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고]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천암함 침몰, 톨스토이에게 묻는다면

천안함 침몰을 둘러싸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천안함은 왜 침몰한 것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는 더욱 기괴해지고 본질은 미궁(불투명함)에 빠지는 것 같다. 여기서 나는 잠깐 100여 년 전에 있던 러일전쟁,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전투였던 '뤼순(旅順)공방전'과 '쓰시마해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쓰시마해전에 대해 살펴보자. 일본은 이 해전에서 당시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발틱함대를 전멸시킴으로써 세계적인 해군으로 거듭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내용은 더욱 놀랄 만하다. 러시아측 피해는 전함 21척 침몰, 전사자 4800명, 포로 6106명이었던 데 반해, 일본측의 피해는 겨우 수뢰정 3척 침몰, 전사자 117명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승패나 피해상황보다는 싸움이 모두 끝난 뒤에 일어난 한 '기괴한 사건'이다. 당시 총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가 승선했던 지휘함 미카사(三笠)가 귀환 도중에 들린 사세보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인해 무려 339명이 수장되는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즉 치열했던 전투에서 사망한 숫자보다 가만히 정박해 있다가 죽은 사람의 수가 3배가 더 많았던 것이다. 우리는 이런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승리에 고취된 병사들이 근무를 태만히 하다 화약고라도 폭발한 것일까? 아니면 무언가에 불만을 가진 병사가 고의로 방화를 한 것일까?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미궁에 남겨져 있다.

다음으로 '뤼순공방전'에 대해 살펴보자. 이 전투는 50여 년 전의 있었던 '세바스토폴리 공방전'(크림전쟁에서 벌어진 주요 전투 중 하나)의 반복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비단 요새전이라는 유사성에서만 아니라 전투의 처참함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주요고지를 둘러싸고 근대병기(대포 그리고 기관총)에 의해 희생되었다.

여기서 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전쟁 자체보다는 이 두 전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대문호 톨스토이에게 간다. 그는 20대에 세바스토폴리 공방전에 포병장교로 참전했고(이때의 경험을 살려 <세바스토폴리 이야기>라는 연작소설을 발표하여 걸작 <전쟁과 평화>로 나아가는 첫 걸음을 뗀다) 러일전쟁 때는 반전(反戰)을 외쳤다.

흔히 세머셋 모옴 등 많은 사람은 <안나 카레니나>를 톨스토이의 대표작으로 뽑는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는 <전쟁과 평화>를 대표작으로 들고 싶은데, 이유는 간단하다. 후자가 전자에 포함될 수는 없지만, 전자는 후자에 충분히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전쟁과 평화>에는 뛰어난 예술가로서의 톨스토이(<안나 카레니나>)와 반전사상가로서의 톨스토이가 모두 선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보자. 천암함은 왜 침몰한 것일까?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이에 대해 <전쟁과 평화> 작가 톨스토이라면 아마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문제는 (전쟁수행집단인) 군대라는 존재 자체에 있다(주지하다시피 그는 병역 거부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군대란 아무리 체계적이(투명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어떤 '기괴함(불투명함)'을 결코 떨칠 수 없는데, 왜냐하면 그때의 '기괴함'은 조직기강의 해이보다는 살인(준비)행위를 정당화하는 군대라는 조직 자체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조영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