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생태적 습성서 성경과 바나나산업 기술혁신, 세계화 등 두루 다뤄

● 바나나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
댄 쾨펠 지음/ 김세진 옮김/ 이마고 펴냄/ 1만 5000원

먹을거리의 희노애락을 살펴보면 우리 삶의 포물선이 그려진다. 와인과 커피를 기준으로 서양사와 아랍문화권을 되짚고(<와인의 역사>, <커피의 역사>) 스시를 매개로 일본 문화와 세계화를 그린(<스시 이코노미>) 일련의 책들은 이런 시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신간 <바나나 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은 바나나를 매개로 인간의 역사를 그린 논픽션물이다. 씨가 없는 대표적인 과일인 바나나는 번식 능력 없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이 됐다.

장미의 꺾꽂이처럼 뿌리(알줄기)를 잘라 옮겨 심는 방법으로 번식한다. 전 세계의 바나나는 모두 복제 바나나인 셈이다. 저자는 바나나의 생태적인 습성에서 시작해 성경과 바나나산업의 기술혁신, 세계화 등 20세기 세계사를 훑어간다.

바나나의 생물학적 특성은 이제 인간의 역사와 맞물린다. '태초에 신과 에덴동산이 있듯, 태초에 바나나가 있었다'는 것. 에덴동산의 선악과로 사람들은 으레 사과를 떠올리지만, 사실 성경 원본 어디에도 선악과가 사과라는 언급은 없다.

저자는 선악과는 바나나라고 말한다. 똑같은 에덴동산 이야기를 다룬 코란에서 그것이 바나나였음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고, 아담의 갈비뼈에서 이브가 태어나듯, 바나나도 무성생식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열대과일을 오늘날처럼 싼 값에 먹게 된 것은 모두 바나나 회사들 덕분이다. 저자는 글로벌 기업인 '치키타'와 '돌'의 전신인 '유나이티드 프루트'와 '스탠더드 프루트'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들로 인해 20세기, 플랜테이션 농장과 철도와 항구도시들이 건설됐다. 세계화 역사를 대변하는 먹을거리로 바나나만한 것도 없는 셈이다.

바나나 기업의 역사는 곧 제국주의와 노동착취, 세계화란 명목 하에 이뤄지는 자본과 노동이동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들 기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중남미 부패 정권과 유착해 농지와 과세, 노동 환경에서 온갖 특혜를 누린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등에 업은 바나나 회사들은 라틴아메리카의 바나나 노동자들을 탄압한다. 이 영화 같은 얘기는 사실이다.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의 고독>의 클라이맥스, 노동자들의 파업과 계엄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진압되는 대목은 1929년 실제로 일어났던 '콜롬비아 바나나 대학살'을 토대로 쓴 것이다.

1928년 10월 콜롬비아 바나나 노동자 3만 2000명이 파업을 시작했고 곧이어 12월 계엄령이 선포됐으며, 이튿날 시에네 광장에 모인 바나나노동자 3000명이 학살당했다. 라틴아메리카 독재는 바나나 회사들과 유착하며 공고해진다. 그러나 파나마병과 같은 돌림병이 돌자, '글로벌' 바나나 회사들은 기존의 농장을 갈아엎은 뒤, 새로운 농장을 찾아 떠난다.

세계화 시대 바나나 산업은 민중의 피를 먹고 성장했고, 이제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먹을거리가 됐다. 이제 바나나는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밀이나 쌀보다 중요한 식량이 됐다.

'바나나가 뭐 그리 대단해서 350페이지짜리 책을 봐야 하나?'

이렇게 생각하며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하찮게 생각하는 먹을거리 하나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착취당하고, 환경이 파괴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윤대녕 지음/ 푸르메 펴냄/ 1만 2000원

소설가 윤대녕의 에세이집. 소설가를 꿈꾸던 고등학생 시절과 문단에 등단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새롭게 인식하게 된 생과의 거리, 생을 바라보는 관점, 생에 대한 감각을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로 그리고 있다. 등단 2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자신과 세상의 변화에 대한 소회도 덧붙였다.

● 존 레논: IN HIS LIFE
존 블래니 지음/ 서강석, 조소영 옮김/ 오픈하우스 펴냄/ 5만 8000원

비틀즈의 멤버 대중음악에 혁명을 가져왔고, 이후 사회운동에 참여해 대중의 의식을 뒤흔들었던 아티스트 존 레논. 존 레논 사후 30주기를 맞이해 존 레논의 생애를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 비틀즈 마니아인 저자가 존 레논의 일대기와 파비아니스의 감각적인 이미지로 존 레논의 삶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의 서문은 존 레논의 동반자인 오노 요코가 썼다.

● 행복한 심리학
김경미 지음/ 교양인 펴냄/ 1만 2000원

시인 김경미가 '수줍음' '시기심' '열등감' '불안' '콤플렉스' '질투심' '냉소' '후회' '우울' 같은 심리적 소재들을 128가지 이야기로 풀어 쓴 심리 에세이다. 저자는 국내에 출간된 거의 모든 심리 서적들에서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가려 뽑아 가족, 부부, 친구 관계, 연애, 사랑, 직장 생활 등 누구나 어려워하는 관계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문제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성숙하게 다룰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