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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신간 안내] 에브리맨/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펴냄/ 9500원
한 평범한 노인의 삶과 죽음이 주는 섬뜩한 감동
국내 생소한 이름이지만, 필립로스(Philip Roth)는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1959년 <안념 콜럼버스>로 이름을 알린 후 30여 편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각각의 작품은 모두 현대 미국사회와 보편적 인간의 삶을 그려내며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신간 <에브리맨>(Everyman)은 2006년 발표된 그의 스물일곱 번째 작품이자 국내 정식 출간된 첫 장편 소설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늙고 병들어 죽게 된 한 남자를 공동묘지에 묻으며 그의 주변인들이 그의 삶을 천천히 회상하고 이 회상에 따라 그의 인생이 역추적된다.

이 남자는 미국 뉴저지의 한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에브리맨'이란 보석상을 운영했는데, 대공황에도 손님들에게 외상을 주는 인심 좋은 아버지였다. 평범하면서도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오랫동안 화가가 되고 싶은 꿈에 미술학교를 들어가지만, 세속적이고 모험을 싫어하는 천성 탓에 그림을 포기하고 뉴욕의 광고회사에 취직해 성공을 거둔다.

그는 경제적 풍요를 거두지만, 결혼에서만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특히 자신보다 25살이나 어린 '뇌가 없는 모델' 때문에 헌신적이었던 두 번째 부인 피비를 배신했던 일은 그의 가슴을 쓰라리게 한다. 자신에게 자상했던 형 하위와의 관계가 멀어진 것도 그의 마음을 괴롭게 한다.

세 번의 결혼에서 모두 실패한 그는 은퇴 후 저지쇼의 은퇴자 마을 스타피시비치에 와 머문다.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한 그는 스타피시비치 주민을 위한 그림교실을 연다.

그러나 이 마을에서 그가 과거에 어떤 성공을 거두고 어떤 사랑을 나누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은퇴자 마을에서 사람의 이력이란 의학적으로 얼마나 건강한 육체를 갖고 있느냐와 동일한 것이다. 잦은 수술과 예고 없이 찾아오는 통증, 외로움과 고립감은 그를 나약하게 만든다. 그는 이제 한 사람의 노인에 불과하다.

소설에서 주인공의 이름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제목 '에브리맨'은 주인공 아버지의 보석가게 이름이자, 주인공 '그', 이 소설을 읽는 독자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 모두를 일컫는 거대한 메타포다. 한 평범한 늙은이의 삶과 죽음이 비장한 수사학의 도움 없이도 섬뜩한 감동을 주는 이유다. 이것이 바로 나와 당신의 이야기일 테니까.

무미건조하면서도 명확한 문장은 고전 소설의 문체를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지음/ 나일등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1만 9000원

저자는 1966년부터 1988년까지 22년간 뉴욕 타임스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그 경력을 바탕으로 그는 신자유주의 미국 사회를 살아가는 근로 빈곤층(Working Poor)의 삶을 참여관찰과 인터뷰로 담아냈다. 빈민 계층, 이혼여성, 싱글 마더 등은 세계 최강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가려진 이면이다. 이들은 국가나 기업의 복지에서 배제된 채 빈곤의 굴레 속에서 노동을 이어간다.

인권의 대전환
샌드라 프레드먼 지음/ 조효제 옮김/ 교양인 펴냄/ 2만 9000원


지난 해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법철학과 사회학 분야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인권 관련 연구를 집대성한 인권 연구서다. 저자인 샌드라 프레드먼은 여성 최초로 옥스퍼드 대학 법학부 교수가 된 세계 최고의 석학. 그는 법학과 철학 두 영역에 뿌리를 두고 자유, 평등, 연대, 민주주의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논리로 파헤친다. 저자는 이 책에서 100 여개 판례를 통해 인권 개념의 전환을 이끌어 낸다.

벌거벗은 원숭이에서 슈퍼맨으로
데이비드 스즈키, 홀리 드레슬 지음/ 한경희 옮김/ 검둥소 펴냄/ 2만 5000원


이 책은 하나의 생물종에 불과한 인류가 다른 생물종을 짓밟으며 슈퍼맨으로 진화해온 방식을 보여준다. 저자는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문화 등 200 여 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화, 미디어, 유전자 조작과 같이 인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 서로 굳건히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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