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새우난초

새우난전체
이젠 벌써 겨울인가 보다. 엊그제만 해도 서늘한 가을빛이 간절했는데 따뜻한 곳을 찾아 몸을 움직이는 스스로가 참 우습기도 하다. 그리고 이내 봄생각까지 나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싶다.
겨울의 끝에서 볼 수 있는 꽃 중에 새우난초가 있다. 원래 자생지에서는 제대로 된 봄에 피어나지만 이 꽃은 분에 담아 실내에 키우니 훨씬 일찍 꽃구경이 가능하다.

자생난초라고 하면 춘란이라고 부르는 보춘화와 갖가지 변이품종들, 거기에 희귀한 한란(생각해 보니 정말 겨울에 피는 꽃 중에 귀한 한란이 있었다)의 쭉쭉 뻗는 잎새들을 보며 그냥 동양란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숲에는 아주 다양한 야생의 난초들이 있고 그 가운데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을 가진 것들이 제법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새우난초와 그 집안 식구들이 관상용으로 가꾸기엔 최고인 듯하다. 복주머니란이나 광릉요강꽃같이 꽃 하나로 치면 더욱 화려할 수 있는 종류도 있지만, 이들은 자생지에서 멸종 가능성이 있는 종들이니 보전하는 일이 더 급하고 설사 곁에 두고 가꾸고자 해도 키우는 일 자체가 매우 까다로워 죽이기 쉬우니 아예 포기하는 편이 낫다.

자란도 꽃이 아름답기로 치면 빠지지 않고 대량증식이나 키우기가 그리 어렵지 않아 좋지만 새우난초와 비교하면 꽃색이 단조롭다.

새우난초를 들여다 보면 일단 꽃색이 오묘하다. 흰색과 분홍색과 갈색이 적절히 어우러져 특별히 무슨 색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포기포기 안정감 있는 전체적인 모습도 좋고, 약간 연한 느낌이 나는 주름진 잎새도 보기 좋다. 하지만 새우난초의 진짜 재미는 같은 집안 식구인 금새우난과 피를 섞었을 때이다.

새우난꽃
샛노란색의 화려한 꽃잎을 가진 금새우난과 새우난초를 교잡하여 정말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꽃색들이 나오고 이들이 각기 품종화되어 때론 아주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야생의 유전자원 풀이 다양해 새로운 변이종들이 나올 확률이 많아 이웃나라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자생지에서 도난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이다.

새우난초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 섬지방에서 드물게 자란다. 위로는 안면도까지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밑부분이 포개어진 주름이 깊게 진 잎새가 2장 혹은 3장 나오고 그 가운데서 꽃대가 쭉 올라오면 키는 한 무릎높이쯤 된다. 새우난의 잎은 상록성이지만 다음해 봄에 교체된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길이가 15~25cm정도 된다.

꽃은 원래 봄에 핀다. 자생지에서는 4~5월이 개화 적기이다. 꽃자루가 올라오고 여기에 줄줄이 꽃송이들이 달리는데 한 열 개쯤 될까? 가을에 익는 열매는 삭과로 아래로 늘어진다.

새우난초라는 이름은 뿌리가 마치 새우들처럼 마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마디는 1년에 하나씩 생긴다. 이 식물들의 학명 중 속명이 카란데(Calanthe)인데 아름답다라는 뜻의 희랍어 카로스(calos)와 꽃이라는 뜻을 가진 안토스(anthos)의 합성어이니 가히 아름다운 꽃의 대명사라 할 만하다.

한방에서는 구자련환초(九子連環草)라는 생약명으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편도선염, 임파선염, 타박상, 종기로 인한 독 등에 쓰인다. 보기도 아까운 꽃을 먹는다니 상상하기 어렵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