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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된 자아로 <아바타> 바라보기

[신간 안내] 인문학·문화사회학적 시각으로 분석한 9편의 글 묶어
● 아바타 인문학: 인문학, 영화관에서 색안경을 쓰다
최정우 외 8인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1만 3500원


한 부모 밑에서 여러 자식이 태어나고 그 자식들이 제각각 문제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 세상사 참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과 함께 그렇기 때문에 재밌는 게 세상살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식이 제 부모의 외모나 됨됨이를 닮을 확률은 높지만, 그 부모 유전자를 정확히 50대 50으로 닮거나 제 부모의 좋은 점만 황금비율로 닮게 태어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요컨대 제 속으로 낳지만, 제 뜻대로 안 되는 게 자식이다.

창작자와 작품도 이와 비슷하다. 작품에는 으레 창작자의 개성이 묻어나게 마련이지만 일단 창작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그것은 또 하나의 자아가 되고,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감독과 작가가 아무리 "그건 내 의도가 아니다"라고 말해도 비평계가 이러저러한 평가를 하고, 다시 이들의 말과 상관없이 대중들이 블로그에 '별 세 개 반'을 찍은 영화포스터를 떡 하니 띄우는 건 그것이 하나의 독립된 자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다. 같은 사람을 두고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평이 갈리는 것처럼, 작품도 보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신간 <아바타 인문학: 인문학, 영화관에서 색안경을 쓰다>는 이런 맥락에서 시작된다. 제임스 카메론과 수백 명의 사람들이 만든 영화 <아바타>는 창작자의 의도를 벗어나 새로운 사회현상들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제 나름의 의미들을 부여했다. 이 책은 인문학, 문화사회학적 시각에서 아바타를 바라본 9편의 글을 묶었다.

박우진은 첫 글 '보지 않기 위해 보기, 몽상 혹은 쓰나미로서의 새로운 영화'를 통해 <아바타>란 영화가 극장이라는 공간 자체를 그 자신의 일부로 녹여냈다는 논의를 펼친다. 이어 영화 주요 쟁점 중 하나인 3D기술을 <해운대>와 <국가대표>란 한국 영화 지형에서 다시 살핀다.

서정아는 기존 작품과의 비교를 통해 몸과 몸 사이의 이동이라는 영화의 SF적 소재에 주목한다. 그는 '몸의 공간이동'을 다룬 <더 플라이>와 달리 <아바타>는 '의식의 공간이동'을 그리는데, 이는 인간과 나비족, 곧 SF의 주된 소재인 나와 타자의 문제를 제시한다고 말한다.

박해천은 영화에 등장하는 첨단 장비를 둘러싼 영화 내적, 외적 이야기를 통해 이 영화가 베트남전을 복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제임스 카메론의 전작 <터미네이터>나 <에일리언>시리즈에서 반복된 베트남전의 기술적 아이템이 이제 성장의 임계점에 도달한 기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무차별적인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말이다. 최정우는 영화, 즉 가상 속의 현실의 나를 감각과 인식이라는 개념 차원에서 논하면서 영화 보기의 한 방법을 제시한다.

9편의 글은 3D라는 기술, SF라는 장르, 멀티플렉스라는 공간, 사회주의적 인간이라는 주제, 정신의 이동이라는 인문학적 테마 등 다양한 각도에서 영화 <아바타>를 분석한다. 제임스 카메론과 그의 스탭이 아무리 "그건 내 의도가 아니다"라고 말해도 이 젊은 인문학도들의 사유 역시 영화 <아바타>가 가진 모습의 한 단면일 터다. 그것은 제작자의 손을 떠난 온전한 하나의 자아이니까. 한 편의 영화를, 만든 이의 이름값을 떠나 오롯이 독립된 자아로 바라보기. 이 책의 미덕은 그것이다.

● 누가 금융 세계화를 만들었나
에릭 헬라이너 지음/ 정재환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1만 5000원


저자인 에릭 헬라이너는 캐나다의 대표적인 국제정치경제학자로 자본주의 구조를 역사적, 제도주의 관점에서 고찰한다. 그는 현재의 국제금융질서가 자본주의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유래됐다는 경제학계 견해에 반대해, 금융세계화의 배경에는 언제나 국가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1944년 브레턴우즈 회담의 규제적 질서에서부터 1980년대에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자본 통제의 자유화 흐름까지 금융지구화의 정치적 역사를 추적한다.

● 인생연주비법 음악 레슨
빅터 우튼 지음/ 윤상, 심혜진 옮김/ 환타웍스 펴냄/ 1만 3000원


세계적인 베이시스트 빅터 우튼이 쓴 에세이. 화려한 테크닉으로 유명한 그는 두 살 때부터 베이스를 연주해왔다. 저자는 10개의 음악적 요소-음, 조음, 테크닉, 감정, 강약법, 리듬, 톤, 구절법, 공간과 쉽, 듣기-로 자신의 음악 인생을 소설처럼 이야기한다. 작곡가 겸 가수 윤상과 그의 아내인 심혜진 씨가 공동번역했다.

● 식민지 공공성 실체와 은유의 거리
김영미, 김제정 외 10인 지음/ 책과 함께 펴냄/ 2만 원


제목에 쓰인 '식민지 공공성'은 이 책을 엮은 역사학자 윤해동 씨가 처음 제기한 개념으로, 그는 식민국가에서 사회로, 민족에서 공공성으로 시선의 전환이 이루어져야만 식민지 시기 조선인의 삶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식민지 근대' 담론과 맥락을 같이하는 '식민지 공공성'논의의 이론적 흐름과 개념을 구체적으로 적용한 연구 사례를 묶은 연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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