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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꽃·수꽃 따로 피는 나무랍니다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자주조희풀
정말 딱 요즈음에 꽃이 피는 나무이다. 오락가락하는 비로 땅 깊숙한 곳까지 충분히 젖었으니 숲속의 풀들과 나무들은 마지막 계절을 적어도 메마르게 지낼 걱정은 덜었다.

이 즈음 숲에 가면 축축하고 그래서 더 깊어지는 듯 느껴진다. 자주조희풀은 그 깊은 숲에서 숲으로 오르는 길과 가까운 곳에서 주로 만날 수 있다.

아무 산에서나 살지 않는, 장소를 가리고 사는 나무이지만 다소 볕도 들어야 꽃이 잘 맺힐 수 있으니 우리가 이 마지막 여름 자주조희풀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그런 곳이다.

사실 자주조희풀은 이름에 풀이라고 붙어 있지만 나무이다. 게다가 그냥 척 보면 허벅지 중간쯤 높이로 자라는 크기로 보이고, 자라는 모습도 마치 풀이 포기를 만들 듯하여 모습만을 보고 풀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은데 줄기에 목질이 발달하니 나무는 나무이다.

자주조희풀은 이런 것 말고도 좀 남다른 특성이 있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식물들에는 유난히 풀들이 많지만 자주조희풀은 나무라는 점도 다르고, 같은 속에 속하는 으아리나 종덩굴 같은 식물들은 덩굴성이지만 바로 서서 자라는 것도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꽃도 줄기가 올라오는 줄끝이나 잎이 갈라지는 잎 겨드랑이에서 몇 송이 둥글게 그리고 자루도 없는 듯 다닥다닥 모여 달리는 것도 여느 나무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래도 이 땅에 자라는 우리 나무이다.

이즈음 피는 꽃은 참 예쁘다. 그런데 이 꽃이 암수가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꽃잎처럼 보이는 화피는 화려하고 기품 있는 색인데 보라색과 남색의 중간 정도 되어 정말 고운 꽃빛이다. 알고 보면 밑부분은 합쳐져 있지만 각각의 화피조각이 활짝 꽃이 피듯 벌어져 있는 모습을 많이도 보았건만 암그루와 수그루가 따로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러하다.

매일 식물을 보고 다녀도 제대로 관찰하는 일은 아직 멀었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이 꽃들이 지기 전에 암꽃과 수꽃을 구분하여 어떻게 다른지 관찰하는 것이 나에겐 숙제로 남았다.

가을이 되면 꽃은 열매로 바뀐다. 이때 자주조희풀은 또 한번 아주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하게 되는데 2cm정도로 길게 자라고 잔털이 달려 마치 깃털처럼 보이는 암술대가 여러 개 달린다. 마치 으아리처럼, 사위질빵처럼 이 나무들을 잘 모르는 분들은 할미꽃과 유사하게 열매가 익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잎은 많이 달리진 않지만 긴 잎자루 끝에 불규칙적인 넙적한 작은 잎이 3개씩 모여 달리고 그 가장자리엔 톱니도 다소 거칠게 발달한다.

자주조희풀은 목단풀이라고도 하고 선모란풀이라고도 한다. 생약 이름과 동일한데 한방에서 아주 많이 쓰는 약재는 아닌 듯 하지만 뿌리는 냉을 다스리고 위를 튼튼히 하고 가래를 줄이는 데 처방한다는 기록이 있다. 관상용으로의 가치는 꽃을 보기 위해 심기에는 좀 약한 것 같다.

자주조희풀의 꽃색은 깊어가는 초록빛 숲과 어우러져 서늘하고 아름답다. 마치 저 멀리서 어느덧 다가온 가을빛처럼, 가을 향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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