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고들빼기

고들빼기 꽃을 보았다.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가을에 연상되는 이 꽃을 보고나니 사뭇 기분전환이 된다. 장마가 끝나고 습도와 기온이 높은 최악의 나날을 보내면서 이 꽃을 보니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 오는 듯하다.

고들빼기는 사실 봄에 생각나는 식물이다. 힘든 겨울을 지내고 입맛이 없을 즈음 쌉싸름한 고들빼기 김치 하나로 밥 한 그릇을 후딱 비우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고들빼기는 많은 이들이 이름을 기억하는 매우 친근한 식물의 하나이다.

하지만 막상 먹거리 고들빼기가 아니고 식물로서의 고들빼기를 기억하는 이들은 흔치 않다. 뿌리를 캐어야 하는 땅 위에 납작하게 엎드린 잎들이 아닌 , 길게 줄기를 올려 피워내는 노란 꽃은 더욱 그러하다.

어쩌면 요즈음 들판의 고들빼기를 구태여 구별할 줄은 몰라도 실컷 먹을 수 있는 시대이긴 하다. 여러 곳에서 이미 재배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고들빼기는 고운 꽃을 피우는 국화과에 속한 두해살이 풀이다. 뿌리를 먹는 풀들은 여러해살이 풀인 경우가 많은데 좀 특별하다. 키는 개체마다 차이가 큰데 보통은 무릎 높이쯤 자란다. 북쪽보다는 남쪽에서 만나기 쉽고, 깊은 산이 아닌 산기슭, 들판, 밭둑, 길 가장자리처럼 사람이 사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자란다. 게다가 먹을 수 있으니 쓴나물, 황화채, 빗치개씀바귀 등과 같은 많은 별칭들을 갖고 있다.

사실 알고 보면 고들빼기는 잎부터 개성이 있다. 봄에 캘 때 뿌리 근처에 달린 잎들은 잎자루도 없이 잎이 빗살무늬처럼 갈라지고, 뒷면에 자줏빛이 돈다. 봄이 흘러가면서 바닥의 잎 사이에서 줄기가 쑥 올라온다. 물론 줄기에도 잎이 달리는데 모양이 사뭇 다르다. 잎 가장자리엔 작지만 불규칙하고 뾰족한 톱니가 있고 무엇보다도 잎 밑부분이 넓어지면서 줄기를 감싼다.

여름에 피기 시작하여 가을까지 볼 수 있는 꽃들은 아주 고운 노란색이다. 줄기가 많이 갈라지면서 그 끝에는 혀 모양의 꽃들이 둥글게 모여 달린다. 마치 한송이 꽃처럼 보이는, 지름이 1cm 남짓한 꽃차례들은 화려하고 풍성하지는 않아도 주변이 환할 만큼 눈에 띈다. 열매는 까맣게 익는다.

용도는 단연 먹거리인데, 뿌리와 뿌리에 달린 잎으로 담그는 고들빼기 김치가 아주 유명하고 봄에 어린 잎은 나물로 먹는다. 고들빼기의 다소 쓴맛은 입맛을 돋우고 위를 건강하게 하며 소화도 잘 되게 돕는다. 봄나물을 먹을 경우 보통은 살짝 데쳐 무쳐먹기도 하고, 초무침을 하기도 하고, 생잎을 겉절이로 먹기도 한다. 잎을 자르면 흰 액이 나오는데 쓴맛이 여기서 나온다. 생약으로 쓰기도 하는데 독을 풀고, 열을 내리고 통중을 멈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작은 마당이 있어 반 평쯤 고들빼기를 키우고 싶은 사람은 가을이 무르익고 씨앗도 잘 여무는 즈음에 씨앗을 받아 뿌리면 된다. 가을에 뿌리면 이듬해 봄엔 벌써 잎을 먹을 수 있다. 물빠짐이 잘 되고 너무 강하지 않은 햇볕이 드는 곳이 좋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