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등 고전 영화 50편에 담긴 음악과 사연 소개

●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
고형욱 지음/ 사월을 책 펴냄/ 1만 8000원

"현장에서 유일하게 감독과 동등한 입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음악감독입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씨를 인터뷰했을 때 들은 말이다. 음악애호가인 그는 "영화는 너무 많은 걸 보여준다"며 "예술 중 최고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D영화와 버추얼 리얼리티, 증강현실 등 날로 다채로워지는 미디어의 향연 속에서 음악은 여전히 고고한 품위를 놓지 않는다.

신간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는 제목처럼 영화보다 음악에 방점을 둔 책이다. <오즈의 마법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카사블랑카>부터 <화양연하>, <물랑루즈>, <맘마미아!>에 이르는 고전영화 50편에 담긴 음악을 소개했다. 영화기획자이자 와인평론가,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음악을 소재로 영화계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카사블랑카>에서 일자가 샘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에는 후일담이 있다. 이미 음악가로서 거장의 위치에 있던 맥스 스타이너는 이 장면을 다시 찍어 자신이 직접 작곡한 노래로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잉그리드 버그먼은 다음 출연작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찍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잘라버렸다. 그래서 카페에서 를 연주하는 장면은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다.' (40페이지)

'<졸업>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노래를 간절히 쓰고 싶었다. 그래서 사이먼에게 신곡을 요청하지만 편집이 끝나갈 무렵까지 곡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사이먼은 기존에 작업 중인 몇몇 곡들을 들려준다. 한 곡이 니콜스의 귀에 쏙 들어왔다.

사이먼은 "이건 영화를 위한 곡이 아니라 루스벨트 여사와 조 디마지오에 대한 곡"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니콜스 감독은 "그 곡은 이제 로빈슨 부인에 대한 거요"라고 말하며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명곡 <미시즈 로빈슨>을 탄생시킨다.'(171페이지)

하나의 영화는 새로운 세계이고 영화음악은 그 세계를 이루는 배경이다. 영화를 보고 영화음악을 들을 때마다 우리 감성과 상상력은 커지고 깊어진다. 그러나 영화와 영상이 결합된 완연한 작품으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 책은 영화음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 다문화주의 시민권
윌 킴리카 지음/ 장동진외 3인 번역/ 동명사 펴냄/ 1만 9000원

한 국가 내 여러 민족이 공존하는 다민족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저자는 다민족 국가 내 각 집단의 이해관계와 가치관 충돌 해소 방안에 대해 설명한다. 민족과 인종문화집단에 초점을 맞추어 집단차별적 권리를 부여하라는 것이 요지. 정치철학자 윌 킴리카의 저서다.

●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게리 폴 나브한 지음/ 강경이 옮김/ Archive 펴냄/ 1만 5000원

작물 다양성의 기원을 찾아 중앙아시아의 파미르 고원에서 에티오피아, 아메리카를 거쳐 아마존 열대우림까지 세계 5대륙을 탐사한 러시아의 식량학자 바빌로프의 일대기다. 바빌로프의 발자취를 따라간 저자의 여정이 겹치며 세계화와 농산물 산업화, 기후변화, 유전자조작농산물 등 먹을거리 이슈를 다루었다.

● 서울과 노동시
서울과 노동시 기획위원회 엮음/ 실천문학 펴냄/ 3만 8000원

전태일 40주기 기념과 더불어 서울의 공간성과 노동자들의 삶이 한 데 어울어진 노동시를 엮은 시집이 출간됐다.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발표된 시 중 '서울'을 공간으로 쓴 노동시를 시대별로 묶었다. 임화-신동엽-박노해-송경동에 이르는 노동시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