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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하는 역사 앞에 인간은?

[신간 안내] 오늘날 우리 삶을 형성하는 고질적인 불확실성 탐구
● 모두스 비벤디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한상석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1만 원


흔히 역사를 '흐른다'고 말한다. 시대는 '엎어지고', '튀고', '새면서' 다음 단계의 변화를 예고한다. 역사는 액체인 것이다. <유동하는 공포>, <쓰레기가 되는 삶들> 등 저서로 잘 알려진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근대 역사의 역동성을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말로 개념화했다.

그는 "변덕스러움, 불안정성, 위험사회, 불확정성은 우리 시대 삶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런 세상에서 인간은 쓰레기로 전락한다. 유연성이 곧 합리성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에서 실패나 패배의 책임을 모두 떠안게 된 개인은 '영원히 폐기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살아가게 됐다는 지적이다. 그의 또 다른 개념어, 인간쓰레기에 대한 비유다.

서두가 길었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하는 근대' 시리즈, 최근작이 출간됐다. 현존하는 최고의 사회학자 중 하나인 지그문트 바우만은 초기 정통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영국 노동운동과 계급 문제를 연구했고, 점차 근대성의 문제에 천착하며 다수의 저작을 선보였다.

신간은 이전 그의 저작의 다이제트판처럼 보인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을 다섯 가지로 추려본다. 첫째, 근대성이 '견고한' 국면에서 '유동하는' 국면으로 바뀌었다는 것. 다시 말해, 사회적 형태들이 더 이상은 제 모습을 오래 유지할 수 없는 여건으로 변해 버렸다는 것. 둘째, 근대국가의 등장 이후부터 최근까지 사람들은 권력과 정치가 한 쌍이 되어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국민국가란 한 가정을 공유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제 권력의 상당 부분은 국가의 범위를 넘어 선다는 것. 그러나 권력은 여전히 지역적(국가) 차원에 머물고, 해방된 권력은 불확실성의 근원이 된다는 것.

셋째, 과거 개인이 실패하면 보호해주는 국가 공인 장치가 있었으나 이제는 이런 장치가 일관되게 줄어들고 있다. 앞서 말했듯 권력은 여전히 지역적 차원에 머물고 있으니까.

이를 집약하면 이제 사회는 '구조'보다 하나의 '네트워크'가 되어 간다는 것. 넷째, 과거의 경험은 미래를 예상하지 못하는 세계, 유동하는 역사 앞에 인간은 어찌 해야 하는가? 이제 미래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과거의 움직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정보와 낡은 습관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잊는 것이라는 것. 마지막, 또한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규칙에 순응하는 태도가 아니라, 규칙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라는 것.

그런데 이런 상황이 과연 '인간다운 삶'일까?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이것이다. 저자는 상황과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다운 것인가?', 질문만을 던진다.

'요컨대 앞서 말한 변화들로 인해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만연한 상황에서 예상 손익을 계산하고 결과를 평가하면서 계획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런 불확실성의 원인을 탐구하는 일, 그리고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그런 장애물들을 통제하려 할 때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도전에 대처할 우리의 능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드러내는 일, 이것이 내가 이제껏 노력해 왔고 또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될 것이다.' (12페이지, 서문 중에서)

이 150여 페이지, 짧은 책에서 저자는 오늘날 우리 삶을 형성하는 고질적인 불확실성의 원천을 탐구하고 있다. 간결하고 명확한 글은 이제까지 나온 어떤 책보다 그의 사고를 집약적으로 정리한다.

● 어떤 선물은 피를 요구한다
최치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7000원


희곡 작가이자 연극연출가 최치언의 두 번째 시집. 합리성과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하고 불명료한 세계, 그것이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실이자 인간의 역사다. 최치언은 시를 통해 이를 표현한다. 독특한 구성과 속도감, 장르를 파괴하는 듯 한 시적 상상이 그의 특징. 두 번째 시집은 폭력과 투쟁 속에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칭적으로 그려낸다.

● 영화, 영화인 그리고 영화제
김동호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 6000원


올해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떠나는 김동호 위원장이 진나 20여 년 간 경험한 영화제, 영화계 안팎의 이야기를 풀어쓴 책. 영화제를 어떻게 만들고 이끌어 가는지, 영화가 어떤 유통경로를 거쳐 우리에게 전달되는지 등 영화와 영화제에 관련한 여러 문제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20세기 대표적인 영화제를 몸소 경험한 저자의 체험이 생생히 담겨 있다.

● 비잔티움
주디스 헤린 지음/ 이순호 옮김/ 글항아리 펴냄/ 3만 8000원


지난 40여 년 간 비잔티움 역사 연구에 천착했던 학자가 쓴 비잔티움 총서. 킹스칼리지, 프리스턴대 등에서 연구와 강의를 했던 저자는 29개 테마를 통해 비잔티움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로마법, 기독교 미술 성상, 비잔티움의 경제 등 테마로 그려진 서양사는 기존 연대기적 서술에 부담을 느낀 대중독자들이 흥미를 갖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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