

저자는 “혁명의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할 일련의 단계들을 규정할 수는 없다(37쪽)”고 말한다. 다만 혁명은 “혁명 가담자들이 때때로 하나의 위기에서 다음 위기를 향해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과정(37쪽)”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혁명을 기점으로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인간의 역사를 기록한 셈이다.

바다의 성분
허만하 지음/ 솔 펴냄/ 7500원


원로시인 허만하의 신작 시집. 1969년 첫 시집 <해조>를 펴낸 후 의사로 활동했던 그는 1997년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야생의 꽃> 등 일련의 시집에서 한국의 서정을 맑은 언어로 드러냈다. 66편의 시가 실린 신작 시집은 의미와 무의미, 시인과 사물의 경계 및 틈에서 언어 이전의 순수를 한, 원시의 풍경을 노래한다.

민족주의는 죄악인가
권혁범 지음/ 생각의 나무 펴냄/ 1만 1000원


대전대 정치언론홍보학과 권혁범 교수의 신간. 정치학자인 저자는 대중은 국가주의의 집단 주술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개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2000년대 이후 국내 지식인 사회 이슈가 된 민족담론을 학자의 입장에서 되짚어 보고, 그 가운데 지식인 사회에서 어떻게 균형 잡힌 시각을 이끌어 낼 것이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틱낫한의 행복
틱낫한 지음/ 진현종 옮김/ 경덕출판사 펴냄/ 1만 2000원


<화><살아 있는 붓다, 살아 있는 그리스도>의 저자 틱낫한의 에세이. 이 책은 삶의 모든 영역에 등장하는 화를 해소하고, 사랑의 마음을 기르는 방법을 제공하는 명상 입문서다. 저자는 철학과 명상법을 통해 행복에 이르는 길에 놓여있는 장애물을 제거함으로써 화에서 연민의 마음으로, 두려움에서 사랑의 마음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