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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회의주의자

[신간 안내] 푸코, 사유와 인간/폴 벤느 지음/ 이상길 옮김/ 산책자 펴냄/ 1만 4000원
판옵티콘을 모른 채 사이버 세상의 폐해를 짐작할 수 있을까? 에피스테메를 모른 채 근대를 말할 수 있을까? 미셸 푸코는 현대 지식인 사회의 거대한 산과 같은 존재다.

신간 <푸코, 사유와 인간>(원제: 푸코)는 푸코의 30년 지기였던 역사학계의 대가, 폴 벤느가 쓴 '푸코 설명서'다. 그는 자신이 이해한 푸코의 저작, 자신이 알고 있는 푸코의 삶과 말을 엮어 하나의 독특한 텍스트를 만들어 냈다.

'아니다, 푸코는 구조주의 사상가가 아니었다. 아니다, 그는 이른바 '68사상'에 속해 있지 않았다. 그는 상대주의자도, 역사주의자도 아니었다.' (8페이지, '들어가며' 중에서)

저자가 그리는 푸코는 구조주의자도, 마르크스주의자도, 하이데거주의자도 아니다. 그가 이해한 푸코는 회의주의자다.

'죽기 25일전, 푸코는 자신의 사유를 한 단어로 요약했다. 통찰력 있는 대담자가 그에게 질문했다. "어떤 보편적 진리도 긍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신은 회의주의자 아닌가요?" 그가 대답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자, 여기서 진상이 밝혀졌다.'(64페이지)

모든 일반론과 형이상학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푸코의 회의주의는 실증적이고 엄밀하지만 언제나 잠정적일 수밖에 없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담론을 만든다.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그 내벽조차 알지 못하는 어항 안에 갇혀 있고(철학에서는 이를 흔히 '장치'라고 명명한다) 담론은 이 어항 안에서 형성된다.

저자는 회의주의자를 이 어항을 바라보며 사유하는 관찰자이자 그 스스로 어항에 갇힌 금붕어라고 말한다. 저자가 책의 제목을 '사무라이와 금붕어'로 지으려 했던 이유다. (푸코의 글을 저자는 사무라이의 '지적인 검술'에 비유했다.)

푸코는 자기 저작들 속에서 각 시대에 구성된 고유한 진리와 '진실 게임'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푸코 철학이 역사학의 대상 구성과 연구 노동에 어떤 식으로 이용되었으며 또 이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대부분의 철학은 철학자 혹은 사람들과 존재, 세계, 신이 맺는 관계로부터 출발한다. 푸코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당연한 듯 행하는 것, 진리라고 여기면서 말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아니, 엄청난 다수가 이미 죽었기 때문에, 그는 그들이 다양한 시대에 행할 수 있고, 말할 수 있었던 모든 것에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그는 역사에서 출발한다.'(28페이지)

푸코를 회의주의자로 규정하는 벤느의 관점은 푸코를 투사의 그림자 뒤에 가려졌던 예술가, 역사가, 작가, 푸코의 모습을 불러낸다. 물론 비판적 지적도 있다. 푸코의 회의주의는 어떤 담론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끝까지 밀고 나가 그 특이성을 드러내는 데서 출발한다.

벤느는 이 담론이라는 용어가 잘못된 선택이라고 단언하는데, 그에게 담론이란 '말해진 것'이 아니라 '말해지지 않는 것', '개념 이전의 것'이다. 벤느는 푸코가 말한 담론이란 바로 '시각의 편협성'이라고 말한다.

벤느는 푸코가 실천이나 전제라는 용어 대신 담론을 쓴 이유에 대해 당시 프랑스에 불었던 언어학적 유행에 민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이런 도발적 해석은 푸코식 담론 분석이란 이름아래 수행된 작업의 지반을 흔든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역사학자가 쓴 푸코에 관한 '비판적 오마주'인 셈이다.

내가 사랑하는 시
최영미 지음/ 해냄 펴냄/ 1만 2800원


90년대 여류시인의 대표로 꼽혔던 최영미. 그가 시력 18년을 맞아 자신의 작품을 풍요롭게 만든 55편의 시를 한자리에 모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사로잡는 기지가 넘치는 시' <소네트71>(세익스피어)부터 '이보다 간단명료하게 쓸쓸한 우리 시를 나는 못 본 듯하다'고 말한 <그 사람에게>(신동엽)까지 동서고금을 망라한 작가의 시 예찬론을 만날 수 있다.

예술 발견! 창의적 삶을 위한 프로젝트
프랑크 슐츠 외 지음/ 심희섭 옮김/ 미술문화 펴냄/ 1만 9000원


미술 감상 설명서. 미술사, 장르, 유파, 기법 등 미술에 관한 지식을 다루기보다 독자 스스로 미술에 대해 사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술가는 누구인가?', '무엇이 예술이 되는가?' 같은 독자가 예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봤음 직한 6개의 질문을 던지고, 여기서 뻗어가는 사유로 구성된다.

젊은 예술가에게
아트 온 페이퍼 편집부 엮음/ 정아롱 옮김/ 아트북스 펴냄/ 9500원


미국 예술잡지 <아트 온 페이퍼>가 2005년 여름 특집으로 준비한 기획을 책으로 묶었다.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막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젊은 예술가가 흐린 앞날에 대한 회의로 성공한 예술가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 것. 중국작가 쉬 빙, 비디오․퍼포먼스 아트의 개척자 조앤 조너스, 미국을 대표하는 개념주의 미술가 존 발데사리 등 23명의 아티스트들이 젊은 예술가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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