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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이리의 송곳니'를 닮았을까

낭아초
생각해 보니 낭아초를 제대로 본 것은 올해 처음인 듯하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잘 알고 있는 듯해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아오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오래 전부터 이런저런 인연을 맺어 온 경우도 있는데 낭아초는 전자에 속한다.

이름도 기억에 착 달라붙어 있을 만큼 익숙해 길가에서 낭아초 무리를 보면서 생소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건 낭아초를 어느 특별한 곳에서 만났던 기억이 없기 때문일 거다.

낭아초를 새삼스럽게 들여다 보니 꽃빛깔은 참 곱고, 꽃차례는 참 독특하다. 잎들은 동그라니 귀엽고, 뻗친 듯 자란 가지들은 재미났다.

한번 보고 나니 올해 이곳저곳에서 낭아초와 몇 번이나 부딪쳤다. 마음에 들어오고 나니 저 멀리 그 자태만 보아도 알아볼 수 있게 됐다. 도로변에 사방용으로 많이 등장하게 된 이유도 있을 듯하다.

낭아초는 반관목성의 낙엽지는 나무이다. 콩과에 속한다. 이름에 '초(草)'자가 들어갔으니 풀인 듯 싶지만 목질이 잘 발달하여 나무로 구분하는 편이 적합할 듯도 하다. 제주도나 남쪽의 바닷가에 주로 자라는 식물이어서 그간 보기 어려웠을 터인데, 싸리나 칡처럼 도로를 만들고 난 경사면을 빨리 초록으로 피복하는 나무로 쓰였다. 그 중에 일부가 여기저기 뛰어나가 자리를 잡게 되면서 특히 도로변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꽃은 싸리꽃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을 만큼 비슷한데 분홍빛의 작은 꽃들이 마치 칡꽃이 달리듯 여러 송이 달리면서도 늘어지지 않고 바로 서서 아래로부터 피어 올라가 아름다우면서도 기운차게 느껴진다. 여름에 피어 가을까지 이어지니 오래 동안 꽃을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잎은 아카시나무처럼 여러 개의 작은 잎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고 끝이 동글다.

싸리꽃을 닮았다고 하였는데, 싸리 집안은 아니고 그 옆에 있는 땅비싸리 집안이다. 청바지의 청색염료(인디고) 만드는 바로 그 식물의 집안이어서 속명이 Indigofera인데 낭아초는 염료로 쓸 수 없는지 영어 이름이 False Indigo 즉 가짜인디고이고 학명에도 그런 뜻이 담겨있다.

그런데 우리말 이름 중에는 물깜싸리라는 별칭도 있고 보니 혹시 염료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낭아초를 눈여겨 봐 달라고 말하고 싶다.

낭아초는 어감상으로는 정답고 좋은데, 사실 이름은 狼牙草라는 한자를 그대로 따온 것으로 이리의 송곳니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 식물이 전체적으로 고우면서도 야성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고, 꽃차례나 열매가 삐죽하긴 하지만 무섭게 지는 것은 아니어서 도대체 어느 부분이 무시무시한 이리의 이를 닮았는지는 나의 상상력으로는 짐작하기가 어렵다. 마극, 선학초라고도 한다.

햇볕만 보장되면 추위와 건조에 강하고 한번 자리를 잡으면 씨앗이 떨어져 무더기로 자랄 만큼 강건하여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방용으로 쓰였고, 일미약이라는 생약명으로 한방에서 이용한다는 기록도 있다. 꽃을 따서 설탕에 재었다가 꽃요리와 차로 마신다니 그 또한 멋진 쓰임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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