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산겨릅나무

초록이 한창인 숲들 들여다 보면, 초록도 참 다양하고 그중에서도 요즈음 숲의 초록이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봄의 연두도 아니고, 너무 진해서 질길 것 같은 한여름의 검은 초록도 아닌 지금 숲의 초록이 정말 곱다.

그리 초록이 싱그러운 이즈음, 숲의 각양각색 모양과 질감과 초록빛을 가진 나무들 가운데 유난히 푸른 기운이 돌아 시원하고 상쾌한 나무가 있는데 바로 산겨릅나무이다.

산겨릅나무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큰키나무이다.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희귀해서 아주 찾기 어려운 나무도 아니다. 식물에 관심 있고 눈썰미가 있는 이라면 수많은 나무들 사이에서 금세 이 나무를 찾아낼 수 있다,

우선 잎은 아이들 손바닥만큼 넓적하고 큼직하다. 크게 보면 원형 같기도 하고 달걀형 같기도 한데, 끝은 뾰족하고 밑은 심장모양으로 옴폭하다. 가장자리는 단풍나무 집안답게 3-5갈래로 갈라져 있지만 워낙 얕게 갈라져 단풍나무 잎이 주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꽃은 늦은 봄에 피는데 작은 연황색의 꽃들이 늘어지는 총상꽃차례에 달려있다. 꽃차례의 길이는 손가락 길이만큼은 되니 꽃이 피어 늘어진 모습만으로도 숲에서 색다른 나무를 보았다고 느낄 만하다.

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 열매가 생겨 크기 시작하는데 그때는 정말 단풍나무 집안이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길이가 한 3cm 정도 되는 날개 달린 열매가 서로 수평으로 혹은 둔한 각을 이루며 우선 마주보고 그리고 다시 층층이 엇갈려 달려 있다.

잎, 꽃, 열매 모두 특색 있지만 가장 개성적인 특징은 수피에 있다. 보통은 회갈색의 울퉁불퉁한 수피를 가진 나무들이 많지만 산겨릅나무는 녹색 수피에 백색 줄이 세로로 나 있어서 매우 이색적이다. 한마디로 개성 넘치는 나무인 것이다.

예전에 이 나무는 수피의 섬유를 활용하기도 했고, 멋진 외양으로 환경정화수, 공원수, 녹음수 등 조경용으로 고려해볼 만하며, 목재도 재질이 질기고 단단하여 가구와 악기재로 사용하는 등 나름대로의 쓰임새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혀 다른 용도로 주목을 받고 급기야 자생지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어 걱정인데, 바로 산겨릅나무가 벌나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신약이라는 책에서 벌나무와 노나무를 소개하며 이 나무가 항암치료와 백혈병 등 많은 불치병에 효과가 있다 하여 온 나라를 뒤집어 놓았다.

하도 이 나무에 대한 문의가 많아 나도 그 책을 읽어 보았는데, 책에 나온 자생지와 특징으로는 사실 책에 나온 벌나무가 산겨릅나무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나무에 대한 많은 지식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것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구명해야 할 텐데 아직 거기까지 가기에는 갈 길이 멀다 싶다. 우거진 숲을 이루고 있는 저 무수한 나무 각각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미래의 자산이라는 사실이 초여름의 숲을 더욱 생명 넘치게 한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