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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번역가 '過人'역사속으로

[이 장르 이 저자] 소설가 이윤기
유려한 문장과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 바탕 <그리스 로마 신화>등 번역
시나 소설에 관심 없는 독자도 작가 이윤기의 책은 한두 권 접해 보았을 터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같은 소설부터 200만 부 이상을 팔았다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까지, 그는 번역가가 제 이름을 갖고 활동하게 만든 국내 1세대 번역가로 꼽힌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유려한 문장과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으로 <그리스인 조르바>, <변신 이야기>, <양들의 침묵> 등을 번역했다.

'1965년 중학교를 졸업했다. (…) 같은 해 고등학교에 들어갔지만 2개월인가 3개월인가 다니고는 그만두었다.'

'1966년 대학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1967년 진학하기 위해 상경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포기하고 다시 귀향, 입대할 날을 기다리며 대구 근교 가창에서 한 삼천 평 되는 뽕나무 밭을 걸우었다. 영미의 근현대 작가들 대부분을 영어로, 일본의 근현대 작가들 대부분을 일본어로 읽었다. 극도의 우월감과 극도의 열등감에 휘둘리고 있을 즈음이었다.'

'1972년 9월부터 약 1년간, 재도급 업자인 종매형과 도목수(都木手)인 재종형의 그늘 아래 건설 공사장을 전전하며 '서기' 노릇과 일종의 해결사 노릇을 겸하면서 노동자들을 착취했다.'

민음사 <오늘의 작가총서>에 쓴 작가의 육필연보는 '인간 분투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제도권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지만 엄청난 독서경험을 저술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농사와 막노동으로 비축한 체력을 발판 삼아 정력적으로 책을 썼다.

70년대 초반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75년 청소년잡지 '학원'의 기자로 일했다. 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가 당선돼 등단했지만 소설로 생계가 어렵자 '평생의 업'인 번역으로 돌아섰다. 80∼90년대 그는 10년 넘게 하루 8시간 이상 원고지 100매 씩을 번역했다. 그렇게 번역한 책이 200권이 넘는다.

번역서가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중편 '숨은그림 찾기'로 동인문학상(1998)을, 소설집 <두물머리>로 대산문학상(2000)을 받은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은 풍부한 교양과 유머, 지혜와 교훈을 두루 갖춰 '지성의 소설'로 평가받는다. 얼마 전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까지 그는 영웅을 중심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를 새롭게 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서문을 쓰는 등 마무리 단계였다.

이 책은 유작 출간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심장마비로 타계한 작가 이윤기는 이제 과거형으로 진술돼야 한다. 그는 스스로를 '과인(過人)'이라 불렀다. 덕이 부족한 사람이란 뜻이다. 경기 양평 그의 작업실 이름은 과인재(過人齋)였다. 이메일은 이와 발음이 비슷한 'kwine'을 썼다. 'korea wine'의 줄임말이라고 했다. 술을 즐긴 그는 이성보다 감성을 따르는 작가였다.

그의 타계 소식이 알려지자 후배들이 애도를 표했다. 소설가 은희경 씨는 "그렇게 많은 걸 알고 계시면서도 '나 그거 처음 알았네' 하시면서 겸손하셨던 분, 유쾌하고 따뜻하고 노래 부르기 좋아하신 분"이라 애도했다. 그는 진정 과인, kwine의 작가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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