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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보면 한국문학이 보여요"

[책과 작가] 장석주 문학평론가
이광수 등 111명 소개한 책 출간… 한국문학 100년사 다뤄
작가 장석주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20살에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시인과 소설가, 출판사 편집장을 거쳐 문학비평가와 에세이스트,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30여 년 동안 하루 8시간씩 책을 읽으며 50권의 책을 쓰기도 했다. 말하자면 작가 장석주는 활자가 빚어내는 모든 향연을 즐기는 사람이다.

따뜻한 비평의 힘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노트북을 켠 채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50대 작가. 근대와 현대가 맞물린 듯한 이 장면을 잠시 감상하다 저자에게 인사를 건냈다.

"오전 회의가 일찍 끝나서 한 시간 빨리 만나자고 전화했어요.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선정이 막 끝났거든요. 선정자들끼리 점심 먹고 차 마시고 인터뷰 기다렸죠."

새벽 4시에 일어나 12시까지 글을 쓰고, 다시 오후에 8시간씩 책을 읽거나 라디오 프로그램 녹음을 하는 그의 일상에서 이런 '외도'는 실로 오랜만인 듯했다. 남들보다 책을 빨리 읽지 못 한다는 그가 2만 권의 장서를 모으고, 그에 버금가는 양의 텍스트를 읽어내는 건 아마도 책에 대한 애정 때문인 듯하다.

그는 2000년 경기도 안성에 '수졸재(守拙齋)'란 집을 짓고 서울 작업실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데, 작업실과 집이 마당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선 수졸재에는 그가 수십 년간 모은 2만 권의 장서가 있다. 몇 해 전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맡게 되면서 주말에만 작업을 하고 있다고. 홍대 부근 얻은 작업실에도 3년 만에 4000권의 책이 쌓였다.

"수졸이란 '졸렬함을 지킨다'는 뜻이에요. 수졸재는 어리석은 자가 엎드려 사는 곳이라는 의미이죠. 옛 선비들은 당호를 지을 때 굉장히 겸손하게 지었는데, 추사 김정희의 집 중에 '수졸서원'이 있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자신의 집을 '수졸당'이라고 부른데요. 또 다른 뜻은 바둑에서 프로기사 1단의 별칭이 수졸이에요. '겨우 제 집을 지킬 줄 안다'란 뜻인데 이것 역시 굉장히 겸손한 뜻이죠."

책을 읽고 쓰는 것 이외에 그의 일과 중 하나가 문인을 만나는 것이다. 75년 등단해 문단 안팎으로 교우했던 그는 3년 전부터 국악방송 <행복한 문학>의 진행을 하면서 작가를 소개해 왔다. 문인들과의 오랜 교우와 문학에 대한 애정은 그의 비평에서 오롯이 묻어난다. 그는 "문학작품 이외에도 그 문학을 떠받치는 작가의 일상을 알게 되면서 문학에 대한 따뜻한 이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가의 삶이나 상상력은 시대의 제약을 받게 되죠. 시대가 허락하는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요. 시대는 우리의 삶, 상상력, 문학을 규정하는 것인데, 비평가로서 작가와 작품을 규정하는 힘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해요."

창작자로서 비평을 겸하는 그에게 '너무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작가를 만나는 것이 역효과를 내지 않느냐'로 물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서 내 글을 다시 볼 수 있다"는 대답이 나온다.

"자기 문장이 있으면 괜찮아요. 저도 창작을 하면서 다른 이의 글을 보기 때문에 창작 과정의 지난함을 이해하죠. 아마도 비평만 하는 사람과는 다르게 읽겠죠."

한국문학 대한 오마주

그가 1000 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한 책을 다시 우리 앞에 내민다. 111인의 한국 문학 작가를 소개한 책 <나는 문학이다>(나무이야기 펴냄). 제목부터 다분히 주관적인 이 책은 저자의 개인 취향이 반영된 작가론이다.

1993년부터 15년간 구축한 수백 명 분의 '작가 데이터베이스'에서 주요 작가 111인을 추려냈다. 총 8개장으로 이뤄진 책은 이광수, 김동인, 김소월로 출발한 한국문학의 맹아기부터 공지영, 김영하, 배수아로 이어지는 1990~200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문학까지 한국문학 100년사를 다룬다.

저자의 취향대로 꼽았지만, 백여 명의 인물만으로도 한국문학사의 지형도가 그려진다. 작가의 생애, 작품 소개에서 시작해 작가 비평, 저자가 30여 년 문단 안팎 교우를 통해 겪었던 작가와의 일화까지 다양한 볼거리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충실한 사료와 저자의 입담이 두툼한 책 두께의 부담을 덜어준다.

'이광수는 현대소설의 아버지다. 이 공적 아버지는 고마운 존재면서도 흠이 많은 아버지다. 이광수는 전근대에 머물러 있던 서사문학의 내적 문법을 바꾸고 현대성을 수혈하면서 비로소 한국어가 자아와 세계를 동시에 포획하는 현대소설에 적합한 문자라는 사실을 증명해낸다.'(19쪽, '흠 많은,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현대문학의 아버지 이광수' 중에서)

'순결성은 청년의 첫 번째 조건이다. 청년의 나이를 넘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호구지책, 안락함, 사유재산에 매달린다. 그러면 순결성은 훼손되고 만다. 순결성이 훼손되면 더 이상 청년일 수가 없다. 시인이며 화가이고, 동시에 소설가인 이제하는 나이 일흔이 넘어서도 청년의 으뜸 조건인 순결성을 오롯이 간직한 사람이다.'(469쪽, '기인 아닌 기인, 마술적 리얼리즘의 소설 세계 이제하' 중에서)

인터뷰에서 최고의 작가로 이상과 김유정을 꼽은 그는 "1930년대가 한국 문학의 첫 번째 르네상스"라고 말했다.

"모더니스트 이상은 가장 문제적 인물이었고, 소설의 골계미학에서 아직 김유정을 뛰어넘은 작가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가난과 질병으로 당대 작가들의 삶은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런 작가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문학사가 풍성할 수 있었죠."

두 번째 르네상스는 한글세대가 전면에 등장한 1960년대. 황동규, 정현종, 김승옥, 이청준 등 주요 문인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이 시기는 또한 한글로 문장을 쓰는 세대란 점에서 문학사의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시기다. 작가를 중심으로 한국문학 100년 역사를 정리한 저자는 "다시 한국문학의 르네상스가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시나 소설, 비평에서 굉장한 역동성이 보이거든요. 내부 역량을 쌓는 과정이 지나면 다시 대중의 환호를 받는 한국문학 제 3의 르네상스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요. 그리고 문학은 모든 문화 장르에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체잖아요. 그런 점에서 다시 대중들이 문학에 관심을 둘 거라고 생각하죠."

이 책에서 다 하지 못한 말은 내년에 집필할 책 <나는 문학이다 2>에서 이어갈 계획이다. 2권에서는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동안 활동한 당대의 문인들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그는 수필가 피천득, 극작가 오태석, 이윤택 등 신간에 소개하지 못한 다양한 문인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 소개한 111인을 각자 한 권씩 111권의 작가론으로 쓰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죠. 공공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고 싶다는 것처럼 실행 불가능한 욕망이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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