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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국소설 경향을 보여주다

[이 장르, 이 저자] 소설가 김연수, 김중혁
김천 출신 중학교 동기동창 글쓰기 고민과 우정 등 에세이에 담아
  • 김중혁
김연수, 김중혁, 문태준. (소개 순서로 인물의 비중을 가늠하는 작금의 한국적 풍토를 고려, 순전히 가나다 순으로 소개했다.)

이 세 사람은 '문학의 도시' 김천(작가 김중혁에 따르면)이 낳은 문인이다. 중학교 동기동창인 그들은 각각 93년, 2000년, 1994년 등단했고, 주요 문학상을 차례로 수상하며 김천을 문학의 도시로 만들었다. 이번주는 코너 이름 '이 장르, 이 저자'에 충실하고자 소설 쓰는 두 저자, 김연수 김중혁을 소개한다.

먼저 김연수 소설가(역시 '가나다 원칙'에 입각해서).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그는 이듬해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등의 장편소설 6편, 산문집 2권, 단편집 4권을 발표했다.

"호를 다산(多産)으로 지어야 할지 다상(多賞)으로 붙여야 할지"란 김중혁의 말처럼, 그는 상복도 많아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 해 그가 한국일보 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올랐을 때, 꽤 많은 문학 관계자들이 "김연수가 아직 한국일보 문학상'은' 안 받았나?"라고 되묻곤 했다.) 그가 써낸 이야기를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작가가 그리는 세계의 상은 '언어가 말할 수 없는 진실' 같은 것이다.

  • 김연수
그의 많은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세계를 인식하고 돌파하려고 애쓰는데, 이들의 여정은 대부분 연애 문법을 취한다. 지극히 386스러운 화두를 모티프로 쓰는 그의 소설이 지금의 20대 독자(특히 여성독자)에게 호소력을 갖는 이유다. '20세기 감수성을 21세기 문체로 빚어낸다'는 한 평론가의 말은 김연수 작품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다음, 김중혁 소설가. 2000년 계간지<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중편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두 권의 소설집을 냈다. 김유정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는데, '젊은 작가상'이 상징하듯 2000년대 젊은 세대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인식된다. 작가의 물리적 나이와는 별개로.

작가의 소설 얘기를 하기 전에 작가의 취미생활부터 얘기해야겠다. 꽤 많은 예술가가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하듯, 그 역시 영화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안목을 자랑하고, 오디오 기기에 대한 '조예'도 깊으며, 다양한 장르의 LP판을 수집하기도 한다. 새로 출시된 컴퓨터나 전자제품을 누구보다 먼저 받아들이는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이기도 하다.

<악기들의 도서관>이란 두 번째 소설집 제목이 말해주듯, 그의 소설은 이러한 마니아적 취향과 감수성이 반영된다. 그는 오디오, 컴퓨터, 전자제품 같은 '문학 아닌 것들'의 뒤죽박죽 잡동사니를 통해 역설적이게도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새롭게 제기한다.

"제 소설은 철학책보다는 잡지에 가까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그때 가볍게 읽히고 쉽게 지나쳐 버리는 듯하지만 오랜 시간이 쌓이면 독특한 역사가 되는…." 재작년 한국일보 문학상 최종심 후보 인터뷰에서 말한 그의 말에는 이런 문학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김천 출신의 두 소설가는 오늘의 한국소설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최근 이 둘이 함께 쓴 에세이 <대책 없이 해피엔딩>이 출간됐다. 영화전문지 <씨네 21>에 '나의 친구, 그의 영화'란 코너로 1년간 연재된 에세이를 묶은 것이다. 각자가 본 영화에서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그 과정에서 작가로서의 일상과 글쓰기에 관한 고민, 두 사람의 우정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가령 둘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기록지를 교환하다 친구가 됐다는 것, 둘 다 한 때 <씨네 21>과 <키노> 취재기자에 응시했다는 것, 글을 연재했던 작년 한 해 용산참사와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겪으며 작가로서 일련의 감정의 변화를 느꼈던 것 말이다. 한 회 씩 번갈아 가며 펼쳐지는 에세이는 제목처럼 대책 없이 유쾌하고 발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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