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작가]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손미나스페인·도쿄 이어 서구의 다양한 문명 섞인 아르헨티나 여행 에세이 출간

"날씨가 어제부터 쌀쌀해졌죠? 외국에서 오랜만에 서울에 왔는데, 매서운 한국의 겨울 날씨에 '여기가 우리 집이구나' 실감했습니다."

여행 작가로 변신한 프리랜서 방송인 손미나 씨가 아르헨티나를 돌아와 쓴 책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를 최근 출간했다.

스페인 유학 시절 경험을 썼던 에세이<스페인 너는 자유다>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손 씨는 이후 전문 여행 작가로 변신해 지난 해 도쿄여행 에세이 <태양의 여행자>를 출간한 바 있다. 신간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는 세 번째 여행 에세이로 스페인어를 전공한 그녀의 이력을 십분 살린 책.

"제목이 강렬한 편이죠? 제가 느낀 아르헨티나는 아픈 사연이 많은 나라, 그럼에도 아름다운 열정을 꽃피우면서 살아가는 나라였어요.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줄어들 때, 이 책을 읽고 힘을 냈으면 하는 생각에서 주문을 거는 제목을 생각했습니다."

보르헤스처럼 황홀한

'네가 아르헨티나에 마음을 뺏기기 시작한 것은 보르헤스의 시를 공부하던 학창 시절,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모습은 봄날의 바람처럼 내게 막연한 꿈을 안겨다 주었다. 천재 작가 보르헤스의 황홀한 시어들을 통해 더욱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습으로 빚어진 도시를 직접 거닐어 보고 싶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내가 소망했던 일이다.'(4페이지, '프롤로그' 중에서)

"10여 년 전 결심을 이룬 건 지난 해 봄이었어요. 우리나라 면적의 28배인 아르헨티나는 보통 시간을 갖고 여행할 수 없는 나라라서 그야말로 발품을 팔며 열심히 다녔습니다."

우리나라와 정확히 반대편에 위치한 곳, 때문에 계절과 낮밤이 모두 반대인 아르헨티나는 서구의 다양한 문명이 섞인 오묘한 나라다.

작가는 책에서 "아르헨티나 사람은 스페인어로 말하면서 프랑스인처럼 생각하고, 유대인처럼 일을 하며 스스로를 독일인이나 영국인이라고 착각하는 이탈리아인이다"(40페이지)란 재미있는 말을 소개하며 이 매력적인 나라 곳곳을 누빈다.

1장에서는 탄산수와 함께 마시는 커피, 아르헨티나의 축구 사랑, '아사도'로 유명한 고기 요리, 광속택시 등 아르헨티나 문화를 소개한다.

이어 짝퉁과 거짓말이 판치는 사회, 대평원 팜 속 인디언의 삶, 아르헨티나 신문과 방송에 출연한 경험까지 이국적인 아르헨티나 여행 이야기를 2,3,4장에 엮었다.

물론 이 여행 경험을 밑천 삼아 작가가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인생'이다. 그녀는 남미의 대표적인 춤 탱고를 배우며 사랑과 인생을, 아르헨티나 빈민가 출신 영화배우와 저녁을 먹으며 '희망'을 알게 됐노라고 말한다.

'탱고는 춤이 아니야. 그저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거지. 누군가와 함께 걷기 위해서는 우선 혼자 잘 걸을 수 있어야 하지. 마치 인생이 그런 것처럼.'(95페이지)

'만남은 여행의,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고 새로운 꿈을 빚어가는 사람들과 뜨거운 가슴을 맞대고서 함께 웃고 울 수 있었음에, 그로 인해 내 삶이 다시 생명을 얻었음에 감사한다.'(132페이지)

"첫 책을 출간하고 나서 서점에 갔을 때, 저를 알아본 한 여대생이 '힘들 때 제 인생에서 손을 잡아 주셨어요'라고 인사를 했어요. 그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그런 희망을 주는 삶을 사는 게 제 꿈이에요."

나를 바꾸는 여행

손 씨가 여행 작가로 전향한 결정적 계기는 첫 에세이 <스페인 너는 자유다>가 10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리면서 삼성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으면서다. 작가는 재작년 삼성출판사로부터 1년에 1권씩 해외로 여행을 하고 그걸 책으로 내는 여행 시리즈물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다.

"여행 작가로 전업하고 나서도 여행이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책을 쓰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여행은 즐기고, 여행 후 책을 쓰는 과정부터가 저에게는 일로 느껴져요. 물론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한 후에 여행을 떠나는 게 이전과 차이라면 차이겠죠."

그는 "달나라를 간다고 해도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여행의 결과는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런 생각은 에세이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은 아르헨티나에 관한 소개와 일상, 그 속에서 느낀 사색이 함께 맞물려 있다. 손 씨는 남미의 문화를 소개하며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법'(2장)을 소개하고,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며 '사는 것이 행복한 이유'(3장)에 대해 말한다. 이런 단상은 여행과 집필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한 작가의 내면을 보여준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방송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여운을 남긴 그는 다시 책을 쓰기 위해 유럽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제 이름을 딴 이 여행서 시리즈는 변함없이 진행되고요, 올해 초 번역작업을 했는데(에세이 <엄마에게 가는 길>), 힘들면서도 보람있더라고요. 번역 작업도 계속 하고 싶어요. 또 지금까지 썼던 글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의 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