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수련

무더위가 기승이다. 물로 더위를 덜어보려는 듯 이곳 저곳 물을 찾아 한창이다. 이즈음 물에 떠서 자라며 꽃을 피워내는 아름다운 풀이 있다. 바로 수련이다. 그러기에 수련을 두고 물의 요정이라고 불렀겠지. 잔잔한 연못가에 피어 나는 하얀 수련 꽃은 여름의 무더위가 깨끗이 씻겨 갈 듯 보기에 좋다.

수련은 수련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물 위에 떠 있는 수련의 잎새와 그 사이에서 탐스럽게 벌어지는 밥그릇 만한 하얀 꽃을 보노라면 세상의 걱정을 뒤로 하고 그저 평화롭게 살아 가는 세월 좋은 식물일 듯 싶다. 하지만 어지간한 변화에는 동요하지 않고 의연히 살아 가는 그 모습을 유지하기까지는 물밑 진흙 속에서 싹을 틔우고 뿌리를 박고는 가는 줄기를 1미터씩 길게 물 위에 띄우고는 커다란 말굽 모양의 잎새들을 수면에 올려 놓는 숨은 노력이 있다.

이렇게 달려 있는 잎은 크기도 작기도 하지만 대략 폭이 한뼘 길이쯤 되며 공기와 접하고 있는 앞면은 진한 녹색인 반면 물과 접하고 있는 뒷면은 암자색이 돈다. 그 줄기와 같은 조직 속에 물에 뜨기 쉽게 공기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들이 있음은 물론이다.

수련의 아름다운 꽃은 한 여름에 피어 난다. 대개는 순백의 깨끗하고 순결한 꽃이 피지만 여러 품종들이 많이 나와 인위적으로 만든 연못에서는 분홍색, 미색 등 다양한 크기의 모양과 꽃을 볼 수 있고 그 가운데는 실내에서나 생육이 가능한 추위에 약한 것들도 있다.

수련은 우리 꽃인가? 우리 꽃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수련의 고향은 이땅이 아니나 고추나 감자처럼 오래 전에 이 땅으로 전해져 우리와 함께 살아 온 식물이고 보면 이제 한 식구려니 싶다.

이 아름다운 수련의 꽃은 수면운동을 한다. 여름 볕이 강렬한 한낮에 꽃을 활짝 피웠다가 저녁이면 다시 꽃을 오므리는 것이다. 날씨가 굳어 하늘이 어두우면 낮이어도 활짝 핀 수련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이 꽃의 이름도 밤이면 잠을 자는 연꽃이라 하여 수련(睡蓮)이 되었다. 오후 2-3시를 가리키는 미시에 꽃을 피운다하여 미초, 한낮에 꽃을 피운다 하여 자오련이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수련의 학명은 님파에아(Nymphaea), 즉 물의 요정이라는 아름다운 뜻을 가지고 있다. 수련의 산지이자 나라꽃으로 정해 사랑하는 이집트에서는 나이르의 신부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으며 태양신과 침묵의 신에게 바치는 꽃으로 여겨 왕의 대관식에 꽃이 바쳐진다고 한다.

수련은 누구나 관상용으로 재배하는 식물이다. 예전부터 서양에서는 수련을 사랑하여 많은 연못에 수련을 심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수련을 심은 기록이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수생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많은 정원이나 공공장소에 연못을 만들고 수련을 포함한 수생식물을 심고 있다. 수련은 한방이나 민간에서 약으로도 이용되는데 여름에 꽃을 채취해 둔다. 진통, 지혈, 강장 등의 효과가 있고 불면증에도 처방한다고 한다. 또 여름에 더위를 잊게 하고 술독을 제거한다는 기록도 있다.

문득, 물가로 떠나지 못하더라도 , 연못 있는 너른 정원이 없더라도, 물확이나 입이 넓은 오지항아리에 수련 한두 포기쯤 키우며 그 멋을 삶에 더하고 싶어진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