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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근대성 재조명

[책과 작가] <4.19와 모더니터>
오늘의 문학 지형도 만든 4.19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시간은 연속적으로 흐르는 것이지만, 10진법을 쓰는 인간은 이 숫자를 기준으로 모든 개념을 쪼개어 사고한다.

2010년은 4.19 50주년을 맞이한 해이고 연초부터 지금까지 4.19 50주년을 기념한 많은 담론, 학술심포지엄, 인터뷰 등이 각종 매체의 기획 코너를 장식했다.

대다수의 언론이 4.19 50주년을 기리는 것은 아마 그 혁명의 주체가 해방 이후 한국사회를 이끈 최초의 학생 세대이자 이들이 5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한국사회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추 계층이기 때문일 터다.

이 혁명은 한국의 정치와 사회를 넘어 문화에도 영향을 주고받았을 터, 한국의 문화, 세밀하게는 문학에서 4.19와 근대성을 모색하려는 한 권의 책이 지난 주 발간됐다.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한 <4.19와 모더니티>가 그것이다. 4.19세대, 혹은 4.19 이후 세대가 읽는 4.19와 근대성, 그 근대성을 담은 한국의 문학, 문화는 어떤 것인지, 그 모양새를 더듬는 기획이다.

4.19세대의 문인 최인훈, 김치수 씨의 대담과 4.19세대의 지식인 김우창, 최장집 교수의 대담을 시작으로 4.19와 한국문학, 4.19 담론의 정치학을 되짚는다. 오늘의 한국 문학계를 이끌고 있는 젊은 문학, 영화평론가들이 바라본 4.19세대 문학, 문화에 관한 비평도 담겨있다. 평론가 우찬제, 이광호 씨가 엮었다.

4.19가 바꾼 문학사

책장을 펼치기 전 한 가지를 짚어둔다. 우선 이 책의 229페이지를 펼치자.

'문학에서 있어 4.19세대의 유산과 한계에 대한 평가는 주로 문학과지성으로 대변되는 '자유주의적' 지식인 그룹과 창작과비평으로 대변되는 '민족주의적' 지식인 그룹 사이의 논쟁으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4.19혁명의 유산은 자유주의와 민중 지향적 지식인들 중 과연 누가 그 유산의 적자인가라는 논의 형식을 반복한다.' (권명아, <죽음의 입맞춤> 중에서)

앞서 소개한 바와 마찬가지로 이 책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4.19세대 4명의 평론가가 만든-권명아의 표현을 빌리자면-'자유주의적 지식인 그룹'은 당연히 4.19혁명과 한국의 자유주의를 접목시켜 한국문학의 계보를 파악한다.

  • 시인 김수영
우찬제 평론가는 <자유의 스타일, 스타일의 자유>에서 4.19세대의 문학적 감수성과 이로 발현된 4.19문학을 분석한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4.19세대, 그들의 문학하기는 삶과 문학적 감수성이 새롭게 형성되고, 그 운동에서 나름대로 '자기 세계'를 형성하려는 과정이었다.

작고한 이청준의 회고("4.19때는 흔히 말하듯 자기 가능성과 희망, 꿈이 거의 무한대로 확산되는 느낌이었어요. 5.16은 반동적 좌절감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습니다" -1990년 이청준 권성우, 우찬제 대담)처럼 4.19의 희망과 5.16 좌절의 간극이 4.19세대 문학을 이루는 기저다. 5.16으로 인한 4.19의 정치적 좌절을 딛고 문화적으로 승화된 모더니티의 새로운 지평을 응시했다는 점, 근대적 개인과 자유의 이념을 새롭게 탐문하고 발견하며 스타일 혁신으로 미적 전위의 존재 방식을 입증했다는 점 등은 4.19세대 문학의 특징이다.

물론 '자유주의적' 지식인의 시점에서. 자기 세계를 탐문하기 위해 김승옥처럼 상처와 상실감을 가지고 지하실로 강림하는 모습(소설 <생명연습>)은 최인훈, 서정인, 이청준 등 4.19세대 문인들의 공통된 무의식이다. 4.19이후 자유로운 스타일의 혁신 도정은 여러 작가들에 의해 수행됐다.

우찬제 평론가는 "조세희는 4.19세대의 자유의식에 보태어 197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 경험을 바탕으로 평등의 이념을 본격적으로 제출했다. 1980년대 이인성과 최수철, 박인홍 등의 실험적 스타일 모색 또한 아주 인상적인 것이었다. 21세기 들어서 스타일에 대한 자의식 없이 쉽게 쓰이는 소설이 많은 가운데 한유주의 소설이 주목된다"고 분석한다.

  • 시인 김춘수
4.19가 만든 미학

김수영이 4.19를 거치며 자신의 시 의식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널리 알려진 바다. 강계숙 평론가는 4.19와 자유를 키워드로 쓴 <미적 변위의 탄생>을 통해 한용운에서 임화, 김수영과 김춘수에 이르는 한국 시 계보를 훑는다. 한용운의 시 복종에서 시인은 말한다. '복종하는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라고.

한용운의 시는 자유를 개인의 윤리성과 결부시켜 사고하는 의식의 전환을 보여준다. 그러나 윤리학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자유 개념은 공동체의 도덕적, 법적 질서가 개인의 의지를 침해하고 방해할 때 개인이 자기 의지를 실천하고 수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한 해답을 주지는 못한다.

현실의 조건 자체를 바꾸려는 적극적 자유 형태는 임화의 시에서 찾을 수 있다. 한용운과 임화에게서 예시되는 자유에 대한 근대 인식은 김수영에게 오면 질적으로 다른 문제가 된다. 이 도화선이 4.19다. 자유에 대한 김수영의 사유는 한용운과 달리 윤리적 원칙으로서의 도덕적 자유에 국한되지 않으며 임화처럼 정치적 자유의 꿈이 엄폐된 상황에서 개인의 주체성을 적을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그 가치를 재검토 하려는 것과 구분된다.

강계숙 평론가는 "<푸른 하늘을>에서 김수영이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고 혁명은 고독한 것이라며 연결 지은 자유-고독-혁명의 알고리즘은 4.19를 지켜보면서 정치 주체의 자유가 실제적 권리로 발휘되지 못하고, 실정법, 시민의 정치적 자유, 개인의 도덕적 자유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무엇이 올바른가를 자문했던 그의 시적 사유의 결과"라고 말한다.

  • 소설가 최인훈
4.19혁명이 한국시에 미친 영향의 하나로 자유 인식의 시적 계보를 추적하며 강계숙 평론가는 김수영과 더불어 김춘수를 거론한다. 김춘수에게 자유를 위한 혁명, 4.19는 치욕의 주체인 개인을 역사에 대립되는 뚜렷한 강령으로 만드는 사건이다. 그의 관심은 역사를 해체할 방법적 미학을 시를 통해 구현하는 것에 집중돼있다.

역사의 '악한 의지'가 이데올로기로부터 연유한다고 본 시인은 이데올로기의 해체를 언어의 해체를 통해 실현한다. 그는 '언어의 자율성'을 의식하고 그것을 시의 "현기증 나는 자유"(김춘수 <한국 현대시의 계보-이미지의 기능 면에서 본> 523페이지, '대상, 무의미, 자유')와 연관시킨다.

이후, 형식에 대한 의지는 한국시의 현대적 전통의 자기 계보를 형성하게 된다. 그에 의해 언어의 자기 지시성 혹은 자율성의 추구는 1960년대 이후 현대시의 전위라면 누구나 지녀야 할 필수 덕목이자 증표가 됐다. 4.19의 미적 전위가 동시대성을 갖는 이유다.

'나는 거의 언제나 4.19세대로서 사유하고 분석하고 해석한다. 내 나이는 1960년 이후 한 살도 더 먹지 않았다' (김현 <분석과 해석/보이는 심연과 안 보이는 역사 전망>, 김현 문학전집 7권, 13페이지)

4.19세대의 문학을 논함에 있어 자주 인용되는 평론가 김현의 저 유명한 진술은 청년 시절 4.19를 통과한 거의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진술일 게다. 그 세대가 작금의 한국 문학 지형도를 이룩했다는 점에서 4.19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광호 평론가는 이 책에 실린 평론 <4.19의 미래와 또 다른 현대성>에서 이렇게 말한다.

  • 소설가 김승옥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로서의 4.19라기보다 차라리 4.19를 둘러싼 의식과 감각이 글쓰기의 내적 지향성과 결합하는 문제이다"라고. 1960년의 그 날이 50년의 세월을 넘어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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