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네이션과 미학/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도서출판b 펴냄일본 대표 사상가의 내셔널리즘을 집대성한 책

일본을 대표하는 비평가이자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은 국내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손꼽힌다. 이는 그가 세계적인 사상가 중 유독 한국에 관심을 갖는 거의 유일한 사상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대표 저서인 <근대문학의 종언>에서 한국의 문학을 언급했고, 이 책은 2000년대 중반 국내 문학계를 강타했다. 지난 해 <엄마를 부탁해>를 비롯한 몇몇 한국 문학 작품이 ‘대박’을 내기 이전까지, 국내 문학계 인사들은 가라타니 고진의 말을 인용해 너나 할 것 없이 ‘한국문학의 존립’자체를 말해왔다.

그가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국, 일본과 일본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일본과 일본 문화를 분석할 때 억압되고 은폐된 것을 알아야 하고, 이 은폐된 것이 바로 한국(조선)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문예비평이라는 협소한 공간을 넘어 근현대 철학과 끊임없이 투쟁하며 ‘자본주의=민족=국가’에 대한 비판과 극복을 말한다.

그에게 자국 문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네이션(민족)=스테이트(국가)이다. 국가의 문화는 그 자체만으로 이해 불가능한데, 그것은 문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네이션(민족)이라는 상상적 공동체와 미학이라는 근대 예술의 이데올로기에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신간 <네이션과 미학>은 이런 가라타니 고진의 내셔널리즘을 집대성한 책이다.

‘자본도 네이션(민족)도 국가도 단순한 표상이 아니며…그것들은 각기 다른 교환양식에 근거하고 있다. 게다가 그것들은 서로 연관되어 자본=네이션=국가라는 삼위일체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나는 네이션을 그와 같은 구조 속에서 파악하려고 노력해 왔다. 즉, 네이션이 단순한 상상(fancy)이 아니라 자본제사회와 국가를 매개하고 통합하는 상상력(imagination)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9쪽, 한국어판 서문)

총 여섯 부분으로 나뉜 이 책에서 그는 자본과 민족, 국가 간 매개와 통합과정을 설명한다. 맨 앞부분 실린 ‘서설’에서는 국민국가의 형성과정과 제국주의적 전개, 이때 등장한 미학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 글에서는 칸트와 프로이트 두 사상가의 발언을 통해 일본 사회에 잔존해 있는 무의식을 검증한다.

다음은 일본 근대미학을 대표하는 두 사람에 관한 글이다. 세 번째는 동양미술의 창시자인 오카쿠라 덴신, 네 번째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미술가 야나기 무네요시에 관한 글이다. 다섯 번째 글에서는 소쉬르에 대한 총체적인 재평가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글에서는 기존에 출간된 <일본적인 분석>에 대한 비판적 자기평가서다.

이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네이션(민족)의 핵심을 정치사상이 아닌 미학에서 발견한다. 이 책을 번역한 문학평론가 조영일은 책에 붙인 후기에서 “그것은 예술이라는 관념이 국민국가의 형성 및 지속과 근원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썼다. 고진의 책이 사상서이자 비평서가 되는 이유다. 여섯 편의 글에는 자본과 민족, 국가와 예술에 관한 지식인의 통찰이 엿보인다.

희망 사진관
한승원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 1만 원


원로 소설가 한승원의 단편집. 표제작 ‘희망 사진관’을 비롯해 ‘고추 밭에 서 있는 여자’, ‘내 서러운 눈물로’, ‘꽃뱀’ 등 10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몇 편을 제외하고 대부분 작가가 살고 있는 장흥의 해산 토굴을 배경으로 쓰였다. 도시인들의 감각으로 발견할 수 없는 실존적 진리를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전쟁의 집
제임스 캐럴 지음/ 동녘 펴냄/ 3만 2000원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시작된 미국의 패권주의와 미국이 세계 각국에서 일으킨 전쟁에 관한 이야기. 10여년 동안 미국 주요 정관계 인사를 수십 차례 인터뷰하고 자료를 수집한 저자는 펜타곤의 탄생과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펜타곤 사람들,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해 추적한다.

처음 만나는 그림
선동기 지음/ 아트북스 펴냄/ 1만 6000원


블로거 ‘레스까페’로 이름을 알린 선동기 씨의 그림 에세이. 저자는 화가의 성장과정, 교육, 인간관계, 화가로서 겪은 고난과 성공 등 화가를 둘러싼 이야기로 그림을 읽어 낸다. 사랑, 일상, 휴식 등 3 주제로 나뉜 책에는 영국 화가 프레더릭 레이턴, 인상파 열화가 메리 캐사트 등 30 명의 화가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