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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교과서의 바이블을 넘어서

[이 장르 이 저자]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합리적 우파 지식인 경제학의 정설과 원칙에 입각해 한국 경제 진단
미국에 멘큐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정운찬과 이준구가 있었다. 서울대 정운찬 교수의 <거시경제학>(초판 1982년)과 이준구 교수의 <미시경제학>(초판 1989년)은 초판 이래 지금까지 국내 경제학 교과서의 쌍벽을 이루는 바이블이다.

주지하다시피 두 합리적 우파 지식인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정운찬 교수는 오래 전부터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경제평론, 칼럼을 활발하게 써왔고, 한때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으며, MB정부 들어 국무총리가 됐다.

반면 이준구 교수는 연구와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했다. <경제학 원론>과 그의 전공인 <재정학> 역시 경제학 교과서의 또 다른 바이블로 통한다. 그랬던 그는, MB정부 출범과 함께 일반 대중을 향한 글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준구 교수는 몇 해 전부터 개인 인터넷 홈페이지도 개설했는데, 이 홈페이지를 비롯해 여러 신문과 매체, 저서에서 감세 정책, 대운하(4대강 사업),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후퇴 등 MB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해 왔다.

학부생들에 학점을 짜게 주어 붙은 별명 'CD준구'는 이제 '좌빨 준구'로 바뀌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련의 경제신문이 아젠다 분석 과정 없이 우파 신문으로 분류되는 것처럼,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인간의 합리적 선택을 가르치는 경제학 교수 앞에 붙은 '좌빨'이란 별명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보수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지난해 이 교수는 <쿠오 바디스 한국경제>, <36.5℃ 인간의 경제학> 등 경제 교양서를 잇달아 펴냈고, 여전히 대중매체와 홈페이지에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그가 낸 일련의 책들은 경제학의 정설과 원칙에 입각해 한국 경제를 진단하고 있다. <쿠오 바디스 한국경제>는 정부가 정책집행 근거로 삼은 경제적 타당성이나 경제이론이 경제학 정설에 비춰봤을 때 어떤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를 파헤친 책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3년간 집중적으로 집필한 이 책은 이 정부의 정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이 무엇이고 그것이 경제적으로, 상식적으로 타당한지를 들추어낸다.

<36.5℃ 인간의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 존재'라는 작금의 경제학 가정을 뒤집는 데서 시작한다. 행태경제이론을 틀로 인간의 경제적 선택을 설명한 책이다.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으로만 행동하는 게 아니며, 현실 경제는 경제학 교과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전제를 제시하고 그 사실을 입증해주는 증거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요컨대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라는 허상을 던져 버리고, 체온 36.5℃의 인간을 전제로 하는 경제이론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이준구 교수의 글에 대중이 지지를 표하는 데는 이런 인간적 정감이 있을 것이다.

대중이 그를 좌빨로 보든, 인간적 지식인으로 보든, 분명한 사실은 그는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일련의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학부에서 지금 내가 가장 진보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진보적인 인물이라기보다는 중도우파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많은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규제보다는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고, "경제정책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으로 바라보지 말고 합리적인지 아닌지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그는 케인즈보다 오른편에 있고, 오른쪽 왼쪽보다 합리성에 기대 정부정책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합리적 우파 지식인의 경제 분석. 대중이 그의 책을 차갑게 읽어낼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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