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5.16쿠데타의 모범 '2.26 사건'의 정신적 지주 정체성 뒤집어

● 기타 잇키
마쓰모토 겐이치 지음/ 정선태, 오석철 옮김/ 교양인 펴냄/ 6만 5000원

1936년 2월 26일, 1483명의 일본 청년 장교와 병사들이 쿠데타를 일으킨다. 이들은 특권계급을 없애고 천황을 받들어 국가를 개조해야 한다는 취지를 "천황에게 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일왕의 원대복귀 명령이 내려지자 이들은 자결하거나 투항했고 사형대에서 "천황 폐하 만세"를 외치고 죽었다. 후일 박정희 대통령이 5.16쿠데타의 모범으로 삼은 '2.26 사건'의 전말이다.

이 사건의 사상적 지도자가 기타 잇키(北一輝 1883~1937)다. 여전히 그는 일본 극우 파시즘의 창시자로 꼽힌다. 그러나 그가 정작 사형대에서 '천황 폐하 만세' 부르기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 책은 여기서 시작한다.

신간 <기타 잇키>는 극우 파시스트, 불우한 혁명가로 낙인 찍힌 기타 잇키를 새롭게 복원해 낸다. 저자는 말한다. 기타 잇키는 사실 일왕을 이용해 자신이 바라는 혁명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고.

대부분의 청년 장교들에게 '존재의 이유'였던 일왕은 기타에게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기타는 일왕이 중심이 된 일본 제국주의의 실현 역시 사회주의 이행으로서의 전제라고 말한다.

'나는 명백하게 고백한다. (…) 나에게 제국주의의 주장은 사회주의 실현의 전제이다. 내가 사회주의를 품고 있지 않다면 제국주의를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제국주의를 내걸고 러일 개전을 외치는 바 그 바탕에 사회주의의 이상이 있다.' (제 1부 4장 '나의 제국'고 사회주의, 204페이지)

저자는 기타 잇키의 대표작 세 권을 차례로 탐독하며 그의 정체성을 뒤집는다. 우선 24세 때 쓴 <국체론과 순정사회주의>. 기타는 이 책에서 당시 '대일본제국헌법(메이지헌법)' 1조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이를 통치한다"에서 드러나는 일왕 중심의 국체론(國體論)은 물론 그 반대인 국가 자체를 부정하는 사회주의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순정사회주의(純正社會主義)'를 제시했다.

부르주아를 타파하고 하층민인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로, 여기서 일왕은 국가의 주인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한 기관에 불과하다. 이 책은 당연히 불온서적으로 여겨져 출간 5일 만에 금서(禁書)가 됐고 기타는 위험인물로 낙인찍힌다.

1911년 신해혁명이 발발하자 중국으로 망명한 그는 혁명파를 지원해 중화민국 임시정부를 세우는 데 일조한다. 하지만, 임시정부 초대 대총통 쑨원이 총통직을 독재자인 위안스카이에게 내주고 동료인 쑹자오런까지 암살당하면서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는 이 경험을 <중국혁명외사>에 담는다. 두 번째 문제작이다.

이후 그는 혁명 실패를 살펴 일본의 국가 개조를 가늠한 <일본개조법안대강>을 저술한다. 그의 사상이 집대성된 이 책은 필사본 형태로 널리 배포되고 청년 장교들 사이에서 '바이블'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결국, 이 논리에 설복된 청년 장교들이 일으킨 쿠데타가 2.26 사건이며 이 사건으로 기타 역시 죽음을 맞게 된다.

저자인 마쓰모토 겐이치 교수는 '좌도 우도 아닌 일본을 그려내는 지성'으로 평가받는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이자 사상가이다. 일본 우익을 최초로 사상 측면에서 다룬 <일본 우익사상의 기원과 종언>(문학과지성사 펴냄)으로 국내 소개됐다. 일본에서는 1971년 <청년 기타 잇키>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30여 년 간 연구를 거듭해 2004년 이 책을 썼다.

그는 기타 잇키를 "좌익은 혁명ㆍ계급ㆍ진보, 우익은 내셔널리즘ㆍ천황ㆍ반동이라는 고정관념을 훌쩍 뛰어넘는 존재"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자신이 주목하는 '좌도 우도 아닌 일본'을 보여주는 표상으로 기타 잇키를 읽은 듯 싶다. 그가 30여 년에 걸쳐 기타 잇키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일 터다.

● 위대한 유산
김정환, 김근, 유희경, 이영주 지음/ 이매진 펴냄/ 1만 1000원

출판사 이매진의 희곡 시리즈 <드라마톨로지> 두 번째 책. 네 명의 시인은 각 세대의 문학적 감수성을 개성 있는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87년 체제의 시발점인 1987년부터 1991년 소련 몰락까지를 배경으로 한 김정환의 '위대한 탄생', 벤치 위헤 놓인 가방의 독백을 그린 김근의 '모퉁이, 당신'은 두 세대의 차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젊은 시인 유희경, 이영주의 '별을 가두다', '교련시간'도 작가들의 달라진 감수성을 보여준다.

● 픽사 이야기
데이비드 A. 프라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흐름출판 펴냄/ 2만 3000원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등 10 여편의 장편으로 알려진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 픽사의 사례는 경영 패러다임이 전략과 기획 중심에서 상상력과 창의력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티브 잡스가 픽사를 인수한 후 바뀐 조직 체계, 7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스토리가 담겨있다.

● 갈보 콩
이시백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1만 1000원

걸쭉한 입담으로 스러져가는 농촌을 그린 작가 이시백이 소설집 <갈보 콩>을 냈다. 표제작 '갈보 콩'은 이 땅과 우리 체질이 바뀌어가는 것을 형질이 변한 갈보 콩을 내세워 꼬집은 작품이다. 외국 작품 유입으로 인한 먹을거리 문제를 그렸다. 이 밖에도 사료 값 폭등과 수입 쇠고기 등으로 인한 농가 경제문제를 다룬 '워낭 소리', 직불금 제도를 지적하는 '송충이는 무얼 먹고 사는가' 등 11편의 이야기는 모두 농촌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