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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져도 남는 붉은 열매의 매력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참빗살나무
가을이 깊어 가면서 온갖 화려한 색깔들이 숲에 나타난다. 봄의 화사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깊이 있고 운치 있는 갖가지 나무들의 갖가지 단풍 빛깔이 아름답다. 하지만 가을의 빛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단풍뿐만이 아니다.

때론 용담이나 산국과 같은 가을꽃들의 개화가 눈길을 잡기도 하고, 독특한 모양과 빛깔로 익어가는 열매가 인상적이기도 하다.

참빗살나무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듯도 하지만, 알고 보면 어디선가 한번쯤 만나 보았을 만한, 그러나 잘 알지 못하여 지나쳤을 법한 나무이다. 꽃이 풍성하지만 진짜 이 나무의 매력은 열매로, 단풍빛이 지금부터 발휘되기 시작하니 이번 가을에는 한번 만나보자.

참빗살나무는 노박덩굴과에 속한다. 크게 자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래부터 줄기를 많이 만들며 다북하게 크는 관목도 아닌, 어정쩡한 키를 가졌다. 이런 중간 높이는 잎이며 꽃이며 열매를 눈앞에서 보기에 좋은 장점이 있고, 큰 나무를 심을 수 없는 개인 정원에 심기에도 적절하다.

잎은 긴 타원형인데 서로 마주 달린다. 보통은 손가락 길이 정도의 크기이지만 때론 이보다 훨씬 크게 자라기도 한다. 가장자리에 잔 톱니는 고르지 않고 자유롭다.

꽃은 늦은 봄 혹은 이른 여름에 핀다. 꽃 하나하나의 지름은 1cm를 넘지 않고 그 빛깔도 흰색이 많이 섞인 듯한 아주 연한 녹색이어서 꽃 하나하나는 큰 눈길을 끌지 못하지만, 많은 꽃들이 달린 모습이며 예사롭지 않은 꽃 빛깔은 볼수록 매력적이다. 꽃잎 사이 사이에 달린 붉은 빛의 수술은 매력 포인트이다.

4개의 각이 진 열매는 지금 한창 익어가는데 자줏빛 붉은색 껍질을 가진다. 더 무르익으면 네 갈래의 봉합선이 갈라지면서 아주 작은 달걀형 종자가 선명한 붉은빛의 옷을 입고 매달리듯 드러나서 아주 예쁘다. 푸른 잎을 달고 있을 때 익기 시작하는 열매는 붉게 익어 오래오래 달린다. 초록빛이 붉게 혹은 누렇게 물들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달려있다.

그래서 최근에 나무를 잘 아는 사람들은 참빗살나무를 조경수로 키우기도 한다. 앞에서 말한 적절한 크기, 적절히 둥글게 만들어지는 수형, 무엇보다 오래 붉은빛을 잡아둘 수 있다는 점, 풍부한 꽃과 열매, 그리고 추위에도 강하고 키우기도 어렵지 않다는 점 등이 장점이다.

목재는 아주 굵게 자라지 않으니 큰 것은 만들지 못하나 이런저런 기구재나 도장재, 신탄재, 세공재로 쓰였다고 하고, 활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약으로도 이용한다는 기록이 있는데 가지와 나무껍질을 진통제나 가래를 삭히는 데 혹은 암치료제로 민간에서 쓴다고 한다. 하지만 줄기의 날개를 약으로 쓰는 화살나무를 참빗살나무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 정확이 이 나무를 지칭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우리의 삶은 한편으로는 첨단을 가고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옛 선조들의 지혜로운 자연의 이용의 발자국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처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할 일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가을은 깊어 마음은 물들어 가는데 그렇게 남겨진 일로 여전히 책상에서 싸우고 있는 내 처지를 투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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