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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들의 지식인' 계보

[신간 안내] 20세기 서구 지성사 독특한 시선으로 압축 소개
● 반대자의 초상
테리 이글턴 지음/ 김지선 옮김/ 이매진 펴냄/ 1만 7000원


지젝과 바디우, 데리다와 폴 드 만. 최근 국내문학과 문화예술, 대중문화를 논할 때 단골처럼 등장하는 이론가들이다. 문화이론의 시대를 산 이들은 포스트모더니즘부터 탈마르크스주의까지 각종 담론을 풍성하게 만들었고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의 여러 현상들을 해석하는 안내자 구실을 한다.

그러나 상아탑 속 고매한 이 석학들과 달리, 그 복잡다단한 현실을 몸으로 겪어내는 우리는 경전 같은 이들의 책을 읽어내기가 실로 마음만큼 쉽지 않다.

신간 <반대자의 초상>은 20세기 문화지평을 연 '지식인들의 지식인'의 계보를 설명한 책이다. 영국의 문학평론가 테리 이글턴은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오스카 와일드부터 비트겐슈타인, 루카치와 스튜어트 홀 등 20세기 지식인 100여 명의 사상을 소개한다.

저자는 짧지만 효과적으로, 이 이론가들을 소개하며 자신의 생각과 평가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이야기하다가 낭만주의를 논하고, 유토피아 소설을 분석하다가 헤겔을 비평한다. 난해한 이론과 처음 듣는 지식인들이지만, 저자의 입담을 거치면 쉽게 이해된다. 일례로 지젝의 글을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은 그의 문장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을 터다.

'다음은 지젝의 지적 스타일의 특징을 포착해 본 것이다. '언뜻 보면 핫도그 속에 든 소시지는 빵의 두 쪽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빵 그 자체는 소시지가 노니는 '공간'이자, 환영적 '틀'일 따름이고, 이것이 없다면 소시지도 의미를 잃고 마는 배경이다.

반면 소시지는 빵 두 쪽 사이에 있는 틈의 체현일 따름이며, 빵들이 서로 합체하는 것을 방해하는 원인이다.' 이것은 지젝이 직접 한 말이 아니라 내가 지젝을 패러디해 본 것이다. 그렇지만 지젝의 글에는 이 글보다 더 괴상한 구절이 수두룩하다.' (318페이지)

이것이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자, 한계다. 몰입과 이해가 쉽지만, 이 지식인들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사견' 중 하나로 받아들여야, 훗날 다른 이론서들을 읽을 때 당황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

'루카치는 <역사와 계급의식>(1923)에서 탁월한 기량으로 이 임무를 완수했다. 이 책은 서구 마르크스주의를 기리는 지적 기념비의 최고봉이다. 다른 어떤 마르크스주의 철학 저작도 이 책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146페이지)

<역사와 계급의식>이 탁월한 명저인 것은 사실이지만, 저자는 마르크스주의 문학평론가이고 그는 주로 19-20세기 영미문학작품을 분석하는 바, 루카치에게 보내는 그의 오마주는 당연한 것 일 터다.

저자의 박학다식한 지식과 특유의 반골기질이 어울린 이 책은 20세기 서구 지성사를 효과적으로 압축, 소개하고 있다.

● 쇼와사 일본이 말하는 일본 제국사 (전 2권)
한도 가즈토시 지음/ 박현미 옮김/ 루비박스 펴냄/ 각권 1만 8000원


1926년부터 1989년까지 일본의 역사를 알기 쉽게 강의한 책. 복잡한 세계정세와 일본 군대 행보, 천황과 정치권력의 흐름, 태평양 전쟁과 패망, 미군 점령 하의 경제성장의 과정을 자세히 다뤘다. 일본의 작가 겸 수필가, 역사소설가 한도 가즈토시의 저작.

● 블레이크 씨의 특별한 심리치료법
아리엘 도르프만 지음/ 김영미 옮김/ 1만 1000원


남미 출신의 세계적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새 장편소설. 불면증에 시달리는 초국적 기업의 CEO를 주인공으로 기업인의 세계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윤과 경쟁의 압박에 끊임없이 내몰리는 현대 자본주의 현실에서 인간의 욕망과 윤리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는지를 환상적이고 관능적인 분위기로 풀어낸 작품.

● 파리는 깊다
고형욱 지음/ 사월의 책 펴냄/ 1만 6000원


파리에 관한 문화예술 체험 여행서. 1부에서는 현대 미술이 탄생한 20세기 초반 파리를 조명한 후 오르세, 오랑주리, 로댕과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을 중심으로 관람 포인트를 짚어 준다. 2부는 파리의 서점, 공원과 묘지 산책법, 맛집과 카페 등을 소개한 '도시산책 편'으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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