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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많이 달려 꽃버무리 별칭도

■ 개버무리
여름은 지나갔지만 아직 가을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계절이다. 단풍 들고 낙엽은 지지 않았으나 이미 초록은 생명을 다한 듯하고, 꽃 지고 열매를 만들고 있으나 아직 때에 이르지 않아 풍성하지도 못한 요즈음이다. 덥지 않으나 서늘하지도 않은 시기다. 때론 이렇게 어중간한 계절 속 풍광이 더욱 쓸쓸하고 애잔하기도 하다.

오래 전이지만 처음 개버무리를 만났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 민통선이 가까운 철 지난 강가에서 한 무더기 서로 어울려 피어 있던 개버무리는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말로만 듣던 개버무리를 보는 순간 ‘바로 이 멋진 덩굴이 개버무리구나’ 하고 첫 눈에 알아보았다. 글자나 그림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여유롭고 다정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개버무리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덩굴성 나무이다. 그 중에서도 사위질빵이나 으나리 종덩굴과 같은 집안 식물이다. 열매는 마치 할미꽃의 열매처럼 깃털 같은 까락들이 발달하고 다 익어 하얗게 흐드러진다는 점, 꽃잎과 꽃받침의 구분 없이 화피가 달린다는 점, 수술이 많고 암술은 나선상으로 도드라져 발달한다는 점 등이 이 집안 식물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그 중 개버무리는 많이 벌어진 노란색 화피를 가지고 있고 잎은 세 번씩 두 번 갈라져 피침형의 가장자리에 톱니가 발달한 날렵한 잎을 가졌다는 점이 차이다.

꽃이 많이 달려 참 아름답다. 이 덩굴나무는 꽃버무리라는 별칭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누구나 꽃은 좋아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개버무리란 이름의 유래는 아무리 고민을 하여도 알아내기 어렵다. 버무리다가 여러가지를 골고루 한 데 뒤섞었다는 뜻을 가졌다면 덩굴이 꽃과 열매가 한 데 엉클어져 무더기로 피어있는 모습에서 붙인 말일까, 근거 없는 추측을 해보았다. 그래도 그 앞에 ‘개’자가 붙은 이유는 정말 알 수 없다.

그리 흔치 않은 나무이니 쓰임새가 크게 발달한 것은 없다. 어린 잎은 데쳐서 묵나물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덩굴의 특성이나 꽃의 아름다움 그리고 열매가 익어가도록 오래 꽃이 피는 여러 특성을 보면 관상용으로 개발하면 아주 좋을 것 같다. 이미 분에 담아 덩굴이 타고 올라갈 구조물을 만들어 키우는 이들도 있고, 철망이나 벽 같은 곳에 잘 열리며 아주 멋진 조경 소재가 될 것이다.

보통은 햇볕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 심어야 한다. 양분이 많은 땅이면 더욱 좋다. 그늘에 들어가면 꽃도 안 피고 삭아버리기 쉬우니 풍성하게 달리는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싶으면 반드시 적절한 곳에 심어야 한다. 이 나무가 주로 자라는 곳은 냇가의 돌 틈, 숲 가장자리, 때론 허물어진 담터 같은 곳이니 이러한 곳을 생각하면 키우기 적절한 조건을 짐작할 수 있다.

가을이 깊어가고 쓸쓸함도 깊어 병이 되기 전에 훌훌 오래 전 개버무리 만났던 그 강가로 떠나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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