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복사꽃 피는 날들/꺼페이 지음/ 김순진 옮김/ 창비 펴냄/ 1만 5000원

1980년대 후반 등장한 중국 선봉(先鋒)작가들은 광기와 폭력 등 인간의 비이성적 측면을 전면에 다루고 있다. 파격적인 형식과 독특한 언어, 절대이성을 부정하는 과감한 해체 방식이 이들 서사의 특징으로 꼽힌다.

중국 꺼페이(格非)는 마위안, 위화, 쑤퉁 등과 함께 중국문단에 대거 등장한 선봉 작가 중 하나다. 그는 초기 작품에서 뒤엉킨 스토리 속에서 인물의 내재적 의식을 파격적으로 다양한 형식으로 묘사하곤 했다.

현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작품을 썼던 그는 1995년 장편 <욕망의 기치> 이후 10년 간 연구 활동에 전념하다 2004년 이 책 <복사꽃 피는 날들>을 내놓았다.

장편 <복사꽃 피는 날들>(원제: 인면도화人面桃花)은 20세기 초 신해혁명 전후를 배경으로 여주인공 루슈미의 일생을 통해 중국의 유토피아 드림과 한 개인의 인생을 이야기 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작품은 도화원에 대한 아버지의 꿈(1부), 신해혁명 시대 중국인이 꿈꾼 대동세계(2부), 이상사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슈미의 일생(3,4부)을 그리고 있다.

1부는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주인공 슈미가 아버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아버지의 꿈에 관한 내용과 아버지의 가출 직후 슈미의 집에 들어온 '쟝지위안'이란 인물의 행적과 그의 죽음으로 구성된다.

2부에서는 쟝지위안이 죽은 후 그의 일기장을 통해 드러나는 혁명가로서의 모습, 토비의 소굴인 화쟈셔 마을에서 겪는 슈미의 고난과 마을의 몰락을 그린다. 3부에서 일본에서 중국 푸지로 돌아온 슈미가 행하는 다양한 개혁과 혁명 실패의 과정이 묘사된다. 마지막 4부에서 혁명의 실패로 감옥에 들어간 슈미가 그곳에서 풀려나, 죽음을 맞는 과정이 그려진다.

주인공 슈미는 중국의 전통적인 유토피아 사상과 근대적 혁명 사상의 중간지점에 있는 존재로 작가는 마지막 4부에서 슈미의 죽음 이후, 그녀가 감옥에서 낳자마자 누군가의 손에 맡겨야했던 아들이 푸지 메이청 현장으로 부임한다는 설정으로 작품을 끝맺는다. 혁명기를 거쳐 새 시대에 유토피아에 대한 꿈을 싹틔울 수 있다는 암시인 셈이다.

본래 3부작으로 계획된 소설의 1부 격인 이 작품은 2004년 출시됐고, 1952년부터 1976년까지 문혁시기를 그린 2부 <산하입몽(山河入夢)>이 2007년 중국현지에서 출간됐다. 3부는 현재 집필중으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꺼페이의 이 삼부작은 중국 100년사를 정리한 거대한 서사인 셈이다.

장구한 배경의 이 작품은 꺼페이의 이전 작품보다 형식과 언어가 소박하고 스토리 전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탄탄한 스토리와 흡입력 있는 문장은 600 페이지에 가까운 소설을 단번에 읽게 만든다.

미술의 종말과 엔드게임
이광래, 심명숙 지음/ 미술문화 펴냄/ 1만 7000원

엔드게임은 체스 용어로 치밀한 계획과 작전이 필요한 중간단계와 달리 다양한 가능성들을 열어놓은 채 게임을 끝내는 최종단계를 말한다. 이 책은 20세기 중반 일어난 문화운동인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데리다와 푸코로 대표되는 해체주의, 포스트해체주의까지 '엔드게임'이란 키워드로 미술과 철학을 돌아본다.

적절한 균형
로힌턴 미스트리 지음/ 손석주 옮김/ 아시아 펴냄/ 1만 7900원

로힌턴 미스트리는 인도 사회의 복합적 근대사를 배경으로 인도의 삶을 다루는 대표적인 작가다. 파르시 가문의 마넥은 부모의 기대 때문에 봄베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어머니의 고교 동창생인 디나의 집에서 하숙하게 된다. 디나는 신혼 초 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 살아가는 여성이다. 인디라 간디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1975년 전후를 배경으로 인도의 카스트 문제, 여성문제, 종교와 인종 갈등을 표현했다.

나는 한옥에서 풍경놀이를 즐긴다
임석재 지음/ 한길사 펴냄/ 2만 원

건축사학자 임석재가 한옥의 미를 건축미학 관점에서 분석했다. 저자는 풍부한 인무학적 식견과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프로이드, 증자, 포스트모더니즘, 대승불교 등 다양한 사상적 배경이 한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한다. 한옥 유구 39기를 망라해 직접 찍은 사진 160 컷을 책에 담았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