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어수리

이제 한여름이다. 세월이 가면서 덥고 추운 날씨 같은 어쩔 수 없는 환경변화와 반복적으로 경험한 일들은 적응이 될 만한데 점점 견디기 힘들어지는 건 왜일까?

그래도 요즈음은 하나둘씩 피어나더니 무리지어 피는 숲 속의 꽃들이 있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원추리도 지천이고 산꼬리풀의 보랏빛도 예쁘고 물레나물 노란빛도 정답다.

그 중에서도 한여름에 단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작은 흰 꽃들이 수 백 개 모여 작은 접시처럼 우산형으로 달려 피어나는 산형과 식물들이다.

산형과 식물은 여러 종류가 있어 구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래도 이 숲의 많은 산형과 흰 꽃 중에서 확실하게 구별이 쉬운 풀이 있는데 그게 바로 어수리이다. 게다가 어수리는 아주 아름답고 쓸모도 많으니 꼭 알아두자.

어수리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보통 숲에서 키가 1m이상 자라니 금세 눈에 띈다. 특히 흰 꽃이 만발할 이즈음엔 한번 보고 나면 이름이 궁금해지는 풀이다. 꽃은 한여름에 원줄기의 끝에 우산살처럼 갈라진 꽃자루가 20~30개 달리고, 다시 한 번 똑같은 방식으로 갈라져 그 끝에 30개 가까이 달린다.

그러니 하나의 꽃자루에 달리는 꽃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계산해 보면 된다. 꽃잎은 기본적으로 5장인데 꽃차례의 중앙에 달리는 꽃보다는 가장자리에 달리는 꽃이, 한쪽 꽃잎보다는 바깥쪽 꽃잎이 더 크다. 숲 속 꽃들을 찾는 곤충들의 눈에 보다 잘 띄기 위한 노력의 결과 그토록 다채롭고 아름다운 꽃잎의 변화를 가져왔다.

줄기의 아래쪽에 달리는 잎은 잎자루가 있지만 점차 짧아진다. 잎은 전체적으로는 깃꼴 모양으로 갈라진다고 하지만 언뜻 보아서는 그리 말하기 어려울 만큼 불규칙한 모양의 작은 잎 3~5개로 이루어져 있다. 잎 모양도 꽃잎의 모양처럼 제각각인데 정가운데 잎도 다시 세 갈래이고 옆에 달리는 작은 잎도 다시 두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

딱 정해진 모양을 설명하기 어려운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꽃이나 잎이나 모두 정형화한 모양이 아니라는 점이 이 꽃의 중요한 식별 포인트이다. 열매는 납작한 달걀형인데 윗부분 가까이에 독특한 무늬와 두꺼운 날개가 있다.

어수리는 이름부터 매우 낯설고 새로운 식물 같지만 산나물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산채이기도 하다. 맛도 좋고 향도 좋아 재배하는 곳이 있을 정도이다. 보통은 어린 순을 나물로 먹는다. 식물을 좀 아는 이들은 참취, 곰취, 음나무순, 섬쑥부쟁이 같은 것을 찾는데 좀 더 다양한 식물의 맛을 아는 분들은 누룩취라고 하는 왜우산나물, 영아자, 그리고 어수리싹 같은 것을 찾는다.

향은 좀 강하지만 그래서 입맛을 되찾는 데는 최고라고 한다. 삶아서 새콤달콤 무치기도 하고, 어수리밥을 만들기도 하고, 전을 부치기도 한다. 수라상에 오르는 나물이라고 하는데 서민들이 삼겹살을 싸먹어도 나무랄 데가 없다.

뿌리를 백지(白芷)라고 하여 약으로 쓴다. 동의보감에는 당뇨, 변비 등에 좋고 습기, 종양, 통증 등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무엇보다 한여름에 보기 좋은 꽃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