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영국인 발견(케이트 폭스 지음/ 권석하 옮김/ 학고재 펴냄/ 2만 5000원) 外

■ 영국인 발견
케이트 폭스 지음/ 권석하 옮김/ 학고재 펴냄/ 2만 5000원

파든(Pardon). 토일렛(Toilet). 서비에테(Serviette). 영국에서 이런 단어를 입에 담는다면, 그는 중상층이 아니다. 상류층은 더더욱 아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은 철저한 계급주의 사회고, 계급성은 말을 통해 드러난다. 때문에 윌리엄 왕자의 전 연인, 미들튼의 어머니가 윌리엄 왕자의 어머니 고 다이애나비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싸구려 언어인 '토일렛'을 입에 담았다는 헤프닝이 미디어와 인터넷으로 전 세계 가십거리가 된 것은 지극히 있을 수 있는 '영국적 상황'이다.

이 책은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케이트 폭스가 쓴 '영국인다움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다. 영국에서는 그 계급적 출생이 중요한 바,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영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저명한 문화인류학자 로빈 폭스의 딸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영국의 상류층 지식인이다. 문화인류학 연구의 기본은 참여관찰.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하기 위해 수많은 영국 '원주민'을 만나 인터뷰하며 언어와 대화 속에 숨어있는 영국인다움의 규칙을 발견한다(1부 대화 규정). 2부 행동규정에서는 그런 '원리'가 영국인의 행동에서 깊이 각인되어 있음을 참여관찰로 밝혀낸다.

저자는 영국인다움의 특징으로 은 '내성적이고 억제된 성격, 사생활 보호 강박관념,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강권하지 않는 데만 신경 쓰는 나머지 상대방을 무시하는 소극적 공손의 문화, 신분과 경계에 대한 집착, 형식과 전례의 존중, 언어에 대한 열렬한 사랑, 극단적인 겸손, 페어플레이 의식, 예민한 계급의식, 위선' 등으로 꼽는다. 영국에서 생활했던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 부분에 고개를 끄덕일 테지만, 다시 의문이 생긴다. 영국인들은 왜 이렇게 강박관념 덩어리가 됐을까?

저자는 영국인을 '태생적인 사교불편증 환자' 라고 말한다. 영국인들의 유머는 '진지하지 않기', '엄숙함과 과장에 대한 반감', '낮추어 말하기' 등으로 이루어진다. 또 유머를 통해 자신을 조롱하는 것으로 겸양을 드러낸다. 병적인 사생활 보호 욕구를 지니고 있고 이는 집과 집수리에 대한 집착으로 드러난다.

영국인의 신분은 돈이나 직업이 아니라 입을 통해 드러난다. 상류층과 노동계급, 중산층은 고유의 발음과 억양으로 구분된다. 저자는 영국인들의 계급강박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은 계급차이가 이제 존재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말한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또 다른 영국인의 특성, 위선이다.

책은 시종일관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어조로 발랄하게 그려진다. 600여 페이지의 두툼한 책이 술술 넘어가는 이유다. 저자는 "전문학자가 아닌 '까다로운 비전문 대중'을 위해 썼다"고 밝히지만, 이 경쾌함 역시 영국인다움의 특징이다.

■ 나무 사전
강판권 지음/ 글항아리 펴냄/ 7만 8000원

<나무열전>, <중국을 낳은 뽕나무> 등 역사학자로서 꾸준히 나무에 관련된 책을 펴낸 강판권 교수가 자신의 나무 연구를 결산한 작업을 선보였다. 217종의 나무에 얽힌 역사․인문 정보를 조선시대 백과전서의 전통을 잇는 형식으로 담아낸 것. 1100여 페이지의 두툼한 책을 펼치면 나무 이름의 유래, 식생의 특성, 쓰임새, 인간의 삶과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가 쏟아진다.

■ 게릴라걸스의 서양미술사
게릴라걸스 지음/ 우효경 옮김/ 마음산책 펴냄/ 1만 4000원

1985년 뉴욕에서 결성된 익명의 여성 예술가 모임 게릴라걸스의 저서. 이 책은 여성 예술가 64명의 삶과 작품을 조망한다.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연대기적 구성 안에는 카미유 클로델, 프리다 칼로와 같이 잘 알려진 미술가뿐만 아니라 중세의 대수녀원장이던 빙겐의 힐데가르트, 20세기 중국 여성화가 판위량과 강렬한 색상과 기하학적 단순화로 알려진 브라질 작가 타르실라 두 아마랄 등이 소개된다.

■ 올림픽의 몸값 1.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펴냄/ 각 권 1만 3000원

<공중 그네>로 알려진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장편 소설. 방화로 인한 폭발사고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담무쌍하게 경시청에 협박장까지 보내는 방화범의 요구는 당돌하다.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고 싶으면 몸값을 지불하라는 것. 경찰은 외부에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 채 수사를 진행하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고 방화는 계속된다. 오쿠다 히데오의 첫 번째 본격 서스펜스 작품.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