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사코와 반제티(브루스 왓슨 지음/ 이수영 옮김/ 삼천리 펴냄/ 2만 6000원)1920년대 미국사회 이데올로기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 재구성

"드레퓌스 사건과 사코․반제티 사건은 모두 세계적인 누명사건이지만, 특히 사코․반제티 사건은 가난한 이주 노동자가 희생자였다는 점에서 계급 대립의 격화와 노동자 계급의 조직화, 아울러 노동시장의 세계화라는 1920년대 시대 상황을 상징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재일 조선인 작가 서경식은 책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에서 사코․반제티 사건을 이렇게 소개했다. 현대 정치의 상징적 사건으로 읽히는 드레퓌스 사건과 달리, 사코․반제티 사건은 국내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해외에서는 이들을 추모하는 그림(화가 벤 샨 '샤코와 반제티의 수난', 1931)과 노래(우디 거스리 음반 <사코와 반제티의 발라드>, 1960), 가 발표됐고, 영화(줄리아노 몬탈도 감독, <사코와 반제티>, 1971)가 만들어 졌지만 말이다.

책 <사코와 반제티>는 80여 년이 지난 사건의 시간을 되돌려, 역사의 불편한 진실을 풀어낸 이야기다. 14개 주제를 정해 시간대 별로 사건을 재구성했고, 서울대 조국 교수가 한국판 서문을 덧붙였다.

사코․반제티 사건은 1920년대 미국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탈리아에서 이민온 니콜라 사코와 바르톨로메오 반제티는 급진적 무정부주의 단체에 속해 있던 노동자였다.

미국정부는 이 단체를 주목하고 있었고, 어느 날 두 사람은 살인 강도죄로 체포돼 1927년 전기의자에서 사형에 처해졌다. 이들은 기소에 대해 강력하게 항변하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신조는 끝까지 고수한다.

재판과정에서 반이탈리아인, 반이민자, 반무정부주의자의 편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비판이 전세계에서 일어났고, 50년이 흐른 1977년 메사추세츠 주지사는 공식적으로 사코와 반제티의 명예회복을 선언했다.

한국사회에서 사코․반제티 사건이 야박하게 다뤄진 것은 아마 사건의 배경이 '민주주의의 나라' 미국이며, 그 배후에 반공주의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으며, 사건의 피해자가 경제계급의 최하층에 속한 이주노동자 때문이지 않을까.

이 책 서문에 쓰여진 조국 교수의 말처럼 '21세기 한국 사회에 경고를 보내고 있'(8쪽)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반공과 민주주의가 동일시되거나 또는 전자가 후자보다 우위에 서는 것으로 오해'(8쪽)되었으니까.

30년에 걸친 재판기록과 당시 신문 기록을 추적한 저자는 생존자들을 인터뷰해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완성했다. 1912년 로렌스 파업의 전모를 밝힌 논픽션 <빵과 장미>로 국내에 알려진 저널리스트 브루스 왓슨의 2007년 작이다.

◆ 북극곰은 걷고싶다

남종영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 5000원

지구온난화로 바뀌고 있는 북극과 남극, 적도 현장을 취재한 환경에세이. 저자는 북극권 알래스카, 캐나다의 허드슨만, 남태평양 허드슨만, 남태평양 투발루, 뉴질랜드 오클래드 등 여행을 바탕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고통받는 주민들의 생활, 문화를 보여준다. 지구온난화로 사라지거나 원래 모습을 잃어버릴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 '둠 투어' 가이드도 실었다.

◆ 올 댓 와인 Ⅱ

조정용 지음/ 해냄 펴냄/ 1만 9800원

와인 경매사 조정용이 지은 와인입문 2탄. 첫 책 <올 댓와인>이 와인을 즐기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기초적인 지식을 소개했다면, 신간은 세계적 명품 와인 소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세계적 반열에 오른 명품 와인의 역사, 문화, 시음 당시 에피소드와 명품 와인의 비밀을 소개한다.

◆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박찬일 지음/ 창비 펴냄/ 1만 3000원

푸드칼럼니스드 겸 레스토랑 컨설턴트 박찬일 씨의 산문집. 저자는 이탈리아 유학 체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몰랐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이탈리아 음식과 문화를 맛깔스러운 문장으로 풀어낸다. 스스로 '요리 하는 영혼'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슬로푸드, 로컬 푸드, 유기동 등 음식에 관한 자신만의 철학을 들려준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