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봄맞이

봄맞이 하기가 참 어렵다. 한 주의 앞 뒤로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예전 봄엔 오히려 메말라 나무에 물이 오르기가 어려워 싹을 언제 틔울까 걱정이었다. 산불 걱정도 했다.

반가운 봄비가 내렸지만 올해에는 영 다르다. 기온이 또 내려 간단다. 꽃샘추위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온다. 빨리 제대로 된 봄맞이를 하고 싶다.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하는 것은 많이 있다. 거리의 여인들의 옷차림도, 길가의 개나리도, 숲 속에 올망졸망 작은 꽃들도, 삐죽거리며 올라오는 새싹들도… .

그런데 식물 중에는 이름 자체가 '봄맞이'인 꽃이 있다. 당연히 봄에 핀다. 봄이 제대로 무르익은 즈음, 산의 초입 양지 바른 길가에서 봄을 맞이하는 '봄맞이'.

봄맞이는 앵초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두 해에 걸쳐 꽃을 피우기도 한다. 키는 아주 작다. 키 뿐 아니라 꽃도 잎도 작아 눈여겨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우선 잎이 뿌리에서 돌려나와 방석처럼 바닥에 깔린다.

1cm도 안 되는 작은 잎들이 그만한 길이의 잎자루에 달려 적게는 10개, 많게는 30개씩 달린다. 잎엔 털이 퍼져 나고, 가장자리엔 둔한 톱니가 나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줄기가 쑥 올라온다, 하지만 커 봐야 가운데 긴 손가락 하나 정도의 길이이고 그 끝에 우산살처럼 작은 자루가 갈라져 순백의 고운 꽃이 달린다.

5갈래로 갈라진 작은 꽃들은 눈여겨 보면 즐거운 마음이 들 만큼 깨끗하고 예쁘다. 봄맞이 꽃을 발견하여 마음이 행복해지면 그땐 진정으로 봄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해도 좋다. 꽃잎의 안쪽엔 약간 노란빛이 나는 모습도 매력을 더한다. 이내 봄이 가기 전인 5월이면 꽃도 지고 열매가 달린다. 진정 봄을 맞이하고 지는 봄꽃이다.

별명도 많이 있다. 꽃이 좋아 꽃자를 붙여 봄맞이꽃이라고도 하고, 후선초, 후롱초란 이름이 있으며 잎이 동그랗고 작아서인지 동전초, 점 같은 작은 매화꽃을 닮아서인지 점지매, 그리고 보춘화라고도 한다. 물론 보춘화란 정식 이름을 가진 난초과의 식물은 따로 있으니 혼돈하지 말자. 영어이름 가운데 락 자스민(Rock Jasmine)이 있는데 그렇다면 향기가 좋을까? 향기를 느껴본 적이 없으니 올 봄에 이를 확인하는 것이 내 숙제 같다.

작아서 먹을 것이 없을 듯 싶지만 봄엔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고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식물체 전체 또는 열매를 썼다는 기록이 있다. 거풍, 청열, 소종, 해독 등에 효능이 있어 여러 증상에 사용했는데 다려 마시거나 말려서 가루로 만들기도 하고 술에 담궈 마시기도 하고, 독을 풀고 싶을 때에는 찧어서 상처에 붙이기도 했다.

봄맞이를 만나서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산의 초입, 산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어지는 들녘, 나무가 우거지지 않은 풀밭을 잘 찾아보자. 논과 밭둑에서도 만날 수 있다. 섬을 빼고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혹시 운이 좋다면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금강봄맞이, 더욱 작은 애기봄맞이 같은, 비슷하지만 더욱 특별한 꽃구경도 이 봄엔 가능하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