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일본목련

이른 태풍이 갑작스레 지나갔다. 그래도 비는 여전하다. 지독한 무더위는 한풀 간 듯하지만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걱정이어서 이어지는 비 소식이 은근히 우려된다. 창을 열어보니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옛 어른들은 벽오동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시를 노래했다는데 어떤 나무일까 눈여겨보니 일본목련이다. 서울 도시의 아파트 속에 자라는 이 식물은 요즘 붉은 열매들이 눈에 잘 들어와 이름이 궁금한 분들이 많을 듯하다. 게다가 올해는 치욕의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지 백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오늘은 일본목련을 한번 이야기해야 겠다.

일본목련은 이름에 많은 특징이 나타난다, 목련과에 속하는 큰키나무이고 원산지는 일본이다. 우리나라에 조경수로 심기 위해 들어온 많은 나무들의 하나이다.

보통 목련집안 식물들은 봄에 꽃이 먼저 피고 나중에 잎이 나지만, 일본목련은 잎이 먼저 나고 꽃이 핀다. 아주 늦은 봄, 태산목을 닮은 어린아이 머리만큼 큼직하고 그리고 매우 향기로운 꽃을 가진다. 꽃 색은 노란색이 많이 섞인 흰색이다, 그래서 향목련, 황목련이란 별명을 가진다.

개성이 넘치기로 치면 잎도 만만치 않다. 크게는 20cm가 넘을 듯한 긴 잎들이 엇나게 달리지만 줄기 끝에 잎들은 모여 달려 언뜻 보기엔 칠엽수를 연상케 한다. 봄에 빨간 빛이 나는 턱잎에 싸여 나는 새싹이며, 잎 뒷면에 흰 빛이 돌아 아주 큼직하고 시원하고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나무이다.

요즘 한참 익어가는 빨간 열매도 특별하기로 치면 남부럽지 않다. 한 뼘쯤 됨직한 원통형의 붉은 열매들이 줄기마다 쑥쑥 올라온 듯 힘차게 달려 있다. 열매를 보면 마치 조각조각 붙어져 익으며 그 각각이 벌어지고 마치 주머니같이 씨앗이 들어있다. 이 씨들은 새들이 좋아한다.

좋지 않은 나무, 아름답지 않은 나무가 어디 있냐 싶지만 일본목련도 매우 특별한 멋을 가진 좋은 나무이다. 그?지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대하는 것과 정확히 알고 적절하고 객관적으로 보고 활용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일본목련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나무를 후박나무라고 부르며 우리 자생나무로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후박나무는 따로 있다. 우리나라 남쪽 바닷가 상록활엽수림을 대표하는 매우 중요한 나무이다. 하지만 많은 상록활엽수림은 훼손되어 그리 많지 않고 그 존재를 잘 알아보지 못해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로 착각한다. 일본목련을 그리 부르게 된 것은 이 나무의 일본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을 우리식대로 그대로 읽으면 후박이 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런 착각을 가져온 것도 일제감점 하에 있던 문화의 흔적이기도 하다.

이웃나라 일본을 무조건적인 감정으로 대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함께 이해하고 평가해야 하지만, 동시에 제대로 알고 연구해 역사적 왜곡들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요즘 대두되는 문화재반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나가야 하듯, 일본목련도 같은 맥락인 듯싶다.

나무로서의 좋은 점을 살려 제대로 심고 보고 느끼고 이용하는 것과는 별개로, 적어도 이 땅의 우리 후박나무와 혼돈해선 안 될 것이다. 나무 하나를 두고 너무 비약이 거창했나 싶은데, 나도 아직은 감정적인가 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