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미스터리와 종교적 지식 현대 배경으로 펼쳐져[신간 안내] 보이니치 코드 (엔리케 호벤 지음/ 유혜경 옮김/ 해냄출판사 펴냄/ 1만 5000원) 外

● 보이니치 코드 (엔리케 호벤 지음/ 유혜경 옮김/ 해냄출판사 펴냄/ 1만 5000원)

1912년 7월 12일 고서 상인, 위프레드 보이니치는 이태리 북부 지방의 한 작은 마을 사원에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인 희귀 책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책을 구입했다.

송아지 피지에 쓰인 200여 페이지의 책은 적어도 500년 전에 누군가에 의해 쓰인 필사본이었으며 책에 우주 성운 그림, 여인들이 그려진 점성학 궁도, 그리고 식물도감과 같은 여러 그림들이 있었다.

그는 언어학자들을 동원해 책에 쓰인 글을 해독해 보려고 했지만 끝내 해독하지 못했다. 현재 미국의 예일대학교 베이네크 희귀장서 도서관에 소장된 이 책은 오래 전 지구에 생존했던 누군가가 밀케웨이 성운의 모습을 오늘날 천체 망원경으로 확인된 모습과 거의 동일하게 그려 놓을 것이 밝혀져 미스터리한 책, 일명 <보이니치 코드>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언어학자들은 필사본에 사용된 언어가 현재의 인류가 사용해 온 언어보다 훨씬 더 발달한 3차원 언어, 즉 한 개의 문장이 여러 차원적인 문장들로 만들어져 많은 뜻을 표현하는 신비한 언어라고 말한다.

소설 <보이니치 코드>는 이 역사적 미스터리에서 시작한다. <보이니치 코드>가 만들어진 15세기는 갈릴레이와 요하네스 케플러, 튀코 브라헤 같은 기념비적 천문학자들이 같은 함께 했던 '드라마틱한' 역사적 사실도 존재한다.

가톨릭 수도원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청년 신부 엑토르는 암호서 <보이니치 코드>에 푹 빠져 있다. 어느 날 시 당국의 정책으로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가 닥쳐오고 상황을 해결해 보려는 생각에 수도원장은 학교 지하에 숨겨진 유물의 존재를 파악케 할 것을 엑토르에게 요청한다.

그러던 중 보이니치 문서를 쓰는 데 활용된 문자 즉 '보이니치어'로 된 저주가 수도원 벽에서 발견되고, 수도원장의 유품에서 필사본의 이름이 적힌 파일을 찾으면서 엑토르는 <보이니치 코드>가 예수회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확신을 굳힌다.

미지의 언어와 수수께끼 같은 그림으로 가득 찬 <보이니치 코드>는 우울증 증세를 보였던 보헤미아 황제 루돌프 2세의 궁정에서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루돌프 2세의 궁정은 이 해독불능인 책의 임시보관소였을 뿐만 아니라 시대를 초월해 가장 위대했던 두 수학자의 피난소이기도 했다. 덴마크의 튀코 브라헤와 독일의 요하네스 케플러가 바로 그들이라는 점에서 엑토르는 만약 이들이 연구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책이 필사본인 게 아닐까를 고민한다.

역사적 미스터리와 종교적 지식이 현대적 배경에서 씨줄과 날줄처럼 엮인 이 책은 흡사 댄 브라운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책의 저자인 엔리케 호벤의 본업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천체물리학연구소의 상임연구원. 전공분야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란 점에서 움베르토 에코, 베른하르트 슐링크와도 비슷하다. 급사했다고 알려진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 브라헤가 사실은 암살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실재 도서 <천상의 음모(Heavenly Intrigue)>등 학계의 다양한 가설은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 감귤 이야기
피에르 라즐로 지음/ 남기원 옮김/ 시공사 펴냄/ 1만 5000원

습관처럼 마시는 오렌지 주스 한잔이 가진 문화사회적 의미는? 저자는 아시에서 유럽, 신대륙으로 퍼져나가며 전 세계로 확산한 감귤류의 대장정을 추적한다. 유대교 초막절부터 베르사유 궁정과 정원, 반 고흐의 그림, 남부 캘리포니아의 오렌지 농장, 오늘날 주스 산업에 이르기가지 다양한 감귤류에 ?나 이야기를 시대별로 망라했다.

● 저지대
헤르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 문학동네 펴냄/ 1만 500원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헤르타 뮐러의 데뷔작. 작가 자신이 자란 루마니아 바나트의 시공 정경을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에 담아낸 소설집이다. 한국어판 <저지대>는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1982년 루마니아 출간 당시 검열로 삭제된 네 편의 이야기를 수록, 작가의 검토와 수정을 거친 1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 6일 전쟁
제러미 보엔 지음/ 김혜성 옮김/ 플래닛미디어 펴냄/ 2만 5000원

세계의 화약고, 중동. 이 비극의 역사는 유대 민족과 아랍 민족간의 갈등, 시오니스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에 정착촌을 건설한 1세기 전부터 시작됐다. 신간 <6일 전쟁>은 이 갈등이 '현재형'을 띤 1967년 제 3차 중동전쟁을 다룬다. 단 엿새 동안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아랍 영토를 빼앗고 팔레스타인 대부분은 난민으로 주변국을 떠돌고 있다. 전쟁의 배경과 주변국 참전 이유, 전쟁 진행의 시간별 전개 상황 등을 촘촘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