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희망의 문하클럽' '희망배움터' 등 통해 문화예술 교육의 장 마련

'1등 기업'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삼성의 사회공헌 사업은 의외로 시끌벅적하지 않다.

주요 기업들이 각각의 특화된 브랜드와 콘셉트로 '좋은 기업(Good Company)'이 되기 위한 전략을 짤 때, 삼성은 '희망'이라는 소박한 키워드로 그들만의 사회공헌을 수행하고 있다.

여러분도 함께 봐요 '' 사업

지난달 15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는 특별한 음악회가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밀레니엄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그림자쇼,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와 프로코피에프의 '피터와 늑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시각, 청각, 지체 장애인 및 가족과 자원봉사자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상적 공연 관람이 어려운 이들에게 이런 경험은 불편할 만도 했지만, 의외로 공연을 관람하는 이들에게선 불편한 기색을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 측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한 점자 리플릿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그림자 쇼 등 맞춤형 특별공연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창렬 사회봉사단 사장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장애인의 날(20일)을 기념해 치러진 이번 공연에서 삼성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복지넷을 통해 참가 신청을 한 장애인을 비롯해 삼성 임직원 자원봉사팀, 봉사처 장애인들을 함께 초청했다.

시각장애인으로 국내 최초로 미국 로스쿨(미네소타대)에 합격해 이날 공연에 초청된 김현아(시각장애 1급) 씨는 "수화와 그림자 쇼가 어우러진 오케스트라 공연을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흡족한 평을 남겼다.

이 공연은 삼성이 지난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평소 문화공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소외 이웃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통해 꿈과 희망을 주고자 시작했다. 현재까지 127회의 클래식, 뮤지컬, 연극 등 공연에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시설 종사자 등 2만 5000여 명에게 무료 관람 기회를 선물했다.

희망을 얻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다 ''

''이 '잡은 고기'를 나누어 먹는 것이라면, ''는 소외 아동들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희망배움터
삼성이 한국메세나협의회와 함께 추진하는 는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에게 문화예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공헌 프로그램이다. 경제적, 지리적, 사회적 소외계층인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해 문화예술에 대한 친밀감을 줘서 표현력과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목적이다. 국악, 음악, 연극, 미술, 영화 등 제도교육으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과목들이 대다수다.

는 지역아동센터 자체의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2007년 서울, 경기, 인천, 충남 지역 등 수도권 일대 10개 지역 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시작된 는 2008년에는 20개 지역으로, 지난해에는 전국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예술교육뿐 아니라 예술캠프도 마련해 방학 기간 중 2박 3일 동안 한 자리에서 다양한 예술장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습득하고 체험한 예술을 직접 표현할 수 있는 자리도 있다.

이런 자리를 통해 예술에 대한 인식을 넓혀나가는 것은 비단 아이들뿐만은 아니다. 2008년 에 참여했던 도담지역 아동센터 담당교사는 "는 다양한 느낌을 주며 좋은 학습의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리는 것만이 미술이 아니라 행위나 놀이가 다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나 자신도 미술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병천민들레지역 아동센터 담당교사는 "아이들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글을 쓰고 대사도 정해 보며 열심히 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공부방에서 발표 기회를 주어도 잘 하지 않으려 했던 아이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연극에 참여하는 것이 정말 대견했다" 고 말했다. 국악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던 우리지역 아동센터 담당교사는 "아이들이 국악에 대해 좀 더 관심과 애정을 갖고 악기 하나씩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갖는 시간이 되었다"고 평했다.

희망의 문화클럽
지난해 12월 2일에는 충남 논산에 위치한 에덴지역 아동센터에서 소외 아동과 가정을 그린 그림자 연극 발표회를 가졌다. 에 참여했던 한 담당교사는 "마음을 표현하고 의사소통하기 힘든 아이들, 늘 학교나 교회의 어른들이 시키는 것을 따르기만 했던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발산하는 일이 가능할까 하는 의심 속에 연극수업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수업을 거듭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가두었던 것들을 표현하며 그것을 해소해 갔다. 그들이 쓴 대본에는 그네들만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하게 되면서 아이들도 한결 밝아졌다. 예술을 통해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만족스런 평을 남겼다.

전국으로 확산된 '희망'의 불씨

삼성이 지원하고 있는 지역 아동센터의 학생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며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런 변화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가 올해 초 경기청소년수련원에서 있었다. 삼성의 수업을 받고 있는 전국의 20개 지역아동센터 400명의 아동이 모두 참여해 발표하는 '삼성 발표회'가 마련됐다.

전국적인 규모의 발표회인 만큼 장르도 하나에 국한되지 않았다. 국악, 미술, 연극, 영화, 음악 등 5개 장르로 나눠 3시간 동안 2부로 진행된 발표회에서는 난타, 아코디언&요들송, 연극, 애니메이션, 뮤지컬, 그림자극, 사물놀이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무대가 펼쳐졌다.

마치 신인가수 콘테스트에 기성가수의 축하공연이 있듯, 이날 자리에서도 어린 예비 예술가들을 독려하듯 기성 예술가 한 팀이 초청됐다. 멤버 모두가 클래식 전공자인 6인조 브라스밴드 퍼니밴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와 애니메이션 주제곡 등을 재치 있는 율동과 함께 연주했다.

이 자리가 의미 있었던 것은 여유로운 생활이 어려운 지역 아동센터 학생들이 자신들의 고민과 처지를 나누고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이날 아이들이 발표한 작품에도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는 작품이 많아 이 같은 고민을 나누고 동시에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발표회에 참여한 회원면 지역 아동센터 최진식 시설장은 "아이들도 발표회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이런 자리를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아이들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문화예술교육을 총정리하는 발표회를 통해 아이들이 한층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삼성은 지속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동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희망 배움터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