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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고산지역의 귀하고 강한 생명력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눈측백
후텁지근한 날씨,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 차로 불과 10분을 달리지 않았는데 옆 동네는 마른 땅이 보인다.

이럴 땐 우리나라의 좁은 땅도 넓다 싶다. 아주 부분적이지만 열대지방에서 나타나는 강수형태를 만나면 당혹스럽다. 우리가 매일 숨쉬며 살아가는 이 땅의 기후에는 도대체 어떤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일까.

많은 학자들과 세계 각국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다. 지구 차원의 이야기를 수학공식처럼 계산하고 한 마디로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각기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을 찾고 고민하는 중이다.

날씨가 점차 더워진다면 풀과 나무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덥다고 식물들이 이동할 수는 없다. 식물이 살아가는 데는 기온만이 관계하는 것이 아니고, 아주 다양한 유기적 무기적 환경이 영향을 주고, 그 자리에 그 풀이나 나무가 자라는 것이기에 예측도 쉽지 않다.

식물이 씨앗을 맺으려면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도 필요하고, 땅 속에서 분해하는 미생물도 필요한데, 오랜 세월 이어온 자연의 질서가 바뀌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눈측백 이야기를 하려는데 서두가 너무 길었다. 사실, 이 나무에 요즘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기후변화 때문이다. 요즘 내가 일하는 수목원의 연구 주제에는 고산의 추운 곳에 사는 식물들이 기후가 바뀌면서 개화를 비롯해 살아가는 양식에 어떤 변화가 올까를 예측하는 것이 있다.

수목원의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자생지에서 식물을 그대로 보전하는 일인데, 자생지에 생길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해 수목원에 여러 조건을 맞추어 안전한 도피처를 만드는 일도 한다. 이 도피처에 가장 먼저 피난해 있을 나무와 풀들을 고르면서 순위에 오른 나무가 바로 눈측백이다.

눈측백은 말 그대로 바로 서지 않고 누워 자라는 측백나무이다. 주로 북부지방의 높은 곳에서 볼 수 있지만 남쪽에서도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고산지역에 더러 만날 수 있는 귀하고 의미 있는 나무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찝빵나무라고도 한다. 가장 반가운 이름은 세계가 함께 쓰는 학명과 영어이름인데 각각 튜야 코라이엔시스 나까이(Thuja koraiensis Nakai), 그리고 코리안 아보리테(Korean Arborvitae)이다. 특산식물조차 다른 나라 이름을 붙여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가 먼저 아끼고 사랑하고 보전해야 하는 일은 당연하다.

측백나무처럼 납작하게 비늘잎들이 포개어 붙어 있고 측백나무 종류들의 좋은 향기가 아주 강하게 난다. 때론 추운 겨울 눈 속에 파묻혀 있는데 그 위로 조금씩 드러내는 푸른 잎들을 보면 강건한 생명력에 감동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즈음엔 한창 짙푸른 잎새와 어우러져 꽃이 열매로 변하는 때이고, 가을이면 둥글고 작은 솔방울이 벌어져 씨앗이 나온다.

측백나무처럼 잎 등을 여러 약재로 사용한다지만 분포 자체가 한정적이어서 그 쓰임새를 많이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 보다는 눕기도 하고 때론 관목처럼 옆으로 자라는 모습이 정원의 침엽수 소재로 아주 적합하다.

얼마 전 백두대간의 오래된 나무들을 조사한 결과를 본 적이 있다. 그 안에 눈측백도 있었는데 그 둘레가 90cm에 달했다. 눕고 서고 하며 더디 자라면서도 그리 컸으니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나 싶어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아무리 기후변화가 무쌍해도 이 땅에서 나무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을 보태는 일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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