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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들이 보여주는 천상의 아름다움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범꼬리
식물이름 가운데는 동물의 이름을 따 온 것이 많다. 강아지풀, 노루귀, 토끼풀, 쥐오줌풀, 괭이밥, 돼지풀, 여우구슬, 뱀딸기…. 그 중에 범이라는 이름을 딴 식물은 사실 무서운 호랑이와는 거리가 먼 아름다운 꽃들이라는 점이 재미나다.

꽃잎의 무늬에 착안한 범부채가 그러하고, 꽃잎이 큰 대(大)자로 펼쳐진 모습이 호랑이의 귀를 닮았다는 범의귀는 작아서 앙증맞기까지 하다.

범꼬리도 곱디 곱다. 범의 꼬리가 하필 연분홍빛이니 더욱 그러하다. 다소 깊은 숲길을 가다 우거진 나무그늘을 살짝 벗어난 고산의 초원에 펼쳐지는 범꼬리 군락은 참으로 장관이다.

범꼬리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한 포기씩, 꽃 한 송이씩 볼 때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아주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 꽃차례를 만들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무리 많은 꽃들이 달린 꽃차례라도 손가락 하나 정도의 길이와 굵기이니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수십 수백의 꽃송이들이 무리 지어 초여름의 고산 초원을 장식하면 다른 꽃들이 넘보기 어려운 천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허벅지에서 허리 높이쯤 자라는 줄기엔 이 집안의 특징에 걸맞게 마디가 발달하며, 긴 자루에 달걀 모양인 잎은 줄기를 따라 올라오면서 점차 좁아지고 끝도 뾰족해지며 자루도 짧아진다. 잎의 밑부분은 심장처럼 오목하게 들어가기도 하고 그 끝이 잎자루까지 흘러 날개처럼 발달하기도 한다.

이 고산 초원의 장관을 정원에 재현하고자 한다면 적절하게 습기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한데 건조하고 메마른 도심에서 이런 여건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숲에서 만나는 범꼬리군락이 더욱 특별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숲처럼 만들어 환경이 좋은 공원의 지피식물로는 가능할 수 있겠다. 뿌리가 검은 빛이 나고 굵게 자라는데 이러한 특징을 이용하여 초물분재를 만들기도 한다.

어린 잎과 줄기를 나물로 이용하기도 하고, 땅속에 발달한 뿌리줄기는 권삼(拳蔘)이라 하는데 약용으로 쓴다. 열을 내리거나 경기를 다스리며 염증을 없애는 데 사용한다 하고 전문적으로는 파상품을 비롯한 매우 독특한 병 등에 처방한다는 기록이 있으니 일반인들이 약으로 단발 처방하여 먹을 수 있는 약재는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범꼬리집안에 속하는 종류들이 사실 여럿 있다. 산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대부분 그냥 범꼬리이지만, 한라산에서 만날 수 있는 가늘고 키 작은 가는범꼬리와 눈범꼬리가 있고, 더 깊은 숲에서는 잎의 뒷면에 흰털이 많아 은백색이 되는 흰범꼬리가 있다. 무엇보다도 특별한 것은 북부지방에만 자라는 씨범꼬리와 호범꼬리인데 오래 전 백두산에 올랐다가 그 깊고 높은 초원에서 만났던 꽃무리들이 아직도 눈에 선연하다.

여름이 오고 이제 녹음으로 바뀌어 가는 숲에선 범꼬리들이 피어날 것이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정치와 이념이 복잡할수록 더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억지스런 경계를 가지지 않은 범꼬리 같은 이 땅의 풀들이 더 고귀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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