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국왕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엮음/ 글항아리 펴냄/ 1만 9800원태어나는 곳·교육·왕비 간택·업무 등 모든 것 담아

지난 해 문을 연 ‘규장각 금요시민강좌’는 우리 역사의 흥미로운 내용을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된 교양강좌다. 규장각연구원들이 문헌 속 조선시대 다양한 계층의 삶과 일상을 되살려 일반인에게 소개한다. 신간 <조선 국왕의 일생>은 이 금요시민강좌의 첫 결과물이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들이 모여 쓴 이 책에는 왕이 태어나는 장소, 교육의 절차, 왕비의 간택, 왕의 업무, 왕이 갖춰야 할 교양의 종류, 조선시대 제왕학의 변천, 궁궐의 실체, 궁중 여인들의 삶까지 국왕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책은 우리가 알던 ‘국왕’의 모습을 거스른다. 조선의 왕은 지존이면서 사대부적 교양을 함께 지녀야 했다.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채택한 조선은 문치(文治), 혹은 예치(禮治)를 지향한 국가였다. 책은 문인의 가장 위에 군림하는 지존으로서 조선의 왕을 소개한다.

1장 ‘왕은 어떻게 교육 받았을까’에서는 왕이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에서 받는 기초교육 절차를 소개한다. 왕은 왕비의 침소인 교태전 혹은 대조전에서 합궁했다. 이렇게 태어난 왕자는 대군이 되고, 대군 중 장자가 세자로 책봉된다. 세자로 책봉된 왕자는 엄정한 교육을 받는다. 조선의 세자는 성장과정에서 수많은 의식을 치르면서 예학을 습득하게 돼 있다.

2장 ‘왕의 반쪽, 왕비의 탄생’에서는 국모인 왕비가 탄생하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세자는 일반 사대부처럼 15세 전후의 나이가 되면 혼인을 하게 된다. 왕비가 주관해 비슷한 연령의 규수 중 선발하여 혼례를 치렀는데, 왕비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경우 임금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혼인을 할 때가 있었다.

왕이나 세자가 신부를 고를 즈음이 되면 전국적으로 금혼령을 내리고 집안과 용모, 행실 등을 고해 간택하게 된다. 책은 “왕비의 용모는 오늘날의 기준에서 미인이라고 보기 힘들었으며, 전체적으로 반듯하고 견실한 이미지”라고 강조한다.

3장 ‘왕은 평소 어떻게 일했는가’에서는 신성과 세속 두 세계를 관장하는 국왕의 업무 내용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소의간식(宵衣間食: 새벽에 옷을 입고 일을 시작해 한밤에 밥을 먹는다)이란 말이 있듯, 조선의 국왕은 국정 수행을 위해 바쁜 일상을 보냈다. 왕이 처결해야 할 업무는 행정과 사법, 외교 등 가릴 것이 없었는데, 대부분 대궐 안에서 이뤄지기도 했지만, 조선후기에는 자주 대궐 바깥으로 거둥해 민심을 안정시키는 일도 해야 했다.

사대부의 정점에 있는 왕은 대부분의 사대부가 그러하듯 학문과 문학을 겸비했다. 중국과 원만한 외교를 위해 뛰어난 문학적 능력을 갖춘 선비가 필요했고 대내외 문명국가임을 과시하기 위해 찬란한 시문이 갖춰져야 했던 것이다. 국왕은 문학과 예술의 최고 정점에 있는 인물이었다.

이런 국왕이 과연 행복했을까? 책은 ‘조선의 국왕은 조선의 상징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자리’라고 누누이 말하고 있다.

“궁중은 최고이 호화판 연회가 벌어지는 유흥의 공간이면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문화예술이 꽃피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호화롭다 해도 감옥이나 다를 바 없는 고립된 공간에서 한평생을 살다 가는 궁중 사람들에게 연회와 문화는 감옥살이의 작은 위안일 뿐, 그들의 삶을 진정으로 달래줄 수는 없는 것이다. 왕 세자는 그런 궁궐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살다 죽었을 것이다. 이런 감옥 같은 궁궐에 갇혀 왕은 늘 정변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고, 왕자들은 자신이 과연 왕이 될 수 있을까, 만일 왕이 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늘 불안해했다.” (본문 중에서)

저주받은 아이들
장 폴 피카페르, 루트비히 노르츠 지음/ 강주헌, 배영란 옮김/ 중앙북스 펴냄/ 2만 원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과 프랑스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비극적인 삶을 소개한 책. 이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저주받은 아이들이자 모든 사람들에게서 환영받지 못했다. 저자는 5명의 증언을 통해 이들은 결코 ‘저주받은 아이들’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하나의 인격체라고 말한다.

유럽맥주 견문록
이기중 지음/ 즐거운 상상 펴냄/ 1만 5000원


맥주의 세계를 찾아 간 ‘맥주 여행서’. 자칭 ‘비어헌터’인 저자가 에일과 스타우트의 고장 영국과 아일랜드부터 필즈너가 탄생한 체코, 맥주의 박람회장 벨기에와 독일 등 8개국 20개 도시를 다니며 양조장과 맥주 카페, 첩을 다녀온 이야기를 담았다. 겨울에 마시는 크리스마스 맥주, 자연호모로 발효시킨 람빅 맥주, 밀로 만든 밀 맥주, 훈제고기 맛 나는 맥주 등 다양한 맥주를 소개하고 있다.

비트 트레이더
기바야시 신 지음/ 양억관 옮김/ 중앙북스 펴냄/ 1만 2000원


만화 <신의 물방울>로 우리에게 알려진 기바야시 신의 본격 장편소설. 제목인 비트 트레이더는 ‘스캘퍼’라고도 부르는 초단기주식투자가를 말한다. 외제차 딜러인 주인공은 불의의 열차 사고로 아들을 잃고, 슬픔과 허무함을 달래기 위해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 단타 주식 도박으로 많은 돈을 벌지만 곧 망할 회사의 사장에게서 제안이 들어온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