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변화가 경제,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 집필

제러미 리프킨만큼 여러 분야에서 인용되는 저자도 드물다. 경제학자, 미래학자, 환경학자, 문명비평가, 운동가로 알려진 그는 <엔트로피>와 <소유의 종말>, <유러피안 드림> 등 일련의 저서를 통해 전세계 정치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체제와 인간의 생활방식, 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그는 행동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터프츠 대학의 플레처 법과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전세계 지도층 인사들과 정부 관료들의 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과학 기술의 변화가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활발히 집필 작업을 해왔다.

주지하다시피 그의 출세작은 <엔트로피>다. 그는 과학의 '엔트로피' 개념을 빌어 환경과 경제가 일정하게 통합된 구조임을 역설하고, 기계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현대문명 사회에서 에너지 낭비가 가져올 재앙을 경고했다.

새로운 발상의 전환에 세계는 감탄했지만, 정작 그는 전통적인 의미의 과학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탁월한 사상가이자 활동가로 추앙하지만, '과학계에서 가장 증오받는 인물'(시사 저널 <타임>의 표현)이란 말처럼 다른 한편에서는 그를 사이비 저술가로 평가한다. 어쨌든 이 책은 8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논쟁작 중 하나가 됐다.

그후 그는 일련의 문제작들을 통해 녹슬지 않은 영향력을 보여준다. <노동의 종말>(1995)에서 정보화 사회가 창조한 세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미아가 될 것이라 경고하는가 하면, <소유의 종말>(2000)을 통해서는 '접속'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리프킨의 문명비판에는 환경철학자로서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부인 캐롤 그룬왈드 리프킨과 함께 열정적으로 채식운동과 녹색생활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또 다른 대표작 <바이오테크 시대>(1998)에서는 산업시대와 비견될 만큼 중요한 '유전자의 시대'가 인간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경제학, 국제관계학 외에 정식으로 과학교육을 받은 바는 없다. 그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비판자들은 리프킨이 몇몇 과학적 사실을 수집해 망상적인 종말론을 구성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일련의 비판은 역설적으로 그의 저서에 관한 영향력을 반증하고 있다.

그는 1977년 비영리재단 '경제조류재단'을 창설한 이후 십수 권의 논쟁작을 썼고, 전세계 20개국 500여개 대학에서 강연했으며, 미국정부의 각종 환경, 경제정책 방향에 입김을 넣고 있다.

지난 주 그의 또 다른 논쟁작 <공감의 시대>(2004)가 국내 번역 출간됐다. 인류사는 새로운 에너지 제도가 도입될 때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혁명과 복잡한 사회를 창조해냈다는 것이 책의 요지. 수렵채집 시대에는 구두 문화가, 관계농업 사회에서는 문자가 커뮤니케이션 도구였으며, 19세기에는 인쇄매체가 1차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20세기에는 전기통신에 의해 2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진다.

요컨대 인류가 기술적으로 진보할 때마다 공동체의 크기는 커지고, 인간의 공감적 감수성은 고조된다는 것.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공감이 어떻게 개발돼 왔는지에 대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