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명자꽃나무

비가 내리니 반가운 마음도 들지만, 그 비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꽃잎이 아까워 안달이 난다. 눈부시던 백색의 백목련 꽃잎이 누렇게 변하여 떨어지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 꽃들이 지고 나면 다투어 피어날 더욱 많은 봄꽃 나무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너무 아쉬워 하지 말자. 또 그렇게 이꽃 저꽃 구경하며 1년이 가고, 다시 새 꽃잎을 볼 날은 어김없이 돌아올 터이다.

명자꽃나무의 화려한 꽃들도 다투어 피어날 꽃 중 하나이다. 산에 들에 피어나는 야생의 우리나무가 아닌 까닭에, 우리풀 우리나무에 소개를 차일피일 미루었지만, 봄이면 공원이며 정원에 지천으로 피어날 이 나무를 크게 보아 우리 식구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려워졌다.

명자꽃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작은키나무이다. 다 자라면 1-2m키로 한 무더기를 만들며 큰다. 봄이면 잎이 나기 시작하고, 그 자리에 몽글몽글 구슬처럼 동그란 꽃봉오리들이 서너 개씩 맺힌다. 봄이 무르익으면서 꽃도 부풀어 피어나기 시작한다. 꽃이 피고 나면 5장의 꽃잎에 많은 수술과 암술이 가운데 위치한 전형적인 장미과 꽃들의 모습이 된다.

원래는 붉은 색이 피지만 조경수로 심기 위해 개량된 워낙 많은 품종들이 들어와 있어, 흰 색에서 분홍 그리고 아주 진한 붉은 색까지 다양하게 많고 꽃의 크기도 차이가 좀 있다. 게다가 때론 그 원종에 따라 일본 원산은 산당화로 그리고 풀명자는 따로 구분을 하기도 하지만, 다 따져 알기에 처음엔 너무 복잡하니 명자꽃나무 식구들이라고 하자.

꽃잎이 자라 올라 펼쳐지며 잎도 같이 자란다. 잎은 위가 다소 넓은 달걀형인데 손가락 한두 마디 길이 정도이다. 가장자리엔 톱니도 있다. 열매는 지름이 2-3cm정도이고 크게는 5cm까지도 자라는데 울퉁불퉁한 모양이 꽃 모과와 같다. 처음엔 열매의 껍질이 파란 색에 흰 점이 가득한데 점차 붉은 빛이 나고 다 익으면 황색 빛이 난다. 신 맛이 강하여 먹기는 어렵다. 열매를 보고 나면 이 꽃나무가 모과나무랑 같은 집안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명자꽃나무라는 이름이 특별하다. 사람에 따라서 명자나무, 명자꽃 비슷비슷하게 각각 부르기도 한다. 이 나무의 별칭으로 애기씨나무, 아가씨나무라고도 하는 것을 보면 여자 이름의 하나인 명자가 그리 유래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개인적인 추측이다. 청자, 가시덕이란 명칭도 있다.

쓰임으로 치면 단연 관상용이다. 많은 품종이 나와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꽃도 화려하고 아주 오래 가며, 크기도 모양도 정원용으로 적절하다. 꽃은 물론이고 열매 구경도 가능하니 더욱 좋다. 맹아가 잘 나오니 생울타리는 물론 마음대로 모양을 다듬어 키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 나무를 한번 키우고 싶다면 그늘진 곳만 피하면 된다. 분재의 소재로도 사랑을 받는다.

그밖에 약으로 이용한다. 열매는 모과나무처럼 차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꽃을 말려 꽃차로 만들어도 화려한 꽃색이 변하지 않아 좋다고 한다.

아직 봄은 많이 남아 있고 만나야 할 풀과 나무들은 지천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