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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은 힘들지만 내 영혼은 평안하다"

재즈 마니아들은 수긍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현재 재즈는 매우 고급스러운 음악으로 포장되어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다.

100년이 넘어가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 시대가 흐르면서 다양하게 변화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새천년 들어 재즈가 가지고 있는 저항 정신이 박제(剝製)화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모든 문화예술이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기에 흑인이 주류인 재즈는 언제나 감시의 대상이 되었다. 음악으로 인종차별을 외친 첫 곡은 빌리 할러데이가 부른 ‘이상한 과일(Strange Fruit)’이다.

남부에서 흑인 두 명이 백인들에 의해 살해당한 뒤 포퓰러 나무에 매달려 있는 참혹한 모습을 보고 만든 노래로 이때만 해도 그저 은유적인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뿐이었다. 이후 흑인 운동의 결정적인 사건은 1963년 일어났다.

앨라배마 버밍엄에 있던 침례교회에서 폭발물이 터져 10대 소녀 4명이 사망하는 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테너 색소포니스트 존 콜트레인은 ‘앨라배마(Alabama)’을 만들었고 이 곡은 장례식장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에 맞춰 연주되었다. 이를 계기로 흑인들의 외침은 연좌시위를 거쳐 60년대 후반에는 좀 더 공격적인 흑표범(Black Panthers)당이 출범하기에 이른다.

이렇듯 재즈에 조그만 관심을 갖게 되면 50~60년대 흑인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게 된다. 그런 일련의 과정이 간결하게 적혀 있는 책이 <그들은 자유를 위해 버스를 타지 않았다>이다.

당시 미국은 짐 크로 법(인종분리)으로 인해 버스 안에서 흑인과 백인이 함께 앉을 수 없고 좌석도 구분되어 있어, 흑인이 아무리 많아도 백인 좌석에 앉을 수 없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수많은 피해가 있었지만 흑인 여성인 로자 팍스는 흑인의 자리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백인 운전수가 자리를 비우라는 명령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체포된다. 이로 인해 그녀의 재판이 있는 1955년 12월 5일부터 381일간 벌어진 운동이 ‘버스안타기 운동 (Bus Boycott)’이다.



로자 팍스가 탔던 몽고메리시의 버스. 현재 헨리 포드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로자 팍스 재판일, 몽고메리에서 가장 복잡한 법원광장 앞 버스 정류장에는 누군가 직접 쓴 호소문도 붙어 있었다. “우리는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오늘은 버스를 타지 마세요.”

이 운동에 흑인들의 뜨거운 참여를 불러일으킨 사람이 바로 한 해전 아내인 코레타의 고향 몽고메리로 이사 온 마틴 루터 킹 목사였다. 젊은 나이(26세)였지만 MIA(몽고메리개선협회)의 회장직을 맡으면서 뛰어난 연설로 100%에 가까운 동참을 이끌어낸다.

버스안타기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버스를 대신할 운송수단이었는데 바로 ‘카풀 (Car Pool)’이 열쇠였다. 당시 전 재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자동차를 카풀을 위해 빌려준다는 것은 이 운동의 승리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헌신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300대의 흑인 소유 차량이 버스안타기 운동을 위해 내놓은 것은 이들의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마더 폴라드라는 할머니는 차를 태워준다는 말에도 “내 발은 힘들지만 내 영혼은 평안하다우.”라며 거절해 큰 울림을 주었다.

1년을 이어진 버스안타기 운동으로 인해 1956년 11월 13일 미대법원에서 인종분리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선고가 내려지게 된다. 물론 그 이후에도 주요 인물에게 폭탄 테러가 가해지지만 버스 안에서 만큼은 ‘인종분리’가 사라지게 된다.

세상을 떠난 전 김대중 대통령의 말 중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惡)의 편이다”라는 말이 회자되는 요즘 50년 전 아무 힘도 없던 그들이 이루어낸 비폭력 저항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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