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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으로 공원조경용으로 인생역전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개오동나무
식물이름에 '개'자가 붙으면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살구나무와 비슷하지만 열매를 먹을 수 없는 개살구나무, 나리꽃보다 꽃이 작은 개나리, 고삼(느삼)처럼 약이 되지 않았던 개느삼, 쭉 자라 올라가지만 오동나무처럼 목재로 쓰임새가 떨어지는 개오동나무…

하지만 인생에도 역전이 있듯이 시대가 바뀌면서 나무나 풀을 보는 관점이 변하면서, 특히 먹을 수 있느냐와 없느냐의 관심사로 식물들의 위치가 달라지곤 한다.

약이 되지 않는다는 개느삼은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에다 그 분포지가 제한적이어서 일부 지역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법적인 보호를 받기도 한다.

맨드라미보다 꽃이 작았던 개맨드라미는 화려한 꽃색의 변화가 있어 훨씬 다양한 품종개량이 이루어지면서 관상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먹을 수 있는 진달래를 참꽃이라 하고 먹지 못해 개꽃이라 했던 철쭉은 보다 훌륭한 조경수 소재로 인정받으며 전국에서 철쭉제도 열린다.

개오동나무도 입장이 다소 바뀌었다. 나무를 키워 딸을 시집 보낼 때 장을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쓰임새는 줄어들고 그 옛날의 위상도 낮아지고 있지만 이곳 저곳에서 개오동나무을 찾는 소리가 들린다. 주로 약으로 쓰인다고 알려지고, 공원에 심기에도 적절해서이다.

개오동나무는 능소화과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큰키나무이다. 우리 나무로 알려져 있고 고궁에 노거수도 발견되고 있으니 우리나라에 심은 지는 오래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는 아니다. 본래 고향은 중국이다. 사실 쭉 올라가는 비교적 곧은 줄기하며, 아이들이 비를 가릴 정도의 큼직한 잎새는 오동나무와 비슷하며 크게는 종 모양의 꽃송이들이 원추형으로 달리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연한 보라색 꽃이 피는 오동나무와는 달리 연한 노란색 꽃이 피며 그 안쪽 불규칙한 보라색의 점선이 발달하고, 갈라진 꽃잎 가장자리도 마치 너덜거리듯 구불구불하다. 결정적으로 열매의 모양이 확실하게 다른데 개오동나무의 열매는 마디가 없는 가늘고 긴 막대 모양으로 생겼지만 오동나무의 열매는 달걀 모양이다. 꽃은 여름에 피는데 제법 예쁘고 향기도 있어 좋다,

개오동나무는 예전부터 약으로 썼는데 열매는 자실, 뿌리는 저백피라는 생약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저백피는 수렴효능이 있어 다양한 증상에 이용됐다. 이러한 개오동나무가 선풍적인 관심을 모았던 것은 신약이란 책에 노나무와 벌나무가 나와 암에는 물론 많은 질병에 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그중에 노나무가 개오동나무라는 소문이 퍼져서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 식약청은 항암효과는 발견하지 못하고 소염작용이 있다고 말하고 있고, 중국이 고향인 나무인지라 우리 땅에 절로 자란다는 생태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신중해야 하는 문제에 소문에 따라 부정확한 소문들이 퍼지는 것도 큰 문제이나 사실, 풀이나 나무나 이 땅에 자라는 모든 식물들은 잠재적인 자원이고, 우리의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가치를 새로이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는 그때까지 이 나무가 가지는 전통적인 가치들을 충분히 존중하며 키우고 이용하며 더불어 그 아름다움과 향기까지 즐기면 될 듯 하다.

좋은 나무에 성급하게 '개'자를 붙였듯 우리도 성급한 선입견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가치를 못 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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