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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톱니를 닮았네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톱풀
스쳐가는 바람은 서늘하고 하늘은 높아만 간다. 잠시 다소 따갑게 햇살이 쨍하니 비친다. 더위에 손사래를 치던 것이 엊그제인데 그 햇살이 이젠 싫지 않다. 계절의 흐름은 매년 놀라움을 주지만 유난스레 비도 바람도 많고 더위도 심했던 올 여름이라 갑작스레 쾌적해진 이 날씨가 더욱 반갑다.

그 햇살, 바람 어딘가에 톱풀이 피어있다. 그 상큼함이 간혹 만나는 톱연주가가 만들어 내는 소리만큼 특별하고 신선하다. 이 톱풀을 수많은 식물 가운데서 알아보는 일은 참 쉽다. 한번만 알고 보면 톱풀처럼 이름과 맞는 식물도 드물다.

이 풀의 잎은 톱처럼 길쭉하고 그 가장자리는 마치 톱날을 보듯 작은 톱니들이 가지런히 줄 지어 있다. 톱의 모습 그대로이다. 다만 살아 있는 작고 초록빛의 싱그러운 톱이긴 하지만.

톱풀은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이미 여름에 피기 시작하였고 지금도 피고 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에서 가을내내 꽃을 볼 수 있는 기특한 풀이기도 하다. 꽃은 회색이 약산 섞인 듯한 흰색이어서 제법 분위기가 있다. 국화과인데 한 송이가 수 십 개의 꽃들이 모였는데도 그 지름이 7~8mm 정도로 작다. 그리고 이 작은 꽃차례들이 다시 산방상으로 모여 핀다. 키는 보통 무릎에서 허벅지 높이 정도 자라는데 더러 더 크게 자라기도 한다.

톱풀은 별명이 많다. 잎이 갈라져 있어 가위라는 뜻의 가새풀이라고도 하고, 배암세 혹은 배암채라고도 하는 이유는 뱀에 물렸을 때 쓰는 풀이어서 그렇고, 지네풀이라는 별명은 가장자리의 톱니가 지네발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학명의 유래도 특별한데 톱풀 집안을 부르는 속명 아킬레아(Achille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를 말한다. 그가 이 풀로 병사들의 상처를 고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톱풀은 우리나라에는 톱풀 이외에 산톱풀, 큰톱풀 등 몇 가지가 더 있지만 보기 어렵고 우리 주변에서는 서양톱풀이라고 불리우는 원예종들이 훨씬 흔하다. 서양톱풀은 잎이 마치 당근잎처럼 더 잘게 갈라져 있는데 품종에 따라 색깔이 노란색에서 분홍색 등등 매우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꽃이 피는 시기가 길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잘 자라는 편이라 심는 곳이 많다.

서양의 신화에도 나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약으로 쓰인다. 생약이름은 전초를 일지호(一枝蒿)라고 하여 타박상이나 류머티즘에 의한 통증, 강장제, 치질 치료 등으로 알려져 있다. 열매는 시실(蓍實)이라 하여 기운을 얻게 하고 눈을 맑게 하는 데 좋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톱이나, 칼, 대패 같은 기구를 다루다 생긴 상처를 잘 낫게 한다 하여 '목수의 약초'라는 별명이 있다. 봄에는 나물로도 먹는데 그냥 먹으면 쓴맛과 매운맛이 있으며 데쳐 먹거나 기름에 볶아 먹는다.

톱풀은 이름은 날카롭지만 꽃은 아름답다. 오래 피어 있어 끈기 있으며 식물체 전체에는 부드러운 털이 가득한 이로운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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