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사의당지, 우리 집을 말한다/홍경모 지음/이종묵 옮김/휴머니스트 펴냄/1만 4000원조선 후기 한양서 가장 유명한 대저택 '사의당' 소개

이 책의 저자 홍경모는 조선후기 문인이다. 풍산(豊山)에 본관을 둔 그는 육조의 판사를 두루 역임했다. <중정남한지(重訂南漢志)>, <대동장고(大東掌攷)>, <기사지(耆社志)> 등 많은 저술을 남겼는데, 이 책의 원서가 된 책 <사의당지(四宜堂志)>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선조 홍만회부터 대대로 살아온 ‘사의당(四宜堂)’의 6대 주인으로 7년에 걸쳐 이 책을 완성했다. 조선후기 한양에서 가장 유명한 집, 사의당의 주인이 쓴 ‘우리 집 이야기’인 셈이다.

18세기 케케묵은 집 자랑이 오늘날 다시 주목 받게 된 이유는 고전평론가 이종묵 서울대 교수에 의해서다. <우리 한시를 읽다> 등 한시 연구에 관한 책을 발표하며 일반에 알려진 그는 이번에 <사의당지>의 번역, 해설을 통해 조선후기 문화사를 소개한다.

사의당은 진고개에 있던 남향 홍씨 집안의 저택이다. 당시 서울 근교의 이름난 집으로 정당만 100칸(건물과 대지를 합하여 530칸, 57쪽)이 넘는 대저택이었다. 사의당은 처음 정명공주가 홍주원과 혼인한 후 인조의 후원을 받아 지은 집으로 정명공주의 아들 홍만회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새로 집고 그 이름을 1671년 사의당이라 했다. 사의당은 홍만회로부터 홍경모에 이르기까지 6대, 150여 년동안 도성에서 이름난 저택이 됐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집을 마음껏 자랑한다. 건물의 구조와 조망부터 선조들이 모은 고서화와 골동품까지, 집안은 그야말로 작은 문화박물관을 연상케한다. 집의 구조와 위치, 조경뿐 아니라 각 문과 그에 대한 발문도 소상히 싣고 있다. 특히 온돌방과 마루의 비율의 변화까지 담아 조선후기로 올수록 온돌이 보편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정원의 모습도 구체적이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그에 얽힌 이야기도 담고 있다.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이 집의 골동품들을 살펴보자. 홍경모의 선조 홍양호는 서예에 관심이 많이 중국 고대의 비문부터 금석문, 조선의 고비와 역대 명필의 글씨까지 다양하게 수집했다. 이 책에는 고대 비석과 탑본을 어렵게 구한 과정을 생생히 기록해 두었다.

한 양반 가문의 집 이야기이지만, 이는 조선후기 사대부가의 문화를 보여준다. 첫 번째 변화는 대저택의 등장이다. 이종묵 교수는 “사대부들이 서울 근교에 대저택을 지어 대대로 자손들이 살 집을 짓는 것은 인조반정 이후의 문화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인조반정 이후 세력을 잃고 영호남으로 내려간 사람들은 더 이상 도성으로 돌아오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권세를 잃더라도 ‘하방(遐方)’으로 내려가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사람들은 앞 다투어 도성에서 가까운 곳에 후손들이 길이 살 수 있는 전장을 만들었다.’(14쪽)

이런 대저택의 등장은 18~19세기 집에 대한 선비들의 관념이 바뀐 것을 말해준다. 17세기 이전까지 자연 속 은자 같은 삶을 예찬하는 것이 선비의 모습이었다면, 18세기 대저택을 소유한 경화세족들은 집 안의 소유물을 중심으로 그 안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꾸었다.

홍경택이 쓴 <사의당지>는 단순한 자랑이 아니다. 조선 후기 사대부에게 집은 삶을 위한 공간이자 문화의 중심지였다. 집을 통해 당시 시대상과 사대부 문화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수 백 년의 세월을 넘어 <사의당지>가 가치를 지닌 이유다.

르누아르와의 약속
아이잭 신 지음/ 멘토프레스 펴냄/ 1만 2000원


소설과 같은 이야기를 통해 화가 르누아르의 삶과 작품세계를 소개한 책.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 누나와 함께 할머니의 집을 가게 된 나는 다락방에 갇히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폴레옹 3세 집권기, 생계를 위해 프랑스 리모주에서 파리로 이동하는 르누아르 가족 이야기, 르누아르를 둘러싼 당대 예술가들의 삶과 여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무례한 복음
이택광 지음/ 난장 펴냄/ 1만 7000원


경희대 영문과 교수이자 문화평론가인 이택광의 비평집. 2002년 대중문화를 분석한 <한국문화의 음란한 판타지>이후 그는 대중문화가 대중들의 욕망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말해왔다. 7년 만에 펴낸 이 책에서 저자는 2008년을 전후로 정치와 분리된 경제, 정부의 ‘경제 제일주의’를 혐오하면서도 동경하는 대중들의 이중성을 비판한다.

브랜드와 결혼하라
WILLIAM J. McEWEN 지음/ 이예현, 강유진 옮김/ 삼성북스 펴냄/ 1만 3000원


코카콜라, 스타벅스, 닌텐도. 왜 소비자들은 일생동안 특정 브랜드에 강한 유대감을 만드는가? 저자는 브랜드와 소비자가 관계를 맺는 현상이 사람이 세상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과 동일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성공적인 브랜드 관리를 위해서는 기존 마케팅 이론의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를 넘어 5P(People)가 추가되어야 한다. 이 책은 브랜드 관리의 마지막 관문,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