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욱, 김선우, 백영옥 대담문학적 화두와 달라진 유통 방식, 자신만의 글쓰기 전략 등 밝혀

현재 한국문학 시장은 두 개로 양분화 된 듯하다. 채 2쇄(4000~5000부)를 넘기지 못하는 소설책이 한 해에도 수 십 종이 쏟아지고 90년대를 기점으로 시집은 이미 마니아 문학이 됐다. 문학의 위기를 외치는 한 편에는 하나의 문화현상을 만들어내는 문학작품도 등장한다. <엄마를 부탁해>처럼 100만부를 바라보는 밀리언셀러가 있는 가하면, 여기저기서 문학웹진이 창간되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드라마가 제작된다.

2000년대는 '문학이 독자와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진단과, 문학이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소비되는 극단의 문화가 공존한다.

그래서 질문을 던졌다. 2000년대 독자와 소통하는 문학이란 무엇일까. 이 고민에 세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박현욱, 김선우, 백영옥. 모두 확실한 독자층을 가진 젊은 작가다. 지난 8월 28~29일 강원도에 열린 '2009 예스 24 문학캠프'에 참석한 이들은 문학적 화두, 달라진 문학의 유통 방식, 소통하는 글쓰기에 관한 전략을 말해주었다. 대담 후 200 여명의 독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 시와 소설을 함께 쓰는 김선우 작가에게 먼저 질문 드린다. 최근 젊은 시인들의 작품이 '난해하다, 독자와의 소통을 외면한다' 이런 지적을 받는다. 2000년대 중반 '미래파' 논쟁이 본격화되면서 이런 인식이 더 공고화된 듯하고. 선배 시인의 눈으로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어떻게 보고 있나?

김선우) "이제는 시가 난해한 구석을 오히려 벗어나는 계기에 와있는 듯하다. 2000년대 어려운 시들이 쏟아졌지만, 재작년부터 자정단계에 들어가 독자와 소통을 감안한 작품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독자와의 소통은 자연스럽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 최근 인터넷 소설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백영옥 작가는 지난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다이어트의 여왕>을 인터넷에 연재한 바 있다. 김선우 작가 역시 문학웹진 '나비'에 장편 <캔들 플라워>를 연재 중이고. 매체의 변화가 작가에게 영향을 주는가?

백영옥) "나의 경우 하나도 빠짐없이 댓글을 달았다. 인터넷 포털도 특징이 있다. <아마존>에는 마니아적인 독자들이 많고, <예스 24>는 직장인 계층이 참여도가 많고, <인터파크>는 베스트셀러를 많이 사는 분들이 인터넷 연재소설을 많이 읽는다. 인터넷소설도 연재지면의 성격과 특성에 따라서 댓글의 형식도 각각 달라지는 것 같다.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독자들이 댓글을 다는 게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인터넷은 실시간 독자를 확인할 수 있고, 댓글로 정서적으로 지지를 받는다는 기분이 든다. 독특한 영감을 주는 댓글도 있다.

단,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향에 있어서 독자들의 댓글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장편 연재소설은 통상 초고가 완성되고 난 후에 연재를 시작한다."

김선우) "작가에 따라 댓글에 대한 반응이 다른데, 나의 경우 댓글을 다 읽는다. 그 댓글 중에 영감을 주는 문구가 있다. 이런 댓글은 집필을 하면서 충분히 녹여내려고 한다.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인터넷 연재하는 방식도 진화할 것이다. 독자의 댓글과 작가의 작품과 함께 나아가는 방식, 작가와 독자가 공동창작을 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소설을 만들어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

-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쓴다면 더 소통이 잘 되지 않을까? 일반 독자였던 시절과 작가가 된 현재 문학적 취향이 바뀌었나?

박현욱) "큰 틀에서 보면 똑같다. 재미있는 소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재미있는 지점이 조금씩 변했다. 청소년기에는 내용이 재미있는 소설이 내 취향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문학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읽는 사람에게 교감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치사회적인 소통과 문학의 소통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문학의 소통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다. 문학에서의 소통은 '교감'이라는 말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세 작가 모두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작가들이다. 박현욱 작가는 <아내가 결혼했다>가 영화로 만들어지며 작품이 이름을 먼저 알렸고, 백영옥 작가의 <스타일> 역시 현재 드라마로 방영 중이다. 김선우 작가는 시인으로 이례적으로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고 소설도 역시 성공했다. 자신만의 소통의 전략이 있나?

백영옥) "당대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상, 그게 일종의 트렌드일 수도 있고, 몸일 수도 있고 패션일 수도 있고, 결혼일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쓰고 싶은 소설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거다. 의미라는 건 작가가 아닌 독자가 만드는 것이니까.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전략은 '질문하는 방식'이다. 일단 내가 아는 것을 정직하게 쓰려고 한다. 그래서 집필 전 인터뷰를 많이 한다."

박현욱) "우선, 내 작품이 유통이 많이 됐다는 것과 내가 독자와 소통한다는 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당대에 독자와 소통하는 작품조차 어떤 이에게는 교감이 안 되니까. 그리고 작가의 모든 작품이 독자와 소통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내 전략은 써지는 것만 쓰는 것이다. 문학은 벤치마킹이 안 되는 장르다. 어떤 이들은 내 소설에서 바둑(단편 <이무기>), 축구(장편 <아내가 결혼했다>), 야구(장편 <새는>)를 대중문화 코드로 사용했다고 분석하지만, 이건 (많은 작품 중) 작가의 관심이 독자와 통한 지점이다. 작가의 자신으로 들어가는 게 작품 전략인 것 같다."

김선우) "박현욱 작가의 마음이 이해된다. 소설 전략은 소설을 쓰는 작가 자체다. 작가는 작품이 어떻게 나아갈지 몰라도 최선을 다해서 부딪칠 수밖에 없다."

- 인터넷 소설, 원소스 멀티 유즈를 겨냥한 소설, 장르 문학 등 문학의 소통 방식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문학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김선우) "많은 사람들이 문학 위기를 말하지만, 나는 지금이 문학의 부흥기 같다. 사람들이 소설도 많이 읽고 있지 않나. 시도 소수가 읽지만 끊임없이 독자와 작품이 재생산되고 있다. 문학 독자가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사회 분위기가 문학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젊은 세대가 자기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이 독특해지고, 개성이 강한 대중이 많아지고 있다고 보는데, 그런 현상 자체가 문학적이라고 생각한다."

백영옥) "인터넷이나 영상이 텍스트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맥 매카시나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이 영상을 통해 더욱 힘을 얻은 것처럼. 잘 쓰인 대중소설만 놓고 볼 때, 앞으로 텍스트와 영상의 상호작용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상업적인 장르에서도 더 세련되고 문학적인 작품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 작가 소개 ◆

▲박현욱: 2001년 <동정 없는 세상>으로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으로 등단

2003년 장편 <새는>을 출간했고, 2006년 <아내가 결혼했다>로 제 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아내가 결혼했다>는 영화로 개봉돼 흥행해 성공했고, <동정 없는 세상>과 <새는>도 곧 영화화될 예정. 최근 단편집 <그 여자의 침대>를 발간.

▲김선우: 1996년 계간 <창작과 비평> 겨울호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 발표하며 등단.

2004년 제 49회 현대문학상, 2007년 제 9회 천상병시상 수상하며 2000년대 시단을 이끄는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7년 무용가 최승희를 주인공으로 쓴 <나는 춤이다>를 발표하며 소설가로도 활동 중이다. 현재 문학웹진 '나비'에 장편 <캔들플라워> 연재 중.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있길 거부한다면>(2000), <도화 아래 잠들다>(2003),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2007), 산문집 <물 및에 달이 열릴 때>(2002), <김선우의 사물들>(2005).

▲백영옥: 2006년 단편 <고양이 샨티>로 문학동네 신인상 수상하며 등단.

장편 <스타일>로 제 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 현재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2007년 산문집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출간. 지난 해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예스 24 블로그를 통해 장편 <다이어트의 여왕> 연재. 올 6월 출간됐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