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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이고 관념적인 작가

[이 장르 이 저자] 소설가 이승우
기독교적 구원 문제 시대 고민과 연결… 서양서 더 인정
대중이 소설가 이승우를 '제대로'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재작년부터일 게다. 그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는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지낼 정도로 '친한파' 작가인데, 수상 후 한국의 노벨문학상 여부를 집요하게 물어보는 국내 기자들을 향해 "이승우의 소설을 좋아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에릭직톤의 초상>을 비롯해 <가시나무 그늘>, 프랑스에 번역 출간된 <생의 이면>까지 이승우의 작품은 기실 한국보다 서양에서 그 값어치를 인정받는다. 이 세 작품을 비롯, 그의 소설은 대부분 기독교적 구원 문제를 시대의 고민과 연결시키고 있다.

그는 인간 심리의 저변에 자리하는 원죄 의식과 불안, 신의 존재 등이 얽혀 있고 지상과 천상의 갈등과 화해가 현실에서 어떤 형식으로 드러나는가를 형상화하는 데 탁월하다. 그에게 '종교적이고 관념적인 작가'란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동시에 그의 작품이 번역될 때 손실되는 문장이 거의 없고, 한국보다 서양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이 그리는 세계, 그 저변에는 작가의 '생활'이 있다. 전남 출생의 작가는 유년 시절 서울로 이사 와 교회에 다니면서 신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하고 서울신학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연극과 문학에 심취했고, 198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저격사건에 영감을 받아 소설을 썼다.

이 작품이 중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이다. 그는 이 소설로 <한국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후 <빙식>, <구평목의 바퀴벌레>, <예언자론>, <신들의 질투>, <타이피스트> 등을 발표했다.

꾸준히 글을 발표했지만, 문단에 그의 존재감을 굳힌 것은 중편 <생의 이면>을 쓰면서다. 1991년 발표한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람의 글에 내포되어 있는 삶의 어두운 면모들이 어떤 식으로 드러나고, 감춰지는가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는 이 소설로 제 1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고, 2000년에 장 노엘 주테(Jean Noel Juttet)가 번역, 프랑스의 쥘마출판사에서 <L'Envers de la Vie>로 출판됐다.

기독교적 구원에 대한 고민이 이승우의 작품 한 축을 이룬다면 또 다른 축을 이루는 것은 예술가의 정체성에 관한 탐색이다. 그는 예술가의 정체성에 주목하면서 <미궁에 대한 추측>(1994)과 <세상 밖으로>(1990) 등의 작품을 발표한다. 이를 통해 언어의 가치 붕괴와 타락에 대한 환멸, 이의 극복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한다.

'이승우 소설은 저마다의 기억 속에 깊숙이 묻어둔 낡은 일기장을 다시 꺼내서 읽게 만든다. 거기에 적혀 있는 오래된 문장들은 우리가 근원적인 죄의식으로부터 어떻게 도망쳐왔는지, 단단해 보이는 일상의 집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 우리는 왜 자꾸만 타인과의 소통에 실패하게 되는지, 그리하여 우리의 현재는 처음의 출발점에서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 새삼스럽게 되묻는다.' (진정석 문학 평론가)

그의 작품들은 인간 실존의 문제와 성·속의 이원성의 극복, 초월자와 인간의 괴리 등 무겁고 관념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지루하지 않다. 인물의 내면에 대한 정밀한 묘사와 유려한 문체를 통해 그 관념성을 극복하기 때문이다.

올해 황순원 문학상의 수상자로 이승우가 결정됐다. 해적의 칼 '커틀러스' 배달꾼을 주인공으로 쓴 단편 '칼'이다. 연륜과 필력을 감안할 때 이 상의 수상자보다 심사위원으로 더 적합할 듯하지만, 문학상이 공로상이 아니라 미래의 성취에 대한 응원이라면 대상을 잘 찾은 듯싶다. 그는 늘 쓸 수 있는 한 계속해서 쓰겠다고 말한다. 이유는 이렇다. "소설이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소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독자가 계속, 그의 작품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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